프로야구 두산 베어스의 새 외국인 투수 로버트 스탁(33)이 베일을 벗고 첫 실전을 치렀다.
스탁은 지난 15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린 KT 위즈와 시범경기에 선발 등판, 2와 2분의 1이닝 1피안타 1볼넷 2탈삼진 2실점(비자책)을 기록했다. 수비 도움을 받지 못하면서 비자책 실점이 기록됐지만, 기대했던 광속구를 팬들 앞에서 처음으로 선보였다. 우려했던 제구 난조도 없었다. 스트라이크(21개)와 볼(13개)의 비율도 괜찮았다.
무엇보다 스탁의 주 무기로 기대받았던 광속구가 빛을 발했다. 두산이 선발 경험이 많지 않았던 스탁을 새 외국인 투수로 고른 이유도 스피드 때문이다. 그가 지난해 메이저리그(MLB)에서 기록한 평균 구속이 시속 154.8㎞에 이른다. 한국 무대에서 첫 실전을 치른 이날 경기에서도 직구 시속이 최저 148㎞, 최고 156㎞에 달했다.
강속구 투수임에도 스탁은 직구에만 집착하지 않았다. 변화구를 고루 활용해 타자를 상대했다. 총 34구를 던진 그는 직구(24구) 슬라이더(3구) 커브(3구) 체인지업(4구)을 타석마다 다른 패턴으로 던졌다. 1회 첫 타자 조용호를 상대로는 직구로 카운트를 만든 후 바깥쪽 체인지업으로 삼진을 끌어냈다.
반면 두 번째 타자 장성우를 상대로는 슬라이더만 두 개를 섞고 직구의 힘만으로 루킹 삼진을 만들었다. KT 타자들은 초구부터 들어오는 스탁의 직구를 노렸지만, 외국인 타자 헨리 라모스를 제외하면 강백호를 비롯한 KT 타자들은 스탁과의 힘 싸움에서 이기지 못했다.
스탁은 등판을 마친 후 "지난 1월 23일 한국에 온 이후 스프링캠프에서 착실히 몸을 만들며 KBO리그 마운드에 서는 이 순간만을 기다렸다"고 소감을 전했다. 그는 "다만 타자를 상대하는 게 정말 오랜만이었다. 작년 7월 햄스트링 부상을 입은 이후 처음"이라며 "경기 전 조금 긴장했지만, 공을 던지면 던질수록 원하는 피칭을 할 수 있었다"고 이날 투구에 만족감을 드러냈다.
스탁은 구속을 더 끌어올릴 수 있다고 자신했다. 그는 "스피드는 더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아직 100%가 아니다"라며 "정규시즌 개막에 포커스를 맞췄다. 그때가 되면 더 빠른 공을 던질 수 있을 것"이라고 예고했다. 실제로 이날 스탁의 평균 구속은 시속 150㎞ 수준으로 MLB 평균 구속에는 미치지 못했다. 선발 보직이라는 변수는 있지만, 시범경기라는 점을 고려하면 개막 이후 더 빠른 구속을 기대할 만하다. 그가 MLB에서 기록한 최고 구속은 시속 162.5㎞에 달한다.
다만 스탁의 성공 여부는 최고 구속에 달려 있지 않다. 낯선 선발 투수의 보직에 적응해 5이닝 이상 구속을 유지할 수 있는 지구력을 증명해야 한다. 다른 외국인 투수들과 달리 스탁은 미국에서 전문 불펜투수였다. MLB, 마이너리그 통틀어 선발 경험이 총 16번뿐이다. 4이닝 이상 투구로 좁히면 9번에 불과하다. 그나마 지난해 6번(6이닝 이상 2번)을 던졌다. 싱글 A, 더블 A에서 선발 투수로 뛰다가 승격 과정에서 불펜 투수로 보직을 바꾼 다른 외국인 투수들과 비교해서도 선발 경험이 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