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김아중이 또 한 번 완성도 높은 수작을 남겼다. 최근 종영한 디즈니+ ‘그리드’를 이끌어 간 정새벽을 연기하며 김아중은 믿고 보는 배우로 완전히 자리매김했다.
정새벽은 김아중의 첫 형사 역할이었다. 김아중은 모든 이야기의 중심에서 정새벽의 선택으로 극을 마무리하며 지구와 환경, 그리고 현실과 미래를 모두 아우른 거대한 서사에 마침표를 찍었다. 매회 드러나는 진실과 반전의 소용돌이에서 김아중은 묵직한 무게중심을 지키며 ‘그리드’를 책임졌다.
-‘그리드’를 선택한 이유는. “흔히 접할 수 없던 구성과 작가님만의 디테일에 매료되어 참여하게 됐다. 그만큼 이수연 작가님과의 작업은 새로웠고, 익숙한 형식과 한계에 안주하지 않는 아티스트로 느껴졌다.”
-정새벽을 어떻게 표현하려고 했나. “’그리드’의 모든 인물은 각자의 욕망과 신념으로 인해 누군가는 파멸하고 누군가는 희생 또는 적응과 세대 보존을 하게 된다. 그중 ‘정새벽은 선역이어야 한다.’라는 작가님의 당부를 되뇌며, 충동적일 때도 정의에 대한 신념을 단단히 하려고 노력했다. 정새벽은 정의롭지만 ‘의혹을 해갈하려는 개인의 욕망’을 갖고 도발하기도 한다. 그리고 타인에 대한 연민으로 갈등하고 고민한다. 우리가 그렇듯 양가적인 모습을 다 가진 인간적인 매력의 인물이었다.”
-서강준과의 호흡은. “그 나이의 배우가 짊어지기에 ‘그리드’의 다층적인 세계관과 인물의 정서가 무거웠을 텐데 너무 잘해줬다. 어려운 작품이었기 때문에 첫 만남부터 불편하지 않도록 무엇이든 이해하고 돕고 싶었는데, 이런 마음이 잘 전해졌는지 모르겠다. 군 복무를 잘 마치고 건강히 돌아왔으면 좋겠다.” -이시영과는 학창 시절 친구였다고. “힘들었을 텐데 내색 없이 현장에 임하고 액션까지 소화해 내는 걸 보고 대단하다 느꼈다. 시영이와는 데뷔 전, 학생 시절의 추억이 함께 있는 친구인데 작품에서 만나니 더 반가웠다. 멋있는 배우로 성장한 친구와 함께 작품을 할 수 있어 좋았다.”
-다른 배우들과의 호흡은 어땠나. “김무열 배우가 송어진을 근사하게 잘 만들어줘서 고마웠다. 서로 의논을 많이 했는데 그런 과정에서 이 배우가 얼마나 세심하게 고민하고 인물을 만들어 가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 함께 해줘서 고맙다. 김성균 배우는 상대를 편안하게 해주는 센스와 배려를 가진 분이었다. 무한 긍정의 기운이 뿜어져 나와 한 공간에 있을 때면 대화가 많지 않아도 편하고 의지가 많이 됐다. 부국장 역의 장소연 선배님은 새벽이와 대척점에 놓인 인물이다. 선배님의 멋진 연기 덕분에 정새벽이 잘 살아있을 수 있었고 케미도 빛났다. 다음에 또 좋은 작품에서 만나고 싶다.”
-‘그리드’를 마친 소감은. “편의점 살인사건의 관할 형사로 시작해 인류의 미래를 위한 선조로 결말 하기까지 무수한 변화를 받아들이고 연기하며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해 자문해 보게 되었다. ‘그리드’에서 인류는 여러 갈래로 확장된 시공간 속에서 똑같이 태양풍의 위기를 맞는다.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우리의 고민이 인류를 위협하는 지구 환경적 요인들에 관한 관심으로 이어지길 바라며, ‘그리드’의 감독님, 스태프, 배우분들께, 그리고 드라마를 사랑해 주신 시청자분들께 감사한 마음을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