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패션 대표 기업인 휠라그룹과 패션그룹 형지의 2세 경영이 무르익고 있다. 휠라와 형지는 각각 글로벌 그룹 도약과 리브랜딩이라는 과제를 안고 있다. 패션업계는 양사의 미래로 평가받는 윤근창 휠라홀딩스 대표와 최준호 형지엘리트 사장이 이끄는 혁신에 관심을 갖고 지켜보고 있다.
전면 등장한 윤근창 휠라홀딩스 대표
윤근창 휠라홀딩스 대표 휠라는 지난 2월 글로벌 5개년 전략 계획 '위닝 투게더'를 발표했다. 향후 5년간 1조 원 이상을 투자해 '프리미엄 라이프스타일 스포츠 브랜드'로 나아가겠다는 야심 찬 계획과 함께 시선을 모은 부분이 더 있었다. 이날 전략 계획을 발표한 윤근창 대표다.
윤윤수 휠라 회장의 장남인 윤근창 대표는 2007년 자회사 휠라 USA를 통해 경영 수업을 시작했다. 당시 윤근창 대표는 사실상 적자 상태인 미국 법인을 흑자로 돌려놓았고, 휠라의 재기 신호탄이던 '어글리슈즈'의 유행을 이끌었다고 평가받는다. 휠라는 윤근창 대표가 2018년 대표이사에 오르면서 제2의 전성기를 활짝 열었다. 그러나 그는 착실한 성과에도 대중 앞에 모습을 잘 드러내지 않았다. 위닝 투게더 발표와 함께 대중 전면에 나선 윤근창 대표에 관심이 쏠린 배경이다.
윤근창 대표는 조용하지만 착실하게 계획을 수행하고 있다. 휠라홀딩스는 지난 11일 김지헌 전 뉴발란스 사업총괄을 휠라코리아 신임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김 신임 대표는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의 국내 비즈니스 경험이 풍부한 스포츠 패션산업 전문가다. 특히 뉴발란스 브랜드 사업 총괄로 매출을 3년간 150% 이상 끌어올렸고, e커머스 비즈니스 확대 등 굵직한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이끌었다고 평가된다.
김 신임 대표의 선임은 윤근창 대표의 위닝 투게더 일환이다. 지난 2020년부터 휠라홀딩스와 휠라코리아 대표직을 겸했던 윤 대표는 휠라홀딩스 대표로서 글로벌 그룹 차원의 전략 실행에 전념할 예정이다.
지난해 휠라홀딩스는 사상 최대 실적을 올렸다. 매출액은 3조7940억 원으로 전년보다 21.3%, 영업이익은 4929억 원으로 44.1% 늘었다. 당기순이익은 3378억 원으로 70.8% 확대됐다. 이익의 상당 부분이 타이틀리스트, 풋조이 등 골프 브랜드를 전개하는 휠라홀딩스의 자회사인 아쿠쉬네트에서 나온 것이기는 하나, 이는 골프 가능성을 본 휠라홀딩스의 선구안이 들어맞았다는 뜻이기도 하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김 신임대표의 발탁은 글로벌과 국내 경영의 역할을 정돈하는 차원으로 보인다. 윤 대표는 그동안 확실한 경영 성과를 낸 2세다. 휠라홀딩스 대표로 글로벌 전략을 성공시키는 것에 기대가 모이는 이유"라고 말했다. . 젊은 리더십, 최준호 형지엘리트 사장
형지엘리트는 지난달 30일 제21기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최준호 사장을 신규 사내이사로 선임했다고 최근 밝혔다. 앞서 형지그룹은 올해 정기 임원인사에서 최준호 사장이 까스텔바작 대표이사와 형지엘리트 사장직을 겸직하도록 했다. 형지엘리트는 최준호 사장의 여러 사업 경험과 해외시장 개척 성과를 통해 스포츠 상품화 사업 등 신사업을 강화하고, 중국 시장 확대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최준호 대표는 최형오 형지그룹 회장의 장남이다. 1984년생인 최 대표는 2011년 형지그룹 구매팀부터 시작해 경영수업을 받아왔다. 네 살 많은 누이 최혜원 형지I&C 사장은 2016년부터 본격적으로 외부에 모습을 드러내 왔다. 그러나 최 대표가 활발하게 경영 일선에 나서기 시작한 것은 사실상 지난해부터다.
최준호 형지엘리트 사장 겸 까스텔바작 대표 패션업계 안팎에서는 형지그룹의 세대교체를 책임질 인물이 사실상 최준호 대표라는 분석이 나온다. 형지그룹은 브랜드 노후화와 오프라인 중심의 유통채널이 단점으로 꼽힌다. 형지그룹은 '크로커다일레이디‘ '샤트렌' 등의 브랜드를 앞세워 비교적 안정적인 50~60대 소비자군을 보유하고있다. 폭발적이지 않으나 꾸준한 캐시카우의 역할을 하는 브랜드다. 그러나 지속가능한 성장을 해야 할 형지그룹의 미래를 볼 때 현재 구조는 상당히 제한적이라는 것이 공통된 시선이다.
업계 관계자는 "형지그룹이 브랜드 이미지는 물론 경영 전반에 걸쳐 특유의 다소 고루한 이미지가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그런데 최 대표가 젊은 감각과 함께 비교적 열린 리더십을 갖췄다는 평가가 나온다"고 말했다.
변화도 감지된다. 리브랜딩 과정을 밟고 있는 골프웨어 브랜드 까스텔바작이 대표적이다. 까스텔바작은 최근 디자이너 김리을과 콜라보레이션 협약을 맺었다. 김리을은 한복의 특징을 수트에 접목해 최근 MZ세대 사이에 인지도가 높다. 까스텔바작과 김리을 디자이너는 올봄과 여름 시즌 한정판으로 제작한 남녀 골프웨어를 상반기 중 론칭한다는 계획이다. 까스텔바작은 지난해 말 패션 플랫폼 1위 무신사와도 유망 골프 브랜드 발굴 및 육성을 위한 협업을 선언하면서 젊은 소비자를 향해 진군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최준호 대표가 형지그룹의 과거 스타일과 달리 외부 인사를 영입하고 조직개편에도 집중하고 있다"며 "내부 소통도 강화하기 위해 나름대로 변화를 꾀하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