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모레퍼시픽이 최근 주주총회에서 '뉴 뷰티' 패러다임을 재확인했다. 뉴 뷰티는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회장이 지난해 9월 선언한 그룹의 청사진이다. 아모레는 이를 위해 전통적인 화장품 업의 굴레를 벗어던지고 오는 2025년까지 '라이프 뷰티'를 구체화한다는 방침이다. 업계는 아모레가 라이프 뷰티 전환으로 LG생활건강(LG생건)에 빼앗긴 K뷰티 간판 자리를 되찾을 수 있을지 지켜보고 있다.
아모레의 새로운 화두
아모레가 화장품 기업의 한계를 벗어나 삶 전체를 가꾸는 라이프 뷰티 기업으로 발돋움한다.
아모레는 지난 24일 제16기 정기 주총을 열고 이사 선임 및 감사위원회 위원을 선임건 등 의결사항 등을 안건으로 올리고 모두 원안대로 의결했다. 사실 이날 핵심은 따로 있었다. 바로 라이프 뷰티의 구체화다.
안세홍 아모레퍼시픽 대표이사는 "2025년까지 전통적인 뷰티 영역을 넘어 일상 전반을 포괄하는 라이프 뷰티로 업을 확장하겠다"며 강한 브랜드와 디지털 대전환, 사업 체질의 혁신을 거론했다.
아모레가 말하는 강한 브랜드란 더마코스메틱과 웰니스(병·의학기술을 덧입힌 제품군) 등 잠재력 있는 비즈니스의 확장이다. 디지털은 기술 결합을 통해 맞춤형·비대면 솔루션 등 미래 성장을 책임진다. 아모레는 또 효율을 우선시한 투자로 체질도 바꿀 전망이다.
라이프 뷰티는 작년 9월 창립 76주년 기념식에서 서 회장이 밝힌 뉴 뷰티 패러다임의 연장선이다. 당시 서 회장은 "누구나 자신만의 아름다움을 실현하는 뉴 뷰티를 열겠다"며 라이프 뷰티로의 사업 확장을 시사했다. 그러면서 아모레가 축적한 고객 데이터와 디지털 기술이 바탕이 된 '초개인화 뷰티 솔루션'을 예시했다.
착실하게 움직이고 있다. 아모레는 세계 최대 가전·기술 전시회 'CES 2022'에 뇌파로 사람의 감정을 분석하고, 이를 반영한 향과 색의 입욕제를 즉석에서 로봇이 만들어주는 '마인드링크드 배스봇'과 피부 상태를 측정해 맞춤 솔루션을 제공하는 통합 플랫폼 '마이스킨 리커버리 플랫폼'을 선보여 헬스·웰니스 부문 혁신상을 받았다. 지난해 9월에는 의료용 화장품 기업인 에스트라를 흡수합병하고 이번 주총에서 의료기기 제조업 및 판매업을 사업목적으로 추가했다.
아모레는 향후 3년간 뉴 뷰티 패러다임에 발맞춘 라이프 뷰티를 차곡차곡 실천해 갈 방침이다.
빼앗긴 대장의 자리
K뷰티 간판이던 아모레는 2017년을 기점으로 라이벌 LG생건에 왕좌를 내줬다. 한때 1조 원 이상이던 아모레의 영업이익은 7000억 원대, 2018년 5000억 원대, 2019년 4000억 원대로 연속해서 줄어들었다.
아모레는 최근 몇 년 동안 고강도 구조조정을 했다. '이니스프리'와 '에뛰드', '아리따움' 등 돈 안 되는 사업을 온라인으로 전환하고, 럭셔리 제품군 및 디지털 매출에 총력을 쏟았다.
조금씩 성과를 내는 점은 긍정적이다. 아모레는 지난해 매출 4조8631억 원, 영업이익 3435억 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대비 각각 9.7%, 140.1% 늘어난 수치다. 특히 지난해 4분기에는 매출 1조3247억 원, 영업이익 256억 원을 기록했다. 시장 전망치보다는 45%가량 낮은 수준이었으나, 내용 면에서는 나쁘지 않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럭셔리 라인인 '설화수' 매출 비중이 크게 늘었고, 면세점 및 국내 매출도 증가했다.
박종대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작년 4분기는 시장 기대치를 하회하는 부진한 실적"이라면서도 "내용은 좋았다. 설화수 매출이 국내와 중국에서 모두 전년보다 30% 이상 증가했다. 2017년 이후 처음으로 면세점 채널에서 LG생건을 눌렀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갈 길이 멀다. LG생건이 '뷰티테크'를 앞세워 북미 시장 진출을 본격화하고, 공격적인 기업 인수·합병으로 시장을 이끌어 가고 있다. 중국도 이른바 'C뷰티'를 앞세워 K뷰티의 자리를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 아모레가 중장기 이후를 내다보려면 뉴 뷰티 패러다임과 라이프 뷰티 플랜을 성공시켜야 한다.
업계 관계자는 "아모레가 주총에서 라이프 뷰티 계획과 함께 '과거의 관성을 과감히 버리겠다'는 의지를 보였다"며 "효율성과 디지털 대전환을 앞세운 이번 플랜의 성과는 이르면 내년부터 가시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