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 대한민국과 칠레의 축구대표팀 평가전이 한창 진행되던 때 축구 팬들의 관심은 또 다른 경기에도 쏠려 있었다. 같은 날 일본에서 열린 일본과 브라질의 평가전이었다.
한국은 지난 2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위 브라질과 맞붙어 1-5 완패를 당했다. 브라질은 한국과 평가전을 마친 후 6일 일본 도쿄 국립경기장에서 일본을 상대해 1-0으로 이겼다.
일본-브라질전은 그야말로 브라질의 신승이었다. 네이마르(파리 생제르맹)의 페널티킥 결승 골이 나온 후반 32분까지 0-0 균형이 이어졌다.
칠레전을 즐기면서 동시에 일본-브라질전을 보던 한국 축구 팬들 사이에서는 한숨이 터져 나왔다. ‘역시 일본은 수비 조직력이 탄탄하다’, ‘일본은 카타르 월드컵 본선에서 스페인·독일을 만나기에 극단적인 수비 전략을 쓰는 것도 실용적으로 보인다’는 질투 섞인 반응도 나왔다. 비슷한 시기에 똑같이 브라질을 상대하는 이번 평가전 스케줄이 미묘한 ‘간접 한일전’ 양상이었다. 팬들의 반응이 그래서 더 폭발적이었다.
'간접 한일전' 결과를 보고 한국 대표팀이 일본에 크게 뒤처졌다고 해석해야 할까.
브라질과의 경기는 경쟁이 아니라 말 그대로 평가전이었다. 비싼 대전료를 지불하는 랭킹 1위와 한 판을 통해 과연 한국과 일본이 어떤 자세로 상대와 부딪쳤는지, 무엇을 배웠는지가 더 중요한 포인트다.
파울루 벤투 한국 감독은 현재 세계에서 가장 축구를 잘하는 팀을 상대하면서도 지금까지 해왔던 것과 같은 작전을 들고 나섰다. 결과는 참패였다. 한국 선수들은 때때로 크게 위축된 듯한 모습을 보여줬고, 그동안 하던 대로 압박하고 수비했을 때 강한 상대는 그걸 얼마나 쉽게 순식간에 뚫어버리는지 직접 경험했다.
브라질전에서 대표팀이 보여준 경기력은 매우 실망스러웠다. 하지만 주목할 부분은 한국이 월드컵 본선을 앞두고 강팀과 평가전을 하면서도 ‘우리의 축구를 하겠다’는 뚝심을 보여줬다는 점이다.
이 과정에서 미드필드진과 수비진이 와르르 무너지는 모습이 나왔으나 비싼 값을 치르고 경험하는 평가전인 만큼 오히려 그 과정에서 배울 점을 명확하게 짚어낼 수 있었다. 물론 카타르 월드컵 본선 때까지 이 약점을 완전히 고칠 수 있는지는 별개의 문제다.
치치 브라질 감독은 한국전 후 “한국이 슈팅 7개를 기록한 건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이 과정에서 황의조의 골이 터졌다. 한국은 브라질에 완패했지만, 적어도 ‘지지 않겠다’, ‘어떻게든 막는 데 집중하겠다’는 소극적인 자세가 아니라 ‘이기겠다’는 마인드로 라인업과 전술을 짰다.
일본은 브라질전을 통해 조직력이 단단한 팀이라는 것을 증명했다. 일본은 브라질전 선발 포백 라인 중 세 명이 유럽파다. 미드필더 하라구치 겐키까지 수비 가담 자원 대부분이 유럽에서 뛰고 있다. 브라질을 상대로 매우 수비적인 플레이를 했지만, 무작정 덤비는 일차원적인 수비가 아니라 조직적으로 맞섰다.
다만 일본은 카타르 월드컵 본선 H조에서 유럽의 강팀과 연달아 만난다는 부담이 큰 것 같았다. 팀 컬러를 수비적으로 잡고 가는 모습이 역력했다. 좋은 수비 자원을 활용해 ‘두줄 수비’를 세운 것은 물론이고 경기 도중 네이마르의 바지가 벗겨졌을 정도로 육탄전을 불사하며 브라질을 막았다.
이러한 스탠스는 오히려 일본의 약점인 공격력을 더 위축시켰다. 일본은 브라질전 유효슈팅 0개로 공격다운 공격을 하지 못했다.
일본 매체들은 일본이 최강팀 브라질을 상대로 선전했다는 톤의 기사를 내보냈다. 일본은 잘 싸웠고, 나쁘지 않은 성적을 냈다. 스코어에 나타나지 않는 결과도 궁금하다. 한국과 일본 중 누가 더 많이 배웠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