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렐라는 25일 기준으로 타율 0.380(79타수 30안타)을 기록 중이다. 규정타석을 채운 60명의 타자 중 타격 4위. 외국인 타자 중에선 전체 1위다. 출루율(0.430)과 장타율(0.570)을 합한 OPS도 1.000으로 수준급. 득점권 타율까지 0.360으로 높다. 타점 1위 한유섬(SSG 랜더스) 홈런 1위 한동희(롯데 자이언츠)와 함께 KBO리그에서 가장 위협적인 타자로 손꼽힌다.
군계일학이다. 삼성 팀 타율은 0.236로 7위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타자들의 컨디션이 들쭉날쭉하다. 강민호(이하 타율 0.220) 오재일(0.218) 구자욱(0.229)을 비롯한 중심 타자들이 하나같이 집단 슬럼프에 빠졌다. 피렐라는 다르다. RC/27이 10.94로 리그 3위다. RC/27은 한 타자가 아웃 카운트 27개를 모두 소화한다고 가정했을 때 발생하는 추정 득점으로 타자의 생산성을 확인할 수 있는 지표. 리그 평균이 3.75, 삼성 팀 평균은 3.45다. 올 시즌 RC/27이 두 자릿수인 타자는 리그 전체에 피렐라를 포함해 3명뿐이다.
피렐라는 KBO리그 첫 시즌이던 지난해 타율 0.286(553타수 158안타) 29홈런 97타점을 기록했다. 6년 만에 삼성을 가을야구로 이끈 주역이었다. 흠잡을 곳 없는 성적이지만 재계약 여부를 두고 의견이 엇갈렸다. 족저근막염(plantar fasciitis)이 화두였다. 평발인 피렐라는 시즌을 치를수록 발바닥 통증이 악화했다. 발바닥을 붕대로 감고 뛰어도 마찬가지였다. 이로 인해 공격적인 주루가 점차 실종됐고 전반기 타율(0.312)에 비해 후반기 타율(0.249)이 크게 떨어졌다.
족저근막염이 완치가 어려운 부상이라는 걸 고려해 외국인 스카우트 파트에선 "삼성이 외국인 타자를 교체하는 것 아니냐"는 예상이 있었다. 공교롭게도 삼성은 주전 외야수 박해민(현 LG 트윈스)이 FA(자유계약선수) 이적해 중견수 자리가 공석이었다. 외국인 타자로 중견수 자원을 고려할 수 있었다. 하지만 삼성은 피렐라와 재계약을 선택했다. 홍준학 삼성 단장은 "워낙 열심히 하면서 큰 울림을 줬던 선수다. 발바닥은 쉬면 괜찮아질 거라고 생각한다"고 낙관했다.
피렐라는 KBO리그 두 번째 시즌을 산뜻하게 시작했다. 발바닥 상태를 좀 더 지켜봐야 하지만 연착륙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다. 피렐라는 "구단이 잘 챙겨주셔서 비시즌 동안 많이 준비했다. 현재 (발바닥은) 전혀 문제없다"며 "오프시즌에 준비한 대로 잘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후반기 부진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 구단 트레이닝 파트가 철저하게 관리해주고 있다.
피렐라는 공격적인 타자다. 나쁜 공도 적극적으로 타격하는 '배드볼 히터'다. 올 시즌 KBO리그 스트라이크존이 확대되면서 혼란을 겪을 수 있지만, 이 부분도 순조롭게 적응 중이다. 콘택트 능력을 앞세워 지난 시즌보다 더 강력한 모습으로 4월을 보내고 있다. 피렐라는 "스트라이크존이 확대됐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크게 의식하지 않는다"며 "내가 볼 때 스트라이크라고 판단되면 적극적으로 스윙한다. 좋은 결과로 이어질 수 있도록 계속 관리하겠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