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 첫 방송된 tvN 새 월화극 '링크 : 먹고 사랑하라, 죽이게'(이하 '링크')는 18년 만에 찾아온 링크 현상으로, 한 남자가 낯선 여자의 온갖 감정을 느끼며 벌어지는 감정공유 판타지 로맨스다. 이석형은 탁월한 감각과 개성 있는 연기로 은계훈(여진구)의 후배 셰프 ‘차진후’로 분해 시청자들과 만나고 있다.
링크(타인의 감정을 공유하는 능력) 현상으로 감정을 컨트롤할 수 없어 고성과 오열, 박장대소를 반복하는 은계훈을 진정시키는 차진후(이석형)의 모습이 포착됐다. 은계훈과 가장 가깝고도 유일한 친구이자 친동생이나 다름없는 차진후. 링크 현상 발현을 와이파이라고 표현할 만큼, 종종 겪는 일이라는 듯 갑작스럽고 엉뚱한 은계훈의 감정 반응에 꽤 익숙해하는 모습이 방송 초반부 시청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그런가 하면 레스토랑에서 잘릴 위기에 처한 뒤 새롭게 개인 레스토랑을 차리려던 은계훈과 지화동을 찾은 차진후의 영혼 없는 리액션이 시선을 사로잡았다. 공중에 날아다니는 비닐봉지, 녹이 슬어 삐드득거리는 풍향계 소리 등 스산한 기운을 풍기는 동네를 둘러보며 막막한 심정을 영혼 없는 미소로 감춘 차진후. 휑한 지화동의 풍경과 차진후의 초점 나간 시선, 허름한 식당 건물, 당장이라도 떨어져 내릴 듯한 간판의 모습이 교차되며 보는 이들의 웃음을 자아냈다.
심지어 대낮에 노숙자마저 골목길에서 노상 방뇨하는 모습에, 멍한 표정으로 되레 감탄하며 "아직 해도 안 졌는데. 짱이야 형"이라고 말하는 차진후의 엉성한 매력이 보는 내내 시청자들로 하여금 저항 없이 웃음을 터지게 만들었다. 또 특유의 차진 어투로 "노상방뇨 핫플레이스래"라며 맛깔 난 대사를 톡톡히 살려냈다. 곧이어 거미줄과 먼지가 수북한 빈 가게를 둘러보다 "여기서 같이 시작하자"며 두 팔 벌려 차진후를 꽉 붙잡는 은계훈과 '왜 하필 나냐'라는 표정으로 입술을 옴싹옴싹하는 차진후의 얼굴이 안방극장의 웃음을 제대로 책임졌다.
차진후와 은계훈의 경쾌한 티키타카는 쉴 새 없이 쏟아졌다. 문밖에서 기웃거리며 은계훈의 동태를 살피는 노다현(문가영 분)을 보며 정상이 아닌 것 같다며 덤 앤 더머처럼 느린 호흡의 코미디를 선보였다. 음식 맛을 평해달라는 홍복희(김지영)에 도통 빈말이라는 모르는 은계훈의 성격을 알기에 테이블 밑으로 은계훈의 다리를 붙잡아 두며 팩폭을 막으려는 모습으로 장면의 활력을 북돋았다.
이렇듯 이석형은 때로는 진지하고 때로는 코믹한 상황 속 여진구와 남다른 케미스트리로 웃음을 자아냈다. 여러 작품 속 다양한 캐릭터를 부지런히 오가며 자신만의 색을 구축, 강렬하게 필모그래피를 채워 나가고 있는 이석형. 수다스럽고 장난스럽게 여진구의 옆을 지키며 지화양식당의 분위기 메이커로서의 활약을 예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