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 어려운 시기에 감독을 맡았다. 선수단과 함께 어려움을 헤쳐 나가겠다. 수원 삼성은 위기에 강하고 역전에 능하다. 지고는 못 배긴다. 수원 축구의 부활을 위해 선수들과 함께하겠다.”
프로축구 K리그1(1부) 수원 삼성의 제7대 사령탑으로 부임한 이병근(49) 감독이 ‘축구 명가’ 재건을 다짐했다. 이병근 감독은 21일 경기도 화성의 수원 삼성 클럽하우스에서 취재진과 만나 “감독 제의가 왔을 때 솔직히 피하고 싶었다. 수원이 못 이기는 걸 외부에서 볼 때 아쉬웠다. 부활시켜야 한다는 생각을 가졌다”고 말했다.
수원은 위기다. 리그가 9라운드까지 진행된 가운데 수원은 승점 7(1승 4무 4패)로 11위에 머물러 있다. 올 시즌 1부에서는 최대 3팀이 K리그2(2부)로 강등되는데, 11위와 12위는 2부로 자동 강등된다. 수원은 최하위 성남FC(승점 5·1승 2무 6패)와 승점 차가 2점에 불과하다. 강등 위기에 처했다.
위기의 수원에 ‘구원 투수’로 나선 이병근 감독이다. 수비수 출신의 이병근 감독은 1996년 수원의 창단 멤버로 프로 선수 생활을 시작했다. 2006년까지 수원에서 351경기를 뛰며 16차례 우승에 일조했다. 은퇴 후 2013년부터 2018년까지 수원 코치를 역임했고, 서정원 전 감독의 사퇴 후 감독대행을 맡기도 했다. 수원의 순혈을 일컫는, 소위 ‘리얼 블루’다.
2010년대 수원 감독 자리는 ‘독이 든 성배’나 다름없었다. 구단의 정체성을 잘 이해하는 레전드 출신 서정원(2013~2018년), 이임생(2019~2020년), 박건하(2020~2022년) 감독은 그다지 성공적이지 못했다. 이병근 감독은 “이전 감독님들만의 어려움은 있었을 것이다. 리얼 블루의 책임감을 갖겠다. 최고의 결과로 수원의 명성을 되찾겠다”고 말했다.
이병근 감독은 이미 지도력을 인정받았다. 그는 2018년 수원 감독대행을 맡아 1승 4무 2패의 성적을 거뒀다. 이후 2020년 대구FC의 정식 감독이 되면서 지난해 구단 최고 성적인 1부 3위와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 진출권을 따낸 바 있다. 수원은 최종 후보 3명 중 이병근 감독을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20일 명지대와 연습경기를 치른 이병근 감독은 “선수들이 자신감이 부족해 보였다. 패배의식에서 벗어나야 한다. 열정적인 팀으로 바꾸고 싶다”며 “염기훈이 전술의 중심이 될 것이다. 수비를 스리백에서 포백으로 바꾸는 것도 구상 중이다. 리버풀(영국) 같은 축구를 좋아한다”고 말했다.
이병근 감독의 목표는 파이널A(1~6위) 진출이다. K리그는 33라운드 진행 후 상·하위 6개 팀으로 나눠 5라운드를 진행한다. 이 감독은 “시즌 초반이기에 승점 차가 많이 벌어져 있지 않다. 한두 경기만 이기면 반등할 수 있다. 6위 안에 들어 신선한 공기를 느끼고 싶다”면서 “FC서울, 대구에 지고 싶지 않다. 특히 서울과의 슈퍼 매치는 선수들이 전쟁이라는 각오로 나서야 할 것이다”고 말했다. 이병근 감독은 오는 27일 김천 상무와 대한축구협회(FA)컵 원정 경기에서 수원 사령탑으로 정식 데뷔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