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역대 최강 팀으로 군림한 현대건설이 챔피언 대관식을 하지 못했다. 현대건설의 챔피언 등극을 막은 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었다.
한국배구연맹(KOVO)은 지난 21일 긴급 대책회의를 열고 "2021~22시즌 조기 종료를 결정한다"고 발표했다. IBK기업은행과 페퍼저축은행에서 코로나19 확진 및 부상 선수가 발생함에 따라 최소 엔트리 기준인 12명을 채우지 못했기 때문이다. 앞서 두 차례나 리그를 중단한 연맹은 매뉴얼에 따라 V리그 여자부 경기 조기 종료를 결정했다. 포스트시즌도 열리지 않는다.
이번 결정이 가장 아쉬운 팀은 단연 현대건설이다. 28승 3패 승점 82로 정규시즌 1위 확정까지 승점 1점만을 남겨둔 상태였다. 당초 열릴 예정이던 22일 신생팀 페퍼저축은행과의 경기에서 '정규리그 1위 달성'이 유력해 보였다. 하지만 리그 조기 종료로 미리 준비해놓은 '1위 달성' 현수막을 펼치지 못했다.
현대건설은 압도적인 시즌을 보내는 중이었다. KOVO컵에서 전승 우승을 차지했고, V리그 개막 후 12연승의 신바람을 탔다. 12월 7일 한국도로공사에 세트스코어 2-3으로 패한 뒤 다시 연승 행진을 달렸다. 2월 22일 기업은행을 꺾고 V리그 역대 여자부 최다 15연승 신기록을 작성했다. 또한 27경기 만에 26승(1패), 승점 76을 쌓아 2012~13시즌 기업은행이 가지고 있던 역대 단일 시즌 최다승·최다 승점(25승 5패·승점 73점) 기록도 넘어섰다.
이런 기세를 몰아 현대건설은 컵대회, 정규시즌, 챔피언결정전까지 모두 정상에 오르는 '트레블'을 달성하려는 의지가 컸다.
현대건설은 외국인 선수 야스민 베다르트(등록명 야스민)의 합류를 제외하면 나머지 선수단 구성은 지난 시즌과 큰 변화가 없었다. 하지만 올 시즌부터 지휘봉을 잡은 강성형 감독 부임 후 꼴찌에서 1위 팀으로 화려하게 변신했다. 분위기도 밝아졌다. 선수들은 강 감독에게 '우승 댄스 세리머니'를 요구하는 등 격의 없이 지냈다. 선수들은 서로를 믿고 뭉쳤다. 블로킹과 속공 1위에 오른 양효진과 황민경이 중심을 잡았고, 정지윤과 이다현 등 신예 선수들이 힘을 보탰다. 백업들도 자신의 위치에서 제 역할을 다했다.
무적이었던 현대건설도 코로나19를 이기지 못했다. V리그 여자부는 2005년 출범 후 두 차례 정규시즌을 조기 종료했는데, 공교롭게도 두 번 모두 1위 팀은 현대건설이었다. 현대건설은 2년 전인 2019~20시즌에도 정규시즌 1위를 달렸지만, 코로나19 여파로 시즌을 조기 종료하면서 '우승'이 아닌 '1위' 타이틀을 받았다. KOVO는 2019년 12월 이사회에서 '정규리그 표현 방식을 (우승, 준우승이 아닌) 순위로 변경한다'고 의결했다. 챔피언결정전 승리 팀에만 '우승' 타이틀을 부여한다.
현대건설은 최종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진 못했지만, V리그 역대 최강팀으로 손색없는 역대급 페이스를 선보였다. 강 감독은 "올 시즌 정말 행복하게 배구를 했다. 아쉽지만 다음 시즌을 잘 준비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