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욱 감독과 배우 송강호가 28일(현지 시간) 프랑스 칸에서 열린 ‘제75회 칸국제영화제’에서 각각 감독상과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다.
이번 수상은 한국 영화계에도 큰 의미다. 박찬욱 감독은 이번 수상으로 칸영화제 한국 영화인 최다 수상 기록을 수립했고, 송강호는 한국 영화인 최초 칸영화제 남우주연상이라는 역사를 만들어냈다. 특히 박찬욱과 송강호는 오랜 시간 한국 영화계에서 함께 호흡하며 여러 편의 명작들을 만들어낸 콤비이기에 동반 수상이 더욱 뜻깊었다.
두 사람의 인연은 지난 200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박찬욱 감독의 필모그래피 가운데 가장 대중적이라고 손꼽히는 ‘공동경비구역 JSA’에서 두 사람은 처음으로 호흡을 맞췄다. 송강호가 이 작품에서 연기한 캐릭터는 오경필 중사. 북한 중사인 오경필 역을 통해 주연 배우로서의 존재감을 제대로 과시하며 그해 각종 영화 시상식에서 남우주연상을 휩쓸었다. 이 작품을 통해 박찬욱과 송강호는 모두 한국 영화계에서 제대로 주목받게 됐다.
그로부터 2년 후 두 사람은 ‘복수는 나의 것’(2002)이라는 작품에서 다시 만났다. ‘복수는 나의 것’은 ‘올드보이’(2003), ‘친절한 금자씨’(2005)로 이어진 박찬욱 감독의 ‘복수 3부작’의 첫 작품. 송강호는 이 작품에서 딸 유선(한보배 분)이 납치 살해를 당하자 복수를 결심하는 중소기업체 사장 동진 역을 맡아 ‘공동경비구역 JSA’와 사뭇 다른 살벌한 연기로 영화 팬들을 사로잡았다. ‘올드 보이’ 이후 세계적인 거장이 된 박찬욱 감독과 한국 영화계를 대표하는 배우가 된 송강호는 2009년 영화 ‘박쥐’에서 다시 호흡을 맞췄다. 송강호는 이 작품에서 뱀파이어가 된 신부 상현 역을 맡아 성기 노출까지 불사하며 연기 투혼을 보였다. 송강호는 피를 갈구하게 된 순교자가 느끼는 배덕감을 깊이감 있게 표현하며 ‘역시 송강호는 송강호’라는 찬사를 받았다. 이 작품은 ‘제62회 칸국제영화제’에서 심사위원상을 받았다.
박찬욱 감독은 자신에 앞서 송강호가 수상자로 호명되자 복도를 건너 달려와 얼싸안았다. 그는 이후 한국 기자들과 가진 기자회견에서 “송강호와 다른 영화로 온 덕분에 함께 상을 받게 됐다”며 수상의 기쁨을 함께 나눴다. 송강호는 기자회견에서 “사실 박찬욱 감독과 오랫동안 작업해오고, 또 칸에서 ('박쥐'로) 심사위원상도 받으셨고, 참 남다른 감정”이라면서 “내가 받을 때, 감독님이 뛰어오시면서 포옹을 해오는데 진심으로 너무 감동적이었다. 감독님의 눈빛을 보는 순간 너무 좋아하고 있다는 게 느껴져서 순간적으로 그 감동을 느낄 수가 있었다”며 감사를 표했다. 박찬욱 감독은 “다 보셨겠지만, 나도 모르게 복도를 건너 뛰어가게 되더라”며 “송강호 배우가 그간 많은 좋은 영화에 출연했지만, 워낙 영화 자체가 좋다 보니까 주연상을 받는 것이 힘들었는데 이렇게 받게 돼 기쁘다”고 인사했다.
송강호는 앞서 ‘괴물’(2006), ‘밀양’(2007),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2008), ‘박쥐’(2009), ‘기생충’(2019), ‘비상선언’(2021) 등으로 칸영화제 레드카펫을 밟았으나 수상은 이번이 처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