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FC 공격수 엄지성이 득점 후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사진 프로축구연맹] “벤투 감독님께서 제 원더골을 보셨더라면….”
프로축구 K리그2(2부) 광주FC 측면 공격수 엄지성(20)은 지난 18일 FC안양과의 원정 경기에서 그림 같은 골을 터뜨렸다. 0-1로 뒤지던 전반 27분 페널티 박스 근처에서 안양 수비수 세 명을 앞에 두고 오른발 감아 차기 슛으로 골망을 갈랐다. 안양 골키퍼 정민기가 손도 못 쓸 만큼 빠른 속도로 날아갔다.
자신도 놀란 슛이었다. 일간스포츠와 통화에서 엄지성은 “슛을 하고 나서 공이 날아가는 궤적을 보니 그 순간이 슬로 비디오 같았다. 시간이 느리게 느껴졌다. 영화의 한 장면처럼 보였던 것 같다”며 “경기가 끝나고 영상으로 골을 넣었던 장면을 다시 봤는데, (공이) 엄청 빠르게 가더라. 축구를 하면서 처음 느껴본 기분이라 신기했다”고 말했다.
골 만큼이나 세리머니도 화제가 됐다. 엄지성은 골을 넣고 오른손으로 엄지를 세우고 왼손으로는 세모 표시를 만들었다. 그는 “엄지를 세운 건 내 이름의 ‘엄지’를 뜻하고, 세모 표시는 ‘성’의 모양을 본 뜬 것이다”라고 웃었다. 숙소 룸메이트인 금호고 후배 정종훈이 제안한 세리머니였다.
‘원더골’은 훈련의 성과다. 그는 이번 시즌 동계훈련 때 슛 훈련 비중을 높였다. 엄지성은 “경기장에서 나올 수 있는 상황을 상상하면서 시뮬레이션 훈련하는 데 중점을 뒀다. 훈련 때 경기처럼 집중해 좋은 결과가 나온 것 같다”고 말했다.
시즌 중에도 틈틈이 슛 훈련에 매진했다. 이정효 광주 감독은 공격수들에게 엄격하고 높은 기준을 설정했다. 엄지성은 “팀 훈련이 끝난 후 선수들이 각자 부족하다고 느끼는 부분들을 개선하기 위한 개인 훈련 시간이 있다. 이정규 수석코치와 조용태 코치의 도움으로 슛 훈련을 30~50개 정도 한다”고 말했다.
엄지성은 지난 1월 A매치 기간 파울루 벤투 축구대표팀 감독의 선택을 받았다. 데뷔 첫 시즌을 마친 신인이 성인 대표팀에 깜짝 발탁된 것. 엄지성은 아이슬란드와 평가전에 데뷔해 곧바로 골을 터뜨렸다. 엄지성은 “안양전에서 내가 넣었던 골은 아무래도 흔하게 볼 수 없는 슛이다. 벤투 감독님께서 보셨더라면 감탄은 하시지 않았을까. 내심 (대표팀에 다시 뽑힐 거라고) 기대는 하고 있다”며 웃었다.
엄지성은 다시 태극마크를 달고 싶다. 벤투 감독은 지난 7일 미디어 간담회에서 “6월 A매치에서는 더 많은 선수를 점검해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어린 나이에 좋은 기회로 대표팀 선수가 됐다. 하지만 축구화를 신고 경기장에 나서면 전부 똑같은 선수다”라며 “K리그에서 좋은 경기력을 보이면 기회가 또 오지 않을까 싶다. 항상 열심히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태극마크에 앞서 광주의 K리그1(1부) 승격이 먼저다. 엄지성은 “최근 광주 선수들이 좋은 경기력을 보였다. 올 시즌 목표는 팀 승격이 첫 번째다. 개인적인 목표가 있다면 공격 포인트를 쌓으면서 팀에 보탬이 되고 싶다. 공격 포인트 10개 이상 올릴 수 있도록 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