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KT 제공 심우준(27)은 4월 KT 위즈 야수 중 유일하게 3할 타율을 기록했다. 공격력보다는 수비력이 더 좋은 선수로 평가받지만, 올 시즌 초반에는 맹타를 휘두르며 향상된 타격 능력을 보여줬다. 예년보다 볼넷을 많이 얻어내며 4할이 넘는 출루율을 기록하기도 했다.
동기부여가 있었다. 오는 9월 열릴 예정이었던 항저우(중국) 아시안게임 출전이다. 한국야구위원회(KBO)와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KBSA)가 야구대표팀 출전 자격(만 24세 이하·프로 3년 차 이하)을 둔 탓에 심우준은 3명 뽑는 와일드카드로 승선을 노렸다. 시즌 초반 리그 주전 유격수 중 가장 높은 타율을 기록하며 자신을 어필했다.
그러나 지난 6일 중국 정부가 자국 내 코로나 확산을 이유로 아시안게임을 연기하겠다고 발표했다. 야구뿐 아니라 대회 출전을 준비하던 많은 운동선수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심우준도 허탈감이 크다. 그는 지난해도 도쿄 하계올림픽 야구대표팀 승선을 노렸지만, 고배를 마셨다. 최종엔트리 발표일(6월 16일) 하루 전까지 시즌(2021) 타율 0.313를 기록했지만, 김경문 올림픽 야구대표팀 감독은 오지환(LG 트윈스)과 김혜성(키움 히어로즈)을 선택했다. 아시안게임은 외부 요인으로 출전이 무산됐다.
심우준은 항저우 아시안게임 연기가 발표된 뒤 급격하게 타격감이 떨어졌다. 지난 7일부터 출전한 7경기에서 타율 0.105(19타수 2안타)에 그쳤다. 4월까지 0.328였던 타율은 0.264(16일 기준)까지 떨어졌다. 컨디션도 안 좋아졌다. 13일 수원 키움전에서는 왼쪽 허벅지 경련으로 교체됐다. 이후 14일 경기에서는 결장했고, 15일 경기에서는 교체로 나섰다.
심우준은 지난해 도쿄 하계올림픽 야구대표팀에서 탈락한 뒤에도 20경기에서 타율 0.135에 그치며 심적으로 흔들리는 모습을 보였다. 시즌 타율도 0.268에 그쳤다.
이강철 KT 감독은 심우준(27)의 멘털 컨디션을 묻는 말에 "심적으로 영향이 있겠지만 잘 이겨내길 바란다"라고 했다. 의연하게 받아들일 수 없는 일. 사령탑은 선수의 허탈감을 이해했다.
심우준처럼 항저우 아시안게임 승선을 노렸던 KT 3년 차 국내 투수 소형준은 "아쉬움이 크지만, 팀 우승이라는 더 큰 목표를 향해 매진하겠다"라고 했다. 심우준도 멘털을 다잡고, 시즌 초반에 보여준 타격감을 회복해야 한다. 5월 초 잠시 반등했던 KT는 지난주 4연패를 당하며 하위권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