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신수는 지난 6일 수원KT위즈파크에서 열린 KT 위즈전에 1번·지명타자로 선발 출전했다. 기록은 3타수 무안타 2삼진. KT 오른손 사이드암 선발 투수 고영표를 공략하지 못했다.
1회 초 첫 타석에서는 몸쪽(왼손 타자 기준) 커브 뒤 들어간 시속 137㎞ 포심 패스트볼(직구)에 배트도 내지 못하고 루킹 삼진당했다. 3회 두 번째 승부에서는 2구째 낮은 체인지업을 때렸지만 2루 땅볼로 아웃됐다.
5회 마지막 승부는 6구 승부까지 끌고 가며 끈질기게 버텼다. 낮은 코스 체인지업 2개를 골라내기도 했다. 그러나 결국 풀카운트에서 스트라이크존에 들어간 커브를 그대로 지켜보며 삼진으로 물러났다. 추신수는 착잡한 표정으로 잠시 하늘을 바라본 후 더그아웃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추신수는 2021년 스프링캠프 연습경기에서 고영표의 투구를 본 후 "메이저리그에서는 밑으로 던지는 투수(사이드암)가 많지 않기 때문에 시선이 가더라"라고 했다. 며칠 후 삼성 라이온즈와의 연습경기에서는 고영표보다 릴리스포인트가 더 낮은 삼성 라이온즈 사이드암 투수 김대우도 눈여겨봤다.
유형이 낯선 투수를 향한 경계심은 철저한 대비로 이어졌다. 추신수는 2021시즌 '옆구리' 투수들을 상대로 타율 0.373(51타수 19안타)를 기록하며 강했다. 두산 베어스 토종 에이스 최원준에겐 10타수 6안타를 기록했다. 김대우와의 다섯 차례 승부에서도 안타 3개를 때려냈다.
그러나 고영표에게는 유독 약했다. 일곱 차례 맞대결에서 안타 없이 삼진만 5개를 당했다. 범타 2개도 각각 3루 땅볼과 3루수 파울플라이였다. 정타를 만들지 못했다는 얘기다. 고영표가 등판한 8월 27일 KT전에서는 선발 라인업에서 빠지기도 했다.
추신수는 2021시즌이 끝난 후 "고영표의 체인지업은 공이 없어지는 느낌이다. 내가 바보가 되는 것 같다"라며 고영표 상대 열세를 인정했다. 지난 2월 스프링캠프 인터뷰에서는 "설욕도 가능성이 있어야 할 수 있다. (고)영표가 등판하는 경기에는 감독님께 말씀드리고 쉬려고 한다"라며 멋쩍은 웃음을 보이기도 했다.
당시 추신수의 극찬에 고영표는 "한마디를 해도 영향력이 큰 선배님이 그렇게 좋게 평가해줘서 감사하다. 유독 공이 잘 들어간 덕분이다. 앞으로도 의식하지 않고 승부할 것"이라고 했다.
추신수는 메이저리그(MLB)에서만 16시즌 동안 뛰었다. 당연히 천적들이 있었다. 사이영상 수상자 저스틴 벌렌더가 대표적이다. 상대 통산 타율은 0.188. 보스턴 레드삭스 에이스 크리스 세일에게도 0.077로 약했다. 그러나 벌렌더를 상대로는 한 경기(2019년 4월 2일)에 2루타와 3루타를 때려내며 설욕한 전력이 있다. 2017년 5월 26일 보스턴전에서는 호투하던 세일을 강판시키는 적시 좌전 안타를 쳤다.
한국야구 대표 타자 추신수. 지난 시즌 리그 최다 퀄리티스타트(6이닝 이상 3실점 이하 투구)를 기록하며 정상급 투수로 올라선 고영표. 두 선수의 천적 관계는 흥미롭다. 2022년 첫 맞대결은 추신수가 고전하는 형세가 이어졌다. 11번째 승부에 관심이 모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