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롯데에서 타순 변경이 가장 많은 곳은 바로 리드오프다. 지금까지 총 4명에게 기회가 돌아갔다. 정훈과 박승욱이 나란히 3경기씩 1번 타자로 출전했다. 이학주가 2차례, 신인 조세진이 2차례 리드오프로 선발 출전했다.
이러한 롯데의 변화는 선수단 구성이 많이 바뀐 결과다. 또한 래리 서튼 롯데 감독이 추구하는 색깔과도 연관되어 있다.
지난해 롯데에서 가장 많이 리드오프로 출전한 선수는 외국인 타자 딕슨 마차도였다. 롯데 1번 타순의 총 35.4%(245타석)를 차지했다.서튼 감독은 허문회 감독의 경질로 지휘봉을 잡은 후 마차도를 1번 타자로 가장 많이 기용했다.
하지만 롯데는 지난 시즌 종료 후 마차도와 재계약을 포기했다. 지난해 마차도 다음으로 안치홍이 두 번째로 많은 122타석을 1번타자로 들어섰는데, 이는 모두 허문회 감독 시절 구성된 타선이었다. 그외 1번 타자로 많은 경험을 지닌 민병헌은 은퇴했고, 손아섭은 NC 다이노스와 FA(자유계약선수) 계약으로 팀을 떠났다. 둘은 프로 통산 각각 1961타석, 1429타석 1번 타자로 나선 바 있다.
이에 따라 서튼 감독은 2022시즌 새로운 리드오프 찾기에 나섰다. 올 시즌 새로 합류한 박승욱(방출 선수 영입)과 이학주(트레이드 영입), 조세진(2022 2차 1라운드 신인)을 돌아가며 테스트했다.
다만 이들은 전형적인 리드오프 스타일은 아니다. 서튼 감독도 인정하는 부분이다. 대개 리드오프는 발이 빠르고 출루율이 높을 뿐만 아니라 콘택트 능력까지 갖춘 선수가 맡는다. 지난해 리드오프 출전 경험이 있는 김재유(74타석)와 추재현(60타석), 신용수(44타석) 등도 호시탐탐 기회를 노린다.
모두를 만족시키는 리드오프는 아직 나타나지 않고 있다. 박승욱과 이학주의 포지션은 유격수다. 체력 소모가 큰 1번 타자를 맡으면 수비에서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 타격도 약한 편이다. 13일까지 박승욱이 타율 0.143, 이학주가 0.214에 그치고 있다. 조세진은 타율 0.235를 기록하며 데뷔 시즌 1군 무대에 안착하고 있다. 하지만 신인이 1번 타자를 맡기에는 어깨가 무겁다.
현재까지 성적표를 보면 정훈이 가장 높은 점수를 얻고 있다. 1번 타순에서 가장 높은 0.273의 타율을 기록하고 있다. 출루율(0.400)도 1번 타자 후보 중에서 가장 높다. 정훈은 2020년에는 1번 타자로 팀에서 가장 많은 343타석에 들어섰다. 지난해에도 리드오프로 65타석을 소화했다. 이런 활약과 경험을 인정받아 최근 3경기 연속 1번 타자로 중용됐다.
다만 정훈이 리드오프를 맡을 경우 롯데의 타점 생산력이 떨어질 수도 있다. 정훈은 타율 0.292, 14홈런, 79타점으로 커리어하이를 달성한 지난해 롯데에서 가장 많이 4번 타자(201타석)를 맡았다. 서튼 감독의 고민이 길어질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