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구단은 "지난 11일 오선진이 지인의 가방을 훔친 절도범을 잡았다. 해당 물건이 중고마켓 앱에서 거래 중인 걸 파악하고 오선진이 판매자를 직접 만났다. 도난 당한 가방과 유사하다는 것을 확인하고 출처를 추궁했더니 판매자가 당황하며 도망갔다. 오선진은 200m 정도 판매자를 추격해 잡아 경찰에 넘겼다"고 18일 밝혔다.
삼성 구단은 "오선진이 절도범을 잡아 경찰서에 인계했다. 조사 결과 가방은 오선진의 지인이 도난 당했던 그 가방이 맞았다. 판매자는 상습 절도범이었고, 경찰이 수사 중인 사건이었다. 대구 경찰서는 범인 검거에 도움을 준 오선진에게 표창장을 수여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오선진의 선행은 대전에서 한화 이글스와 원정경기를 치른 삼성 선수단에 큰 화제가 됐다. 당시 현장에는 이수민 등 삼성 후배들도 있었기 때문이다.
우선 추리력이 놀라웠다. 오선진의 지인은 자동차 안에 가방 두 개와 운동화 한 켤레를 도난 당했다. 문이 닫히지 않은 차량을 절도범이 노렸다고 한다. 오선진은 "범인이 왠지 중고 마켓에 가방을 팔려고 할 것 같아서 검색해 봤다. 역시 도난 당한 지역에 물건을 올렸더라"면서 "가방 하나와 운동화는 이미 팔았고, 남은 가방을 내게 팔려다가 잡힌 것"이라고 설명했다.
오선진은 판매자에게 거래를 제안한 뒤 인근 아파트 단지에서 기다렸다. 도난 당한 가방인 걸 확인한 뒤 판매자에게 가방의 출처를 캐물었다. 놀란 절도범이 달아났고, 오선진이 재빨리 그를 추격해 주차된 자동차들 사이에서 잡아냈다. 이때 이수민은 경찰에 신고했다.
이 소식을 전해들은 허삼영 삼성 감독은 "위험할 수도 있는 상황에서 정말 용기 있는 행동을 했다. 정의의 사도 같다"며 "그런데 (오)선진이가 그 정도 주력은 아닌데…. 유니폼이 아닌 사복을 입으면 더 빨라지는 모양"이라며 웃었다.
백업 내야수 오선진은 2008년부터 한화에서 뛰다 지난해 6월 삼성으로 트레이됐다. 올 시즌에는 13경기에 출전해 타율 0.268 1홈런 6타점을 기록하고 있다. 올해 도루는 1개뿐이고, 15년 통산 도루도 46개뿐이다.
오선진은 "사실 판매자가 슬리퍼를 신고 있었다. 도망가다가 슬리퍼가 벗겨지더라"라고 쑥스럽게 말했다. 잡고 보니 절도범은 19세 청소년이었다고 한다.
오선진은 지난달 19일 옆구리 부상으로 2군으로 내려갔다가 지난 15일 1군에 복귀했다. 돌아오자마자 선행 소식이 전해진 것이다. 오선진은 "범인을 잡을 때처럼 열심히 뛰어야겠다. 시즌 초반처럼 소금 같은 활약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더 큰 욕심이 없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그는 "일단 소금 같은 역할을 하겠다"고 재차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