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이 자사 앱마켓에 인앱결제(자체결제) 도입을 의무화하면서 국내 주요 모바일 서비스의 가격 인상을 촉발했다. 세계 최초 글로벌 플랫폼 갑질 방지법은 여러 해석을 낳는 애매한 한 문장 때문에 무용지물이 됐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최대 토종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웨이브는 구글 안드로이드 앱에서 지난 1일부터 가장 저렴한 상품인 '베이직'의 요금을 기존 7900원에서 9000원으로 상향했다.
최상위 '프리미엄' 가격은 1만3900원에서 1만6000원으로 올렸다. 자동 결제 고객과 PC·모바일 웹 가입자는 기존 가격으로 이용할 수 있다.
티빙도 지난달 31일부터 구글 플레이 결제 가격을 최소 1100원에서 최대 2100원까지 높였다. 마찬가지로 구글 인앱결제 대신 PC와 모바일 웹을 활용하면 인상 전 가격으로 이용권을 구매할 수 있다.
결국 정보에 취약한 소비자는 더 비싼 가격에 콘텐트를 사게 되는 것이다.
이는 구글이 인앱결제 정책을 이행하지 않은 사업자를 대상으로 업데이트를 중단하는 데 이어 6월에는 앱을 삭제하겠다고 선언한 데 따른 것이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아웃링크(PC·모바일 웹) 연결·안내도 차단하라고 공지했다.
대신 타사의 인앱결제를 허용해 공정한 환경을 구축했다는 주장이다. 수수료는 기존 자사의 30%에서 4%포인트 낮췄다. 하지만 구글에 최대 26%를 지불하고 나머지를 결제 대행사에 내거나 시스템 운영 비용으로 쓰면 별다른 차이가 없다.
이에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가 지난달부터 시행한 이른바 '구글 갑질 방지법(전기통신사업법 시행령)'이 오히려 구글이 규제를 교묘하게 빠져나가는 빌미를 마련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방통위의 시행령에서는 '접근'이라는 단어가 문제가 됐다. '다른 결제방식에 접근·사용하는 절차가 어렵거나 불편하게 해 특정한 결제방식을 강제하는 행위'를 금지 유형으로 넣었는데, 방통위와 구글이 전혀 다르게 해석한 것이다.
방통위는 사실상 PC·모바일 웹 결제를 할 수 있는 아웃링크를 허용한 것으로 해석했는데, 구글은 그렇게 볼 수 없다며 반박하고 나섰다.
업계 관계자는 "자사 앱마켓 내 외부결제(타사 인앱결제)를 도입했으면 됐지 아웃링크까지 열어줄 필요가 없다는 게 구글의 입장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이를 해결하려면 시행령을 다 뜯어고쳐야 하는데 이제 의미가 없다. 법 해석의 문제가 아니라 법을 해석한 시행령에서 논란이 일어났기 때문이다"고 했다.
이와 관련 방통위는 구글 앱마켓의 새로운 결제 정책을 두고 이번 주 중 유권해석한 결과를 공개할 예정이다.
한상혁 방통위원장은 지난달 30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위법행위가 있다면 그에 대한 조사가 이뤄지고 처분이 따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길준 기자 jeong.kiljhu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