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막 6연패로 출발했던 한화 이글스가 상승세를 타기 시작했다. 마무리 정우람과 외국인 투수 두 명이 모두 이탈하고도 2연속 위닝 시리즈를 거두며 하위권 탈출을 노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상승세의 중심엔 '4년 차 4번 타자'인 노시환(22)이 있다.
장타력을 인정받아 2019년 신인 드래프트 2차 1라운드 전체 3순위로 한화에 입단했던 노시환은 지난해 잠재력을 터뜨렸다. 18홈런 84타점 OPS(출루율+장타율) 0.852를 기록하면서 리빌딩에 들어간 팀의 현재이자 미래임을 인정받았다.
4번 타자로 맞이한 두 번째 시즌, 출발은 좋지 않았다. 방망이가 좀처럼 터지지 않았다. 시즌 첫 7경기 동안 타율이 0.192에 불과할 정도로 부진했다. 해결사가 사라진 한화는 개막 6연패로 어렵게 시즌을 출발했다. 방망이에 다시 불이 붙기까지는 긴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10일 KT 위즈전에서 첫 홈런을 신고하며 살아나기 시작한 그는 지난 한 주 동안 대폭발했다. 6경기 동안 타율 0.545(1위)·12안타(2위)·1홈런·5타점·6득점·OPS 1.320(3위)로 활약했다. 4번 타자가 살아난 한화도 강팀 롯데 자이언츠와 SSG 랜더스를 2연속 위닝 시리즈를 달성하며 상승세를 탔다. 조아제약과 일간스포츠는 4월 셋째 주 주간 MVP로 노시환을 선정했다.
노시환은 "지난주 개인 성적에만 그치지 않고 팀의 2연속 위닝 시리즈로 이어졌는데, 상까지 받게 되어 뜻깊다. 남은 시즌 동안에도 좋은 성적을 거둬 더 많은 주간 MVP를 노려보겠다"고 소감을 전했다.
노시환은 "개막하고 타격 페이스가 좋지 않았다. 나도 모르게 안 좋은 습관들이 나왔고 타석에서 생각이 많았다"며 "타석에서 불필요한 생각들을 지우고 단순하게 접근했다. 대신 작년 타석에서 했던 생각, 자세를 유지하려고 노력했다"고 돌아봤다. 그는 "타격 코치님과 함께 지난해 영상을 보고 현재 폼과 비교했다. 코치님이 달라진 부분을 잡아내주셨고, 자세를 좀 낮추는 등 작은 부분들만 교정했다"며 "안 좋을 때도 좋아질 거라는 생각을 유지하면서 뛰었다. 덕분에 타격 컨디션이 빨리 돌아올 수 있었다"고 부활의 비결을 밝혔다.
올해부터 넓어진 스트라이크존에도 흔들리지 않는다. 지난해 73볼넷 107삼진을 기록했던 그는 올해도 12볼넷 15삼진으로 선구안을 변함없이 유지하고 있다. 노시환은 "나만의 스트라이크존을 더 좁혀서 치는 게 삼진을 줄이는 효과로 나타나는 것 같다"며 "스트라이크존 변화에 개의치 않으려 한다. 그 부분을 의식하면 내가 생각했던 존부터 모든 것이 흐트러진다. 내가 가장 잘 치고 강하게 칠 수 있는 존만 생각하며 타석에 임하고 있다"고 말했다.
프로 4년 차, 만 21세에 성적까지 갖춘 노시환은 올해 항저우 아시안게임 야구 대표팀에 승선할 가능성이 크다. 노시환은 "시즌 시작 전부터 아시안 게임은 가고 싶다고 갈 수 있는 게 아니다. 내가 노력하는 만큼 결과가 따라온다고 생각했다"며 "지금도 국가대표팀 승선은 전혀 의식하지 않고 있다. 지금 팀에서 할 수 있는 일에 대해서만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노시환은 조아제약 4월 둘째 주 주간 MVP 한동희(롯데)의 경남고 1년 후배다. 같은 포지션, 비슷한 나이의 거포 유망주인 두 사람은 신인 때부터 라이벌로 꼽혀 왔고 올해는 함께 잠재력을 만개하고 있다. 노시환은 "한동희 형의 활약에 자극이나 질투같은 건 하나도 없다. 잘해서 정말 좋다"며 "우리 둘을 라이벌이라고 불러주시는데, 라이벌이 있어서 너무 좋고 보고 배울 점도 많다. 야구를 그만둘 때까지 평생 같이 라이벌로 함께 잘했으면 좋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