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의 최신 모바일 AP '엑시노스2200'. 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가 모바일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두뇌인 AP(중앙처리장치)를 직접 개발하고 나섰지만 좀처럼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자사 스마트폰 브랜드까지 외면하며 영 신통치 않은 모습이다. 그 사이 대만은 반도체 신흥 강자로 급부상하고 있다.
5일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SA)의 스라반 쿤도잘라 연구원은 "삼성전자 시스템LSI사업부는 주요 고객사인 삼성 모바일이 퀄컴·미디어텍·UNISOC로 주문을 옮기면서 AP 출하량이 급감했다"고 말했다.
다만 SA는 삼성전자가 중저가 AP 신제품인 '엑시노스1280'으로 올해 하반기부터 점유율 확대에 나설 것으로 예상했다.
최근 삼성전자 MX(모바일 경험)사업부가 출시한 '갤럭시A53', '갤럭시A33'에 엑시노스1280이 탑재된 것으로 알려졌다. 갤럭시 M과 F 시리즈에도 엑시노스가 들어간다.
삼성전자는 스마트폰 사업 초창기의 '갤럭시S1'부터 직접 칩셋을 만들어 넣었다. 다만 2011년 엑시노스로 브랜드를 확정하면서 소비자에게 더 알려지기 시작했다. 엑시노스는 그리스어로 '스마트'와 '그린'의 의미를 담고 있다.
엑시노스를 탑재한 스마트폰·태블릿 등 모바일 디바이스는 대부분 삼성 제품이다. 중국 비보가 일부 스마트폰에 도입하기도 했다.
애플과 글로벌 시장을 양분한 삼성전자 갤럭시의 힘을 빌려 모바일 AP도 메모리 사업만큼의 우위를 가져가려 했지만 쉽지 않았다.
칩 생산성을 고려해 국가에 따라 엑시노스 대신 퀄컴의 AP를 채택하는 전략으로 확산하는 속도에 한계가 있었다. 발열과 성능 측정에서는 애플이 자체 개발한 '바이오닉'은 물론 대만 미디어텍에도 밀리는 모습이다.
미디어텍 CI 이에 글로벌 모바일 AP 시장은 삼성전자를 제외한 3강 구도가 굳어지고 있다.
SA에 따르면 2021년 전 세계 모바일 AP 시장 규모는 전년 대비 23% 증가한 308억 달러(약 37조원)를 기록했다.
미국 퀄컴이 37.7%로 1위에 올랐다. 2위는 미디어텍(26.3%), 3위는 애플(26.0%)이 차지했다. 4위 삼성전자(6.6%)는 한 자릿수에 그쳤다.
가장 많이 팔린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AP는 퀄컴의 '스냅드래곤 888/888+' '스냅드래곤 765/765G' '스냅드래곤 750G'와 미디어텍의 '디멘시티700'이다.
미디어텍의 도약이 눈에 띈다. 최근에는 플래그십 전용 '디멘시티9000'이 성능 측정 사이트 긱벤치에서 퀄컴과 삼성을 압도해 업계를 놀라게 했다.
쿤도잘라는 "미디어텍은 연간 AP 출하량이 7500만개 이상으로 처음 퀄컴을 제쳤다. 퀄컴이 집중하지 않은 중저가 LTE 수요를 잘 공략했다"고 분석했다.
미디어텍은 원래 홈 엔터테인먼트 제품용 칩셋을 만드는 대만 UMC의 한 부서였다. 1997년 분사했으며 DVD 플레이어·TV에 이어 스마트폰과 태블릿으로 영역을 확장해 여기까지 왔다.
가성비 칩셋으로 새로운 스마트폰 사업자가 시장에 진입할 수 있도록 도운 전략이 주효했던 것으로 평가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