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여성 인물 간의 관계성이 돋보이는 ‘워맨스’(우먼+로맨스)가 드라마의 주요 흥행 코드로 떠오르고 있다. 자신의 삶을 주체적으로 살아가는 여성이 늘어나며 다양한 여성들의 삶과 인생에 대한 이야기가 소구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현재 방송 중인 JTBC 수목드라마 ‘서른, 아홉’에서도 ‘워맨스’를 다룬다.
‘서른, 아홉’은 마흔을 앞에 둔 동갑내기 세 친구 차미조(손예진 분), 정찬영(전미도 분), 장주희(김지현 분)의 우정과 사랑을 그린다. 20여 년간 함께 해 온 세 친구는 가족 또는 연인보다 더 끈끈한 사이를 자랑한다. 췌장암으로 시한부 선고를 받은 정찬영의 남은 생을 함께하려는 친구들의 이야기는 극의 중심을 이루고 있으며, 보육원 출신이라는 공통점이 있는 차미조와 김소원(안소희 분)의 느슨한 연대도 또 하나의 ‘워맨스’로 그려지고 있다. 또한 tvN 주말드라마 ‘스물다섯 스물하나’와 SBS 월화드라마 ‘사내맞선’에서도 여성 인물 간의 우정이 돋보인다. ‘스물다섯 스물하나’에서는 펜싱 국가대표인 나희도(김태리 분)와고유림(보나 분)이 친구이자 라이벌로 성장해가는 다층적인 모습이, ‘사내맞선’에서는 절친한 친구인 신하리(김세정 분)와 진영서(설인아 분)의 유쾌한 호흡이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최근 종영한 작품 중 ‘술꾼도시여자들’, ‘옷소매 붉은 끝동’, ‘지금 헤어지는 중입니다’ 등도 여성들의 우정과 연대를 내세우며 시청자들에게 공감과 위로를 전했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최근 멜로드라마들이 로맨스만으로 부족한 지점들이 많아 여성들의 우정이나 연대를 같이 넣는 경우가 많아졌다”고 분석했다. 공희정 드라마평론가는 “여성들의 활동 영역이 늘어나고 역할이 커지는 부분을 드라마가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있는 것”이라며 “남성들의 연대와 다른 섬세함, 여성들만이 보여줄 수 있는 이야기가 소재적 차별화를 준다는 장점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tvN 수목드라마 ‘킬힐’과 같이 여성 인물들의 욕망과 경쟁을 그린 작품들도 있다. 지난해에는 ‘마인’이 재벌가를 상대로 힘을 합쳐 대항한다는 여성 간 연대를 다뤄 사랑받기도 했다. 언뜻 ‘워맨스’를 내세운 작품들과는 상반돼 보이지만 궁극적으로 같은 여성끼리의 인간적 관계를 통해 시청자들의 공감을 산다는 점에서는 맥락을 같이한다.
전문가들은 드라마 속 여성 서사가 계속해서 더 다양해질 것이라고 입 모아 말했다. 김봉석 대중문화평론가는 “과거보다 여성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드라마들이 훨씬 많아졌고, 남성들의 장르로 여겨졌던 범죄물이나 액션에서도 여성을 내세우는 경우가 잦아졌다”며 “그런 지점에서 봤을 때 앞으로도 여성들의 이야기가 훨씬 더 다양해질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정덕현 평론가 역시 “최근 새로운 플랫폼들이 나오면서 드라마도 영화처럼 마니아적으로 변하고 있다. 이런 경향을 보면 나중에는 영화와 비슷한 수준으로 갈 것”이라고 추측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