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차 구매 고객들이 마음을 졸이고 있다. 차량용 반도체 품귀 현상으로 출고 대기가 길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조만간 개별소비세(이하 개소세) 인하 혜택까지 종료되기 때문이다. 개소세 감면 혜택이 사라질 경우 소비자들은 지금보다 약 150만원을 더 지불해야 하는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지난해 계약하고도 차를 못 받은 이들이 수두룩한 만큼 형평성 차원에서라도 개소세 인하를 연장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3일 현대차가 영업 일선에 공유한 고객 인도 일정에 따르면 이달 신차 계약 시 출고 대기 기간은 전달보다 평균 1~2개월 길어졌다.
구체적으로 현대차 ‘아반떼 하이브리드(HEV)’는 지난달 11개월에서 이달 12개월로, ‘그랜저 HEV’는 8개월에서 9개월로 대기 기간이 늘었다. 현대차 ‘아이오닉5’와 ‘포터 EV’는 12개월 이상이 소요된다. 제네시스의 경우 전기차 ‘G80 EV’와 ‘GV60’은 각각 6개월, 12개월을 기다려야 한다.
기아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전기차 ‘EV6’의 경우 출고 기간이 전달 16개월에서 18개월까지 늘었다. ‘쏘렌토 HEV’와 ‘스포티지 HEV’ 역시 모두 18개월가량을 대기해야 한다.
현대·기아차의 출고 대기시간이 길어진 이유는 각종 부품 수급이 원활하지 못해서다.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이 2년 가까이 이어지고 있고 최근 중국 내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상하이가 봉쇄되며 ‘와이어링 하니스(전선 뭉치)’ 부품 수급까지 차질이 생겼다.
문제는 신차 출고 적체가 이어지면서 고객들의 피해 역시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는 데 있다.
실제 신차를 기다리는 기간에 연식 변경이 발생하면서 추가 부담금을 내야 하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 기아는 지난 2일 'K8'의 연식변경 모델을 출시하면서 가격을 63만 원 이상 올렸다. 최하위 트림(세부 모델)을 제외한 모든 트림에 전동식 파워 트렁크(버튼 조작으로 트렁크를 여닫는 기능), 뒷좌석 소음 차단 유리 등이 포함됐다는 이유다.
이로 인해 2022년형 모델을 계약한 고객이 2023년형 모델로 계약을 변경할 경우 추가 부담금을 지불해야 한다.
기아는 생산 시점에 고객에게 2023년 모델로 계약을 변경할지, 취소할지를 물어본 뒤 생산을 한다는 방침이다. 2022년 모델은 생산을 서서히 멈추기 때문이다.
여기에 개소세 3.5% 인하 조치가 오는 6월 말로 종료되는 점 역시 소비자들에는 부담이 되고 있다.
개소세 감면은 경기가 부진한 상황에서 소비 진작을 위해 정부가 꺼내 든 카드다. 2018년 하반기부터 인하 정책이 시행되고 있다. 2019년 말까지는 기존 5%에서 30% 낮춘 3.5%가 유지되다가 코로나19가 본격화된 2020년 정부가 인하 폭을 70%까지 늘려 1.5%까지 낮췄다. 그해 하반기에는 30%로 다시 되돌리면서 지금의 3.5% 혜택이 유지되고 있다. 개소세 인하로 자동차를 구매하는 소비자는 최대 143만 원을 덜 내게 된다.
하지만 이는 오는 6월 말까지의 얘기다. 2022년형 K8을 구매한 고객이 2023년형으로 계약을 변경하고 7월 이후에 신차를 인도받을 경우, 개소세(최대 143만 원)를 물어야 한다. 여기에 연식변경에 따른 추가 부담금(최소 63만 원)을 더할 경우, 이 고객은 최대 200만 원의 추가 부담금을 떠안아야 한다.
이에 업계에서는 출고 지연 상황을 고려해 개소세 혜택을 연장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수급난으로 인해 생산 지연된 '출고 대란' 문제를 왜 소비자들이 감수해야 하는지 이해하기 어렵다"며 "개소세 인하를 연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개소세를 폐지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한시적인 개소세 인하가 끝나더라도 또 인하될 수 있다는 사회인식이 형성된다면 정상적인 소비행위가 일어나기 어렵다”며 “우리나라는 자동차의 취득에 대해 부가가치세 10%에 개소세까지 이중 과세되고 있어 세금이 과도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