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성차 업체들의 1분기 판매 실적이 일제히 감소했다. 코로나19 이후 반도체 수급이 여의치 않은 상황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부품수급 여파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봄 나들이객 증가에 맞춰 할인 카드를 일제히 꺼내 들었지만, 부품 수급난이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아 단기간에 판매량을 끌어올리기는 어려울 것으로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쌍용차 제외 일제히 후진기어
6일 업계에 따르면 완성차 5개사(현대차·기아·한국GM·르노삼성·쌍용차)의 올해 1분기 판매 실적은 감소세로 돌아섰다.
5개사의 1분기 누적 판매는 179만4846대로 전년 동기 대비 5.3% 줄었다. 특히 내수 판매는 30만8298대로 전년 동기(35만9505대) 대비 14.2%나 쪼그라들었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였던 2009년 1분기(25만5809대) 이후 13년 만에 분기별 최저 실적이다.
업체별로 보면 현대차의 1분기 판매량은 15만2098대로 전년 동기(18만5413대) 대비 17.9% 줄었다.
그나마 위안은 매달 판매량이 회복세에 있다는 점이다. 현대차는 1월에는 4만6205대 판매에 그쳤지만 2월 5만3010대, 3월 5만2883대로 5만대 수준을 유지했다. 또 지난해 최다 판매를 기록한 그랜저는 올해 1월 1806대에 그쳤지만 3월에는 6663대로 늘었다. 1월 376대 판매에 그쳤던 아이오닉5는 3월 3208대로 회복됐다.
기아도 1분기 12만1664대를 팔아 전년 대비 6.4% 감소했다. 기아도 1월 3만7038대, 2월 3만9560대, 3월 4만5066대로 점진적으로 공급을 확대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4월에는 5만대 수준으로 생산을 확대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르노코리아와 한국GM도 국내 판매가 부진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르노코리아의 올해 1분기 실적을 보면 직전 분기와 비교했을 때 수출 물량은 유지됐지만, 내수 판매량이 3.6% 뒷걸음질 쳤다.
한국GM은 지난해 1분기(1만7352대)보다 57.4% 감소했다. 특히 국내 완성차 업체 중에서는 유일하게 1만대를 넘지 못했다. 주력 차종인 트레일블레이저의 국내 판매량 3500대로 전년 동기(4604대) 대비 24.0% 감소했다. 국민 경차로 불렸던 스파크는 1925대로 전년 동기(5728대) 대비 66.4%나 줄었다. 트레일블레이저와 스파크를 제외하고 1000대 이상 판매된 모델은 픽업트럭인 콜로라도(1009대)가 유일하다.
올해 1분기 내수시장에서 유일하게 성장세를 보인 곳은 쌍용차다. 총 1만4478대를 팔아 전년(1만2627)보다 14.7% 성장했다. 하지만 판매량이 1만5000대에 머물러 전체 완성차의 내수 실적을 끌어올리기에는 부족했다.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부품 수급 부족으로 인한 생산 차질과 오미크론 확산 등 경영 불확실성이 지속하고 있다”며 “차량 생산 일정 조정 등으로 공급 지연 영향을 최소화하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판촉전 돌입…부품난에 효과는 미지수
내수 판매량이 급감하자, 업계는 이달 현금지원, 저리할부, 노후차 교체 지원 등 다양한 판촉카드를 꺼냈다.
현대차는 아이오닉5 대기고객(2021년 계약자)이 차종을 전환해 출고하면 차종에 따라 할인을 제공한다. 넥쏘는 100만 원, 아반떼·쏘나타·그랜저·코나·투싼 하이브리드는 30만 원을 깎아준다.
이와 함께 최초 등록기준 10년, 15년 이상 차량을 보유한 고객이 쏘나타나 그랜저, 싼타페를 구매하면 10년 이상 30만 원, 15년 이상 50만 원을 할인해준다. 하이브리드 모델은 제외다.
기아는 탄소제로 캠페인을 통해 10년 이상 노후차를 폐차한 후 전기차를 출고한 고객에게 20만 원을 지원한다.
또 전시장 방문 이벤트에 참가한 고객에게는 코오롱 캠핑용품 상품권 100만 원권(1명), LG 틔운 미니(5명), 투썸 텀블러 세트(200명), 동구밭 지속가능한 일상 라이프 세트(200명), GS25 교환권 3000원권(100% 당첨), 기아 계약금 지원 쿠폰 10만 원권(3,000명)을 추첨으로 제공한다.
르노코리아는 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SUV) QM6에 대해서 RE 시그니처, 프리미어 모델 구매시 30만 원 상당의 편의사양·용품·보증연장 구매 지원 프로모션이 적용된다. 할부 구매 시에는 최대 36개월 무이자 할부 기간을 설정할 수 있는 '마이웨이' 프로그램을 이용할 수 있다.
출고 대기 없이 차량 인도가 가능한 르노 조에는 100만 원의 특별 가격 할인이 제공되며 현금 구매 고객에게는 100만 원의 추가 할인, 선불 충전카드에 대해선 50만 원을 지원한다. 공무원, 교직원, 국가유공자, 장애인, 다자녀가구의 경우 50만 원의 특별 할인 혜택을 추가로 받을 수 있다.
쌍용차는 뉴 렉스턴 스포츠&칸 고객에게는 스포츠 브랜드 보유 고객 20만 원, 노후차 지원 30만 원, 로열티 프로그램 30만 원을 지원한다. 소상공인 및 자영업자에는 10년간 자동차세 등을 지원한다.
한국GM은 말리부 구매 고객에게 36개월 무이자 할부 또는 1.0~2.9%의 저리로 최대 72개월까지 장기 할부 혜택을 제공한다. 고객은 현금 지원과 할부 혜택이 결합한 콤보 할부를 선택할 수도 있는데, 이 경우 180만 원 현금을 지원한다.
트레일블레이저 구매 고객에게도 3~3.9%의 저리로 최대 72개월까지 장기 할부 혜택을 제공한다. 콤보 할부 선택시에는 80만 원의 현금이 지원된다. 스파크 구매 고객에게는 이율 3.3~4.3%의 장기 할부 또는 콤보 할부를 통해 30만 원의 현금 혜택을 제공한다.
다만 업계의 이런 판촉행사가 내수 판매를 늘릴지는 미지수다. 부품 수급난으로 인한 출고 대란이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현대차·기아가 영업 일선에 공유한 4월 납기 일정에 따르면 이달 신차 계약 시 출고 대기 기간은 전달보다 평균 1~2개월 길어졌다.
현대차는 아반떼가 전달 7개월에서 이달 8개월, 그랜저가 5개월에서 6개월로 늘었다. 기아도 상황이 더 악화됐다. 스포티지 하이브리드(HEV)와 쏘렌토 HEV는 전달 16개월에서 이달 18개월 이상으로 두 달 늘었다. 전기차 EV6도 한 달 늘어 출고까지 16개월 이상 소요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