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KBO리그 SSG 랜더스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가 17일 오후 잠실야구장에서 열렸다. SSG 선발 노바가 힘차게 공을 던지고 있다. 잠실=정시종 기자 jung.sichong@joongang.co.kr 베테랑 외국인 투수 이반 노바(35·SSG 랜더스)의 부진이 심상치 않다. 장기인 땅볼을 유도해도 범타가 나오질 않는다.
노바는 지난 17일 잠실 두산 베어스전에 선발 투수로 등판해 5와 3분의 1이닝 7피안타 2볼넷 1사구 2탈삼진 5실점으로 부진했다. 시즌 평균자책점은 5.63(규정이닝 투수 27명 중 25위)까지 올랐다. 앞서 5월 두 경기 호투(평균자책점 2.77)로 안정을 찾는 듯했지만 세 경기 만에 다시 흔들렸다.
노바는 역대급 베테랑 외국인 투수다. 메이저리그 MLB 통산 승수가 90승에 달한다. 10승을 기록한 시즌만 다섯 번에 달하고, 타자 친화적인 양키 스타디움에서 선발 투수로 3점대 평균자책점도 두 번이나 기록했다.
나이 때문에 구위 문제로 생각할 수 있지만, 유형 문제에 가깝다. 노바의 주 무기는 시속 151㎞까지 나오는 투심 패스트볼(투심)이다. 메이저리그에서도 꾸준히 제1구종으로 활용했고, 올해도 구사율이 54.1%(스탯티즈 기준)에 이른다. 공 끝의 움직임을 이용해 타자의 스윙을 유도해 땅볼을 잡아낸다. 노바와 배터리를 맞춰 본 포수 김민식은 "투심 움직임이 좋다. 제구를 예리하게 가져가는 투수는 아니지만 스트라이크존 가운데에서 움직이는 투심으로 타자들이 빨리 치게 하는 유형"이라고 소개했다.
대신 탈삼진 능력이 떨어진다. 범타를 유도하기 위해 인플레이를 유도하는 대신 헛스윙이 적다. 노바의 헛스윙 스트라이크 비율은 7.7%에 불과하다. 규정이닝 투수 중 유일하게 10% 이하를 기록하며 최하위에 머물렀다. 9이닝당 탈삼진 4.27개와 탈삼진%(탈삼진/상대 타자 수) 10.9% 역시 최하위다. 구속이 느린 이인복(롯데 자이언츠), 백정현(삼성 라이온즈)보다도 훨씬 낮다.
탈삼진이 적으니 인플레이 타구도 많을 수밖에 없는데, 결과물이 좋지 않다. 올 시즌 노바의 BABIP(인플레이 타구 타율)는 0.297로 리그 11위를 기록 중이다. 2할 초중반대를 기록하는 정상급 투수들에 비해 다소 높다. 단순 불운이거나 수비 도움을 받지 못한 것 일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인플레이 타구 허용이 너무 많다. 노바보다 BABIP가 높은 투수들도 있으나 대부분 탈삼진 능력을 갖춰 인플레이 타구 수가 적다. 탈삼진도 적은 타일러 애플러(키움 히어로즈)는 대신 제구력(9이닝당 볼넷 1.87개·10위)이 좋다. 반면 노바는 인플레이 타구 비중이 78.1%로 리그 5위에 볼넷(9이닝당 볼넷 3.53개·18위)도 많은 편이다.
체력 문제도 있을 수 있다. 30대 중반이 노바가 구속이 잘 나오더라도 많은 투구 수 소화는 어려워할 가능성이 있다. 17일 경기에서도 노바는 4회까지는 안정적이었다. 5회부터 흔들리더니 6회 선두 타자부터 안타와 사구를 내주며 흔들렸다. 김원형 SSG 감독은 "팀 불펜 사정상 노바가 어떻게든 6이닝을 소화해주길 바랐다. 노바 본인도 이닝을 소화하고 싶었을 것"이라면서도 "개인적으로는 조금 힘이 떨어졌던 것 같다. 6회 말 1볼 2스트라이크에서 의도하지 않았던 사구가 나온 것도 그래서라고 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