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삼영 삼성 라이온즈 감독의 1번 타자 계획이 꼬였다. 사자군단의 공격 활로가 그만큼 꽉 막혔다.
올 시즌 허삼영 감독이 선택한 개막전 리드오프는 김상수(32)였다. 다소 의외일 수 있었다. 김상수는 지난 시즌 출루율이 0.320으로 규정타석을 채운 53명의 타자 중 최하위. 잦은 출루로 상대 배터리를 흔들어야 하는 1번 타자와 어울리지 않았다. 허삼영 감독도 "작년 성적만 보면 리드오프로 기용하는데 리스크가 있다"고 인정했다. 하지만 "성적을 배제하고 선수가 가진 장점을 봤다. 김상수가 1번을 맡으면 가장 좋은 조합이 될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상수는 개막 하루 만인 지난 3일 부상자명단에 올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인한 컨디션 난조가 원인이었다. 허삼영 감독은 김상수가 빠진 빈자리를 김지찬으로 채웠다. 지난 10일 김상수가 1군에 복귀한 뒤에는 다시 그를 리드오프로 중용했다. 개막 전 구상대로 타순을 꾸려 일정을 소화 중이다.
그런데 효과가 크지 않다. 삼성의 1번 타순 타율은 25일 기준으로 0.183(82타수 15안타)에 불과하다. 프로야구 10개 팀 중 9위. 이 부문 선두 두산 베어스(0.352)와 차이가 1할 5푼 이상이다. 1번 타순 출루율(0.287)과 장타율(0.232)도 각각 8위와 9위로 좋지 않다. 1번 타순의 생산력이 1년 만에 확연하게 떨어졌다.
삼성은 지난 시즌 1번 타순 타율과 출루율이 각각 3위와 2위였다. 국가대표 리드오프 박해민 덕분에 1번 타순 걱정이 크지 않았다. 하지만 시즌 뒤 박해민이 LG 트윈스로 FA(자유계약선수) 이적해 타순 변화가 불가피했다. 고심 끝에 파격적으로 선택한 박해민 대체 카드는 실패 조짐이다. 김상수의 시즌 1번 타순 타율은 0.154(39타수 6안타), 김상수와 번갈아 1번 타순에 투입되는 김지찬의 리드오프 타율도 0.167(30타수 5안타)로 평균 이하다.
공교롭게도 삼성은 2번 타순 타율마저 0.175로 리그 9위다. 구자욱이 시즌 초반 고전하면서 2번 타순의 생산력도 바닥을 치고 있다. 테이블 세터가 고전하니 3번 타순의 파괴력을 효과적으로 이용하지 못한다. 삼성은 호세 피렐라가 맡는 3번 타순 타율이 0.370으로 리그 1위. 타선의 엇박자 속에 시즌 초반 순위 싸움에서 크게 밀렸다. 개막 전만 하더라도 우승 후보로 평가받던 삼성이지만 25일 승률이 0.350(7승 13패)에 그치는 가장 큰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