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출범 40주년 개막을 앞두고 열린 전야제. 야구팬 사랑에 보답하려는 야구인들의 의지는 그 어느 해보다 컸다.
프로야구 미디어데이가 지난달 31일 그랜드 하얏트 서울 그랜드볼룸에서 개최됐다. 1982년 출범한 프로야구는 올해 40주년을 맞이했다. 행사 오프닝 영상에서는 각 시대를 대표하는 스타 플레이어들의 경기 영상이 방영, 야구팬의 추억을 되살렸다. 참석한 10개 구단 사령탑과 대표 선수들은 2022시즌 각오를 전하며 야구팬과 소통했다.
프로야구는 위기다. 지난해 일부 선수들이 코로나 방역 수칙을 위반해 비난받았고, 도쿄 하계올림픽에서는 메달 획득에 실패하며 실망감을 안겼다.
허구연 신임 한국야구위원회(KBO) 총재는 야구인들이 현실을 직시하고, 경각심을 가져줄 것을 호소했다. 미디어데이 시작 직후 단상 위에 오른 허 총재는 "코로나 팬데믹 속에 보낸 지난 2년 동안 팬들의 소중함을 절실히 느꼈다. 현재 프로야구는 '죽느냐, 사느냐' 기로에 섰다고 생각한다. 40주년을 맞이해 새로운 출발이 필요하다. 진정성 있는 팬 서비스가 필요하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위기는 기회다. 호재도 많다. 메이저리그(MLB)를 경험한 양현종(KIA 타이거즈)과 김광현(SSG 랜더스)이 나란히 KBO리그 무대로 컴백했다. 한국야구 대표 스타 이대호(롯데 자이언츠)가 그라운드에서 뛰는 마지막 시즌이기도 하다. 김도영(KIA), 송찬의(LG 트윈스) 등 시범경기에서 맹활약한 새 얼굴들도 기대감을 주고 있다. 야시엘 푸이그(키움 히어로즈), 이반 노바(SSG) 등 MLB 스타급 플레이어도 입성했다.
올해는 개막부터 야구장 수용 인원의 100%가 입장할 수 있다. 이전보다 적극적인 팬 서비스가 동반돼야 야구팬의 발걸음을 경기장으로 끌어들일 수 있다.
야구인들의 노력은 시작됐다. 이날 미디어데이에 참석한 10개 구단 감독과 대표 선수들은 이전과 다른 모습과 발언으로 기대감을 안겼다.
등장부터 색달랐다. 예년 미디어데이와 달리 자유 복장이 가능했고, 일부 구단 선수들은 유니폼이 아닌 팀 개성을 살린 패션을 선보였다. KT 위즈 박병호와 소형준은 마치 교복을 연상케 하는 의상을 선택했고, 키움 이정후와 푸이그는 구단 로고가 새겨진 티셔츠를 맞춤 제작해 입고 나섰다.
감독들은 야구팬이 경기 외적으로 즐거움을 얻을 수 있는 점을 어필했다. 이강철 KT 감독은 "야구는 치맥(치킨+맥주 합성어)과 함께 봐야 하지 않은가. 수원(케이티위즈파크)은 통닭이 유명하다. 나도 먹어보고 싶더라"라고 했다. 이동욱 NC 다이노스 감독은 "NC파크에는 운동하면서 야구를 볼 수 있는 피트니스 센터가 들어온다"라고 했다. 김원형 SSG 감독도 야구장 내 자리한 모기업 커피 브랜드를 언급하며 팬들의 발걸음이 야구장으로 향하길 바랐다. 김태형 감독은 "구단이 다양한 마케팅을 준비하고 있다. 나는 승리를 선사할 것"이라고 했다.
리그에 활력을 불어넣을 새 얼굴 홍보도 잊지 않았다. 감독들은 스프링캠프를 치르며 두각을 드러낸 신인 선수를 직접 소개했다. 김종국 KIA 감독은 시범경기 타율 1위에 오른 1차 지명 내야수 김도영을 두고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는 선수"라며 신인왕 후보로 자신 있게 내세웠다. 카를로스 수베로 한화 이글스 감독도 강속구 투수 문동주, 내야수 정민규를 주목해달라고 했다.
역대급 경쟁도 예고하고 있다. 나성범(KIA), 손아섭, 박건우(이상 NC), 박해민(LG) 등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은 후 이적을 선택한 정상급 선수들이 많다.
이날 미디어데이에서는 디펜딩 챔피언 KT가 다른 9개 팀 견제를 가장 많이 받았다. 두산과 삼성, SSG와 LG 사령탑들도 우승 의지를 드러냈다. '출범둥이' 추신수(SSG)와 오승환(삼성)도 나란히 우승 욕심을 전했다.
2022시즌 리그 캐치프레이즈는 'Sliding to your life'다. KBO는 "도전과 승부, 짜릿함이 공존하는 슬라이딩처럼 KBO리그가 팬들의 일상 속에 열정적으로 다가가겠다는 의미"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