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신인 안나린(26)이 JTBC 클래식에서 시즌 최고 성적을 냈다. 한때 공동 선두까지 나서 첫 우승도 노렸지만, 막판 보기가 뼈아팠다.
28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칼즈배드의 아비아라 골프클럽(파72)에서 열린 JTBC 클래식 최종 라운드. 안나린은 버디 5개, 보기 1개로 4타를 줄였다. 그러나 보기 1개가 뼈아팠다. 안나린은 16번 홀(파4)에서 환상적인 칩 샷에 이은 탭인 버디로 아타야 티티쿤(태국), 난나 코에르츠 마드센(덴마크)과 공동 선두로 올라섰다. 그러나 17번 홀(파5)에서 그린 위 플레이가 아쉬웠다. 3퍼트를 해 퍼팅이 발목 잡았다. 이 홀에서 보기를 적어낸 안나린은 티티쿤, 마드센에 밀렸고, 18번 홀(파4)에서 끝내 타수를 줄이지 못해 우승 도전도 좌절됐다.
1~4라운드 합계 15언더파를 기록한 안나린은 티티쿤, 마드센(이상 16언더파)에 1타 차 3위에 올랐다. 보기만 아니었어도 연장전을 치를 수 있었던 안나린으로선 아쉬운 결과였다. 안나린과 올 시즌 LPGA 루키로 활약중인 티티쿤은 18번 홀에서 열린 2차 연장에서 보기를 적어내고도 샷 난조로 더블 보기에 그친 마드센을 누르고 생애 첫 투어 정상에 올랐다.
안나린은 “17번 홀에서 이전과 같이 내 플레이에 집중했던 것 같은데, 결과가 좋지 않았다. 첫 번째 퍼팅을 강하게 쳤는데, 생각보다 많이 지나갔다”며 아쉬워했다. 그래도 그는 LPGA 투어 세 번째 대회 만에 톱10에 올랐다. 그는 앞서 1~2월에 나선 두 대회에선 모두 30위권 성적을 내는데 그쳤다. 지난해 12월 LPGA 퀄리파잉 시리즈를 수석 합격했던 그는 두 대회를 통해 LPGA에서의 경기 감각을 익힌 뒤, 국내에서 샷을 다듬고서 이번 대회에 나섰다. 그리고 준수한 성적을 냈다. 나흘 동안 그린 적중률이 81.94%(59/72)에 달했을 정도로 아이언 샷 감각이 좋아졌다.
안나린의 올해 목표는 LPGA 투어 신인왕이다. 안나린은 이번 대회에서의 좋은 성적 덕에 LPGA 투어 신인왕 경쟁에 불을 붙였다. 이 대회 전까지 신인왕 포인트 부문 7위에 머물렀던 그는 이번 대회를 통해 티티쿤(329점), 최혜진(114점)에 이어 3위(104점)에 랭크됐다. 아직 시즌 초반인 만큼, 언제든 차이를 좁힐 수 있다. 관건은 31일 개막하는 LPGA 투어 시즌 첫 메이저 대회 셰브런 챔피언십이다. 상대적으로 많은 포인트가 걸린 메이저 대회이기에 안나린 입장에선 욕심을 낼 만 하다. 그는 “이번 대회에서 전반적으로 좋은 플레이를 했다. 결과적으론 아쉽게 끝난 것 같지만, 다가오는 주에 메이저 대회도 있으니 더 집중해 보겠다”고 말했다.
비록 우승하진 못했지만, 여자 골프 세계 1위 고진영(27)의 뒷심도 매서웠다. 최종 라운드에서 4타를 줄인 그는 공동 4위(14언더파)에 올랐다. 최근 9개 대회 연속 톱10에 오를 만큼 꾸준함이 돋보였다. 이번 대회 2라운드에서 71타에 그쳐 최장 연속 60대 타수 라운드 기록(16라운드)이 끊겼던 그는 최종 라운드에서 유종의 미를 거뒀다. 고진영 역시 시즌 첫 메이저 대회에 강한 의욕을 드러냈다. 고진영은 “셰브런 챔피언십이 열리는 코스가 3년 전에 우승했던 좋은 기억이 있다. 긍정적인 생각을 갖고 플레이 하겠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