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곡 음원이 무슨 요일, 몇 시에 나오는지만 봐도 대략적인 아티스트의 특성을 알 수 있다. 최근 들어 K팝의 시장이 아시아를 넘어 북미까지 확대되면서 일어난 현상이다.
눈여겨 볼 만한 요일은 월요일, 화요일(수요일), 금요일이다. 발매 시간은 오후 6시, 오후 1시가 지배적이다. 최고의 결과를 만들기 위한 K팝 스타들의 노력. 과연 이들의 음원 공개 시간에는 어떤 법칙이 있을까.
금요일 오후 1시, 글로벌 스타들을 만날 시간
금요일 오후 1시는 최근 몇 년 사이 빠르게 자리를 잡은 시간대다. 한국 시간으로 금요일 오후 1시는 미국 동부 기준 금요일 오전 0시다.
미국 빌보드는 미국 동부 시간을 기준으로 매주 금요일부터 그 다음 주 목요일까지의 결과를 집계해 차트에 반영한다. 즉 빌보드에서 최고의 결과를 내고자 하는 스타들은 금요일 오후 1시를 발매일을 택한다.
지난 2020년 8월 14일 오후 1시에 발매됐던 그룹 슈퍼엠의 ‘헌드레드’(100)를 시작으로 방탄소년단의 ‘다이너마이트’, NCT127의 ‘스티커’, 블랙핑크와 셀레나 고메즈의 ‘아이스크림’, 최근 발매된 세븐틴의 영어 싱글 ‘달링’(Darl+ing)까지 K팝계 거물들이 금요일 오후 1시를 발매일로 선택, 빌보드 차트에서 좋은 성과를 거뒀다. 성적 외에 다른 이유도 있다. ‘뉴 뮤직 프라이데이’(New Music Friday) 캠페인에 발맞추기 위해서다. ‘뉴 뮤직 프라이데이’란 다수의 아티스트가 같은 날 음원을 발매함으로써 신곡 프로모션 효과를 극대화하고, 발매 일정을 맞춤으로써 불법 음원 및 음반 확산을 방지하도록 하겠다는 캠페인이다. 아리아나 그란데, 올리비아 로드리고, 빌리 아일리시, 저스틴 비버 등 내로라하는 팝스타들이 이 ‘뉴 뮤직 프라이데이’에 따라 금요일에 신곡을 내고 있다. K팝 스타들 역시 이런 글로벌 스탠다드에 한발 맞춰가고 있다.
월요일 오후 6시, 모두가 원하는 정석
월요일 오후 6시는 오랫동안 많은 K팝 스타들에게 사랑을 받는 시간대다. 18일엔 미쓰에이 출신 민이 신곡 ‘힛 미 업’(Hit Me Up)을 냈고, 그 전주인 11일 오후 6시에는 그룹 샤이니의 온유가 신곡 ‘다이스’(DICE)를, 그룹 이펙스가 신보 ‘21세기 소년들’을 발매했다.
이는 월요일부터 돌아오는 일요일까지의 음원 성적을 집계해 점수에 반영하는 국내 음악 방송 시스템에 따른 것이다. 또한 많은 음원 차트들의 주간 순위 집계가 월요일부터 시작된다. 음악 방송에서 더 많은 트로피를 받고자 하는 스타들이라면 유혹적이지 않다 할 수 없다.
또 종전에는 자정에 음원을 발매하는 게 일반적이었으나 이용자가 적은 새벽 시간에 일부 인기 스타들의 팬덤이 스트리밍을 집중적으로 해 차트를 왜곡시킨다는 지적에 따라 차트가 변화되며 오후 6시 발매가 새롭게 자리를 잡았다. 이용자가 많은 하굣길과 퇴근길에 신곡을 공개해 프로모션 효과를 극대화하겠다는 계획이다. 화요일 또는 수요일 오후 6시, K팝 루키들을 기대해!
월요일이 순위 집계에서 유리한 건 사실이지만 누구나 월요일 오후 6시를 원하는 건 아니다. 음원을 공개하고 바로 음악 방송에 나가서 무대를 꾸밀 수 있는 화요일이나 수요일 역시 많은 K팝 스타들, 특히 순위보다는 인지도를 쌓는 게 우선인 K팝 루키들에게 큰 사랑을 받고 있다.
화요일엔 SBS MTV의 ‘더 쇼’가 수요일엔 MBC M의 ‘쇼! 챔피언’이 각각 방송된다. 이때가 한주 음악 방송의 시작점으로, 이후 Mnet ‘엠카운트다운’(목요일), KBS2 ‘뮤직뱅크’(금요일), MBC ‘쇼! 음악중심’(토요일), SBS ‘인기가요’(일요일)이 연이어 방송된다. 방송을 본 시청자들이 바로 음원을 찾아 듣거나, 혹은 음원을 듣고 바로 무대를 볼 수 있는 화요일과 수요일을 K팝 스타들이 사랑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