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은이가 패스를 너무 잘 줬는데, 제가 못 넣은 경우도 많았어요(웃음).” (박지수) “지수 언니만 믿으면 됐거든요. (언니에게) 패스한다는 게 너무 든든했어요.” (허예은)
서울 서소문에서 만난 2021~22시즌 여자프로농구 통합 우승팀 청주 KB 센터 박지수(24·1m96㎝)와 가드 허예은(21·1m65㎝)은 인터뷰 내내 생글거렸다. ‘팬에게서 축하를 많이 받았느냐’고 묻자 허예은은 “내 사진이 담긴 트로피를 받았다. 사실 지수 언니만큼 팬이 많지 않아서 축하를 많이 받지 못한 것 같다”고 했다. 박지수는 “예은이가 나보다 팬이 많다”며 깔깔 웃었다.
‘국보 센터’ 박지수는 올 시즌 정규리그에서 평균 21.2득점 14.4리바운드를 기록했다. 그는 득점상, 리바운드상, 최우수선수(MVP) 등 2년 연속 7관왕에 올랐다. 챔피언결정전에서도 평균 17점 17리바운드를 올려 챔프전 MVP에 선정됐다. 박지수는 “구단주(이재근 KB국민은행장)님을 만났는데 ‘경기를 너무 편하게 봤다. 지고 있어도 이길 것 같았다’고 말씀하셨다”고 전했다.
허예은은 팀 평균 득점 1위(78.7점) 달성을 리드했다. 허예은은 정규리그 28경기에서 커리어 하이인 평균 8.5점 5.6어시스트를 기록했다. 그는 리그에서 키가 작은 편에 속해 ‘꼬꼬마 가드’라 불린다. 허예은은 “내 키는 FIBA(국제농구연맹) 여자월드컵 대표팀 훈련 때 측정한 1m66.2㎝다. WNBA(미국여자프로농구)에 간 (강)이슬 언니가 증인”이라며 눈을 번쩍였다.
허예은이 날카로운 패스를 찔러주면 골 밑을 지키던 박지수는 득점에 성공했다. 허예은은 “지수 언니와 함께 경기를 뛰어서 좋았다. 언니만 믿으면 됐다. 패스를 줄 곳이 너무 든든했다. 더 좋은 플레이가 많이 나올 수 있었는데, 내가 부족했다”고 말했다. 박지수는 “내가 골을 못 넣은 경우가 많았을 정도로 예은이가 좋은 패스를 정말 잘 줬다”고 했다.
박지수는 점프하여 패스를 받아 착지하기 전에 슛으로 연결하는 앨리웁(alleyoop) 플레이를 허예은과 합작했다. 허예은은 “앨리웁 패스를 하다 실패하면 큰일이었는데, 지수 언니가 앨리웁 슛으로 넣더라. 언니가 몇 번이나 나를 살렸다”고 생글생글 웃었다. 박지수는 “지금이라도 말해줘서 고맙다. 예은이와 앨리웁 플레이는 경기 중 즉흥적으로 나오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둘의 호흡이 좋아진 비결은 ‘소통’이다. 박지수는 “작년과 비교해서 대화하는 시간이 많아진 게 좋은 경기력으로 나오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박지수는 자신의 집에 허예은을 데려가기도 했다. 허예은은 “언니와 나 모두 ‘집순이’다. 언니 별명이 ‘출출이(항상 배고프다고 하는 웹툰 캐릭터)’인데, 언니 집에서 자기 직전까지 소화가 안 될 정도로 먹었다”며 싱긋했다.
국내 시즌이 끝나는 여름이면 미국으로 건너가 WNBA 라스베이거스 에이서스에서 뛰었던 박지수는 올해는 회복에 전념하기 위해 국내에 머문다. 박지수는 “예은이와 더 많이 훈련할 수 있게 됐다. 팬들께서 나와 예은이의 호흡이 잘 맞는다고 해주신다. 우리 호흡은 손흥민과 해리 케인이 부럽지 않다”고 말했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토트넘에서 뛰는 손흥민은 케인과 최다 합작 골(40득점) 기록을 갖고 있다.
허예은은 비시즌 동안 스킬 트레이너로부터 멘털 관리와 슛 훈련을 지도받을 예정이다. 파워 넘치는 플레이를 하는 NBA(미국프로농구) 애틀랜타 호크스 가드 트레이 영의 팬인 허예은은 “마치다 루이 등 일본 선수들은 나보다 키가 작은데도 잘하지 않나. 신장은 핑계가 될 수 없다. 여기는 프로다. 살아남기 위해 잘할 수 있는 걸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박지수와 허예은은 ‘KB 왕조’를 세우기 위해 의기투합했다. 박지수는 “내 몸 관리만 잘하면 KB는 우승을 최대한 (길게) 이어갈 수 있다”고 했다. 허예은도 “왕조라는 타이틀을 꼭 가져 오고 싶다”고 말했다. 김완수 KB 감독은 “팀에 최고의 센터가 있으면 최고의 가드가 꼭 나오더라. 둘의 호흡이 더 잘 맞는다면 아무도 청주 KB를 우습게 볼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