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양양은 두 가지 물놀이를 즐기기 제격인 여행지다. 하나는 파랗고 탁 트인 바다고, 다른 하나는 일상의 피로를 싹 풀어주고 피부가 매끈해지게 하는 '온천'이다.
우리나라 태백산맥의 동쪽, 설악산 기슭을 파고든 온천은 맑은 공기로 정신을 깨우고 지열로 데워진 뜨거운 물로 각종 질병을 치유한다. 대표적인 온천 두 곳이 설해원과오색그린야드호텔이다.
온천욕에 마사지·찜질까지 설해원
올해 들어선 윤석열 정부는 110대 국정과제 중 하나로 '웰니스 관광 활성화'를 선정했다. 웰니스란 웰빙(Well-being), 건강(Fitness), 행복(Happiness)의 합성어로 정신적·육체적·사회적 건강이 조화를 이루는 이상적인 상태를 이르는 말이다.
한국관광공사는 이전부터 웰니스 관광을 일으키기 위해 '웰니스 관광지'를 선정해 왔는데, 오색그린야드호텔과 설해원이 각각 2020년과 2022년에 선정됐다.
특히 올해 선정된 설해원은 그동안 골프 리조트로, 회원에게만 오픈하다가 일반 고객에게 문을 연 지 얼마 되지 않아 더욱 주목받고 있는 곳이다.
지난 19일 찾은 양양 설해원은 '골프 붐'인 요즘답게 골프를 즐기는 인파로 필드가 활기찼다.
그렇다고 골프를 쳐야만 설해원을 즐길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설해원은 온천수가 나와 수영장은 물론, 노천 스파와 사우나까지 느긋하게 여유를 만끽할 수 있도록 했다.
설해원 온천수는 19억 년 전의 지각변동을 간직한 편마암과 2억3000만 년 전 마그마의 용틀임으로 형성된 화강암의 미세한 수맥을 넘나들며 만들어진 물이다.
빗물이 화강암과 편마암으로 형성된 지하의 물길을 지나며 지온으로 데워지고, 암석과 반응하면서 수질이 진화해 각종 미네랄을 균형 있게 우려낸 물이 설해원 온천수란다.
설해원 관계자는 "물에 조금만 들어갔다 나와도 피부가 매끈해지는 경험을 할 수 있다"며 "사우나는 물론이고 수영장까지 전부 온천수라서 골프를 치고 나서 수영장과 노천 스파에서 쉬며 피로를 푸는 고객들도 많다"고 말했다.
업무 스트레스로 인한 정신적 피로와 늘 긴장해 있는 몸으로 뭉친 근육을 제대로 풀려면 클라리 스파를 이용하는 방법도 있다.
이날은 퍼스널 아로마테라피 프로그램을 체험했다. 아로마테라피스트가 4가지 오일의 향을 맡게 해주고 하나를 선택하는 것부터 프로그램이 시작됐다. 4가지 오일은 각각 통증 완화, 부종 완화, 숙면, 호르몬균형 등이다.
이종민 클라리 스파 원장을 비롯해 임상 전문 아로마테라피스트가 블렌딩한 이 오일을 이용해 개인의 컨디션과 증상에 따라 마사지를 진행해 주는 프로그램이다.
그 날의 컨디션에 따라 향을 고르면, 개인 마사지실로 안내해 준다. 탈의 후 베드에 누우면 향긋한 아로마 향을 깊게 세 번 들이마신 후 마사지가 시작된다.
아로마 마사지가 부담스럽다면 체내 독소를 빼주고 면역력을 올려주는 '면역공방'도 좋다.
면역공방은 천연암석인 파동석에서 발생하는 원적외선 파동을 이용해 몸 안에 있는 각종 독소, 노폐물, 콜레스테롤 등의 유해성분을 체외로 배출시키는 디톡스 온열요법을 체험하는 공간이다. 우리가 알던 찜질방과 비슷하지만, 피지선을 쉽게 열어주는 '파동욕'을 통해 디톡스가 가능하다는 점이 다르다.
면역공방을 이용할 수 있는 1시간 동안, 15분씩 파동욕을 즐기는 것이 포인트다.
면역공방에 준비된 파동수를 충분히 마시면서 파동석 위에 엎드려서 5분, 누워서 10분 땀을 빼준다. 이후 5분 휴식하며 수분을 보충하는 방법으로 3회 정도를 반복해주는 것이다.
설해원 관계자는 "가족이 함께 갔다면 여럿이 한 방에서 체험 가능한 프로그램"이라고 말했다.
오색그린야드, 설악산 정기 받으며 온천을 설악산의 품에 안긴 듯 강원도 양양군 오색 온천마을에 오색그린야드호텔이 있다. '오색'은 겨울이면 눈 쌓인 설악산이 배경이 되고 가을이면 울긋불긋한 단풍이 장관인, 설악산 해발 647m 오색의 자연을 담았다는 의미란다.
숲속 산장 같은 호텔의 외관이 제법 설악산과 잘 어울리는 분위기였다. 레트로한 느낌이 가득한 곳이어서, 빈티지 마니아라면 젊은 층도 충분히 만족할만해 보였다.
특히 몸과 마음이 지쳤다면 만족도가 더욱 높을 것이다.
오색그린야드호텔은 온천과 찜질, 면역력을 높이는 음식까지 건강을 위한 프로그램에 집중한 곳이기 때문이다.
이곳의 웰니스 프로그램은 '홀론면역'이라는 이름으로 진행된다.
먼저 온천수로 간단히 씻은 뒤 홀론 면역장에서 충분히 땀을 내줘야 한다. 특히 45~50도로 데워진 '암반파동욕장'에 누워 체내에 쌓인 독소를 땀과 함께 체외로 배출시켜주는 것이 포인트다. 이때 충분히 수분을 섭취해주는 것은 필수다.
그리고 소금방·황토방·자갈방 등 테마방에서 마음을 안정시키는 휴식을 취해준다.
그다음이 가장 중요한 온천욕이다. 마스크 착용 의무가 해제되기 전까지는 실내에서는 온천욕 중에도 마스크를 써야 하지만, 크게 불편하지는 않다.
오색그린야드 호텔이 있는 오색 온천은 국내 4대 온천 중 가장 규모가 큰 중생대 쥐라기의 화강암층 온천이며, 수질이 ph3으로 피부에 닿으면 매끈한 부드러움을 느낄 수 있다.
특별한 이유는 또 있다. 웰니스 시설 중 온천욕장에 '탄산 온천'과 '알칼리온천'이 동시 있다는 것이다.
여행콘텐트 개발 업체 유니에스 한은희 대표는 "탄산온천과 알칼리온천이 함께 있는 웰니스 시설은 거의 없다"고 했다.
탄산 온천은 지하 470m에서 끌어올린 27도 저온온천으로, 물이 피부에 닿자마자 기포가 부터 자극해 몸의 온도를 높여 노폐물을 뱉게 해준다. 또 알칼리온천은 한계령 650m 고지대 자연 용출 온천으로 피부가 매끈해지고 칼슘·나트륨·중탄산 등 성분이 함유돼 피로 해소는 물론 신경통·통풍·관절염에 도움을 준다.
김동국 오색그린야드 호텔 본부장은 "환자들이 일주일씩 찾아와서 쉬고 온천욕, 암반파동욕으로 심신 안정과 치유를 하고 간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