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기아가 차량용 반도체 공급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 대외 리스크에도 1분기 예상을 뛰어넘는 호실적을 기록했다. 제네시스 등 프리미엄 브랜드의 판매 증가와 환율 상승에 따른 수익 증가가 유리하게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현대차는 25일 2022년 1분기 매출 30조2986억 원, 영업이익 1조9289억 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동기 대비 매출은 10.6%, 영업이익은 16.4% 증가했다.
이는 2014년 2분기 이후 31분기 만에 거둔 최대 실적이다. 당초 증권가는 현대차의 1분기 영업이익 전망을 1조6581억 원으로 추산했다. 영업이익이 추정치 대비 16.2%나 높다.
기아도 지난해 동기 대비 10.7% 증가한 18조3572억 원의 매출을 올렸고, 영업이익은 49.2% 늘어난 1조6065억 원을 기록했다. 매출·영업이익 모두 분기 최대 실적이다.
다만 반도체 수급난 등으로 인해 두 회사 모두 차량 판매는 줄었다. 지난해부터 계속되는 반도체 수급난에 코로나19 재확산에 따른 상하이 등 중국 도시 봉쇄로 와이어링 하네스 부품 조달 문제가 겹치면서 생산 차질이 더욱 커진 탓이다.
현대차는 1분기 글로벌 시장에서 전년 동기 대비 9.74% 감소한 90만2945대를 판매했다. 국내 시장에서는 18.0% 감소한 15만2098대를 팔았고, 해외 시장에서는 7.8% 줄어든 75만847대를 판매했다.
기아의 판매는 국내에서 전년 대비 6.5% 감소한 12만1664대, 해외에서 전년 대비 0.7% 증가한 56만4075대 등 총 글로벌 시장에서 전년 대비 0.6% 감소한 68만5739대를 기록했다.
판매량 감소 영향을 상쇄한 건 고부가가치 차량인 제네시스, SUV 중심의 판매 믹스 개선 효과였다.
실제 제네시스, SUV가 전체 판매량 가운데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1분기 48.7%에서 올해 57.2%로 커졌다. 아이오닉5와 GV60 등 전기차 판매량도 97.1% 급증하며 실적을 뒷받침했다. 우호적인 환율 효과도 호실적에 기여했다. 올해 1분기 원 달러 평균 환율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2% 오른 1205원이었다.
현대차는 실적 호조가 올해 내내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현대차 관계자는 “전쟁과 원자재 공급난 등 대외 불확실성이 여전하지만 대기 물량이 올해까지 지속하며 수요가 견조할 것”으로 전망했다.
기아도 2분기 실적에서도 강한 자신감을 보였다. 실적 개선의 근거로 코로나19 팬데믹 종식, 다음 달로 기대되는 반도체 수급 상황 완화, 중국 도시 봉쇄 및 우크라이나 사태의 제한적 영향 등을 꼽았다.
기아 관계자는 "공장 가동률을 최대화해 대기 수요를 빠르게 흡수하고 판매 확대를 추진할 계획"이라며 "부품 공급선 다변화, 가용 재고 및 물류 효율성 극대화 등으로 대기 수요 해소에 나서는 한편 제품 및 트림 믹스를 계속 상향해 수익성을 극대화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