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서울 SK가 8일 경기도 안양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21~22시즌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 4차전에서 안양 KGC를 94-79로 이겼다. 시리즈 전적 3승 1패를 거둔 SK는 통합우승까지 단 1승만을 남겼다.
1·2차전 홈 경기를 깔끔하게 이겼던 SK는 3차전에서 불의의 일격을 당했다. KGC가 정규리그 내내 SK를 괴롭혔던 변칙 라인업을 다시 들고 나왔다. 경기 초반에 백업 선수들이 SK를 괴롭힌 후 주전들이 나와 승리를 가져갔다.
4차전을 앞두고 전희철 SK 감독은 방심을 경계했다. 전 감독은 "3차전에서 슛이 들어가지 않은 건 있을 수 있는 일이지 결정적인 패인은 아니다. 선수들이 한 발 더 뛰고 움직여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던 게 패인이다. 1·2차전을 이기면서 안일하게 생각한 것 같다. 선수들도 인정했다"며 "오늘은 미팅에서 선수들에게 정신 무장을 강조했다. 나도 경기 운영에서 만족스럽지 못한 부분이 있었다. 감독으로서 경기를 즐기지도 못했던 것 같다. 분위기도 우리답지 않았다. 그래서 오늘은 선수들에게 잘 달려달라고 했다"고 말했다. 그가 내놓은 해법은 SK다운 '속공 농구'였다.
전 감독의 주문이 통했다. 특히 올 시즌 정규리그 MVP(최우수선수)를 수상한 후 "챔프전 MVP도 받고 싶다"던 최준용과 '코트 위의 사령관' 김선형이 맹활약했다. 최준용은 이날 3점 슛 3개를 포함해 21점 3리바운드 4어시스트를 기록하며 승리를 이끌었다. 최준용을 비롯해 총 5명의 SK 선수들이 두 자릿수 득점을 올렸다. 김선형이 19점 7어시스트를 기록하며 코트 위를 내달렸고 외국인 MVP 자밀 워니도 야투 성공률 86%(14시도 12골) 27점 12리바운드 기록하며 골 밑을 지배했다.
SK 선수들은 속공으로만 21득점을 올리며 코트를 흔들었다. KGC는 전성현이 3점 슛 5개를 포함해 13점, 오세근이 14점을 기록하며 분전했지만, SK의 기세를 막아내기엔 역부족이었다.
1쿼터 접전에서 리드를 잡은 건 SK였다. 워니가 주 무기 플로터로 기선을 제압했고, 최준용이 석 점을 터뜨렸다. KGC의 초반 기세도 만만치 않았다. 특히 리그 최고의 슈터 전성현이 3점 슛 두 개를 꽂아넣어 시소게임 분위기를 이어갔다. 그러나 쿼터 막판 최준용이 풀업 3점 슛을 터뜨려 SK가 18-14, 4점 차 리드로 1쿼터를 마무리했다.
SK는 2쿼터부터 조금씩 달아났다. KGC가 야투 난조에 시달린 사이, SK 선수들이 특유의 빠른 농구를 선보였다. 김선형이 스틸과 속공으로 코트를 휘저었고, 베테랑 허일영이 이를 받아 득점에 성공했다. 점수 차는 15점까지 벌어졌다. KGC는 전성현과 대릴 먼로의 3점 슛으로 점수 차를 9점으로 좁힌 채 전반을 마쳤다.
3쿼터에서 10점 안팎이었던 점수 차가 4쿼터에 다시 벌어졌다. KGC가 오마리 스펠맨의 무리한 슛이 연달아 실패(4쿼터 야투 성공률 33%)한 틈을 놓치지 않고 속공 득점으로 연결했다. 속공의 중심이었던 김선형은 4쿼터 초반 3점 슛으로 점수 차를 17점까지 벌린 후 세리머니를 펼치며 승리를 확신했다.
KGC는 끝까지 추격 의지를 잃지 않았다. 양희종의 3점포 후 먼로와 전성현의 연속 득점이 나오면서 기세를 탔다. 경기 종료 4분 7초를 남겨놓고 최준용이 항의하다 테크니컬 파울로 5반칙 퇴장을 당한 것도 변수였다. SK가 흔들릴 수 있는 상황에서 또 다른 '빅4' 안영준이 버텨냈다. 안영준은 11점까지 점수 차가 좁혀졌던 상황에서 자유투와 석 점, 김선형과 합을 맞춘 속공 득점까지 추가하며 SK 승리에 쐐기를 박았다.
SK의 자신감을 완전히 되찾았다. 김선형은 경기 후 "3·4차전이 제일 중요한 분수령이 될 것이라 생각했다. 일단 오늘 경기를 잡아서 우승까지 8부 능선을 넘은 것 같다"며 "원정에서는 우리 분위기로 끌고 가기가 정말 힘들다. 그래서 오늘 과한 세리머니도 하면서 신나게 뛰었다. 홈(5차전)에서 분위기를 가져오면 체력적으로도 우리가 유리할 것 같다. 그래도 3차전 같은 경기가 나오지 말라는 법은 없으니 방심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