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은 지난 3일(한국시간) 전열에서 이탈했다. 그는 2일 열린 시카고 화이트삭스전에 선발 등판, 4이닝 만에 마운드를 내려갔고 왼 팔뚝 염증 문제로 이튿날 15일짜리 부상자명단(IL)에 올랐다. 류현진의 MRI(자기공명영상)를 확인한 로스 앳킨스 토론토 단장은 "팔꿈치에 만성적인 변화(chronic changes)가 나타났다"고 말했다.
류현진은 IL 등재 이후 닐 엘라트라체 박사를 만났다. 엘라트라체 박사는 토미존서저리(팔꿈치 인대접합 수술) 창시자인 프랭크 조브의 후계자로 2015년 류현진의 어깨 수술을 집도한 바 있다. 누구보다 류현진의 몸 상태를 잘 알지만, 그를 만난 다음에도 뚜렷한 답을 찾지 못했다. 메이저리그(MLB) 대표 칼럼니스트 존 헤이먼은 지난 10일 자신의 소셜미디어(SNS)에 "류현진은 상당한 시간 결장할 것으로 예상한다. (부상에 대한) 현재 여러 의견을 수집하고 있다"고 전했다.
만만하게 볼 사안이 아니다. 류현진은 지난 4월 18일 왼 팔뚝 문제로 IL에 등록된 이력이 있다. 5월 15일 선발 로테이션에 복귀했지만 4경기 만에 통증이 재발했다. 류현진은 화이트삭스전을 마친 뒤 "(IL에 올랐던) 4월과 비슷한 느낌이었다. 경기 전에는 평소대로 던질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끝나고 나니 (등판을 강행한 게) 후회스럽다"고 털어놨다.
A 구단 수석 트레이너는 "투수들의 경우 팔꿈치 뼈의 연골이 닳기도 하고 뼛조각이 생기기도 한다. 일반인과 달리 특정 부위를 계속 과사용 하다 보니 '만성적인 변화'가 생긴다"며 "투수의 변화가 야수보다 심하고 투수 중에서도 투구 메커닉에 따라 팔꿈치에 유독 스트레스가 많이 가는 선수들이 있다. 이런 선수들은 대부분 뼛조각이 생긴다. '만성적인 변화' 자체가 문제라기보다 '변화의 정도'가 중요하다. (현지 반응을 종합해보면) 류현진의 상태는 심한 게 아닐까 싶다"고 조심스럽게 추측했다.
류현진은 2013년부터 올 시즌까지 MLB에서 1만5000구(정규시즌 기준) 이상 투구했다. 2015년 5월에는 어깨 수술을 받고 1년 넘게 재활 치료를 하기도 했다. 지난해에는 2년 만에 2600구 이상을 던져 피로가 누적됐다.
이상 징후가 먼저 나타난 건 구속이었다. MLB 기록 전문 사이트 팬그래프닷컴에 따르면, 류현진의 올 시즌 패스트볼 평균 구속이 89.3마일(143.7㎞/h)로 MLB 진출 이후 최저였다. 2일 화이트삭스전에선 평균 구속이 85.2마일(137.1㎞/h)까지 떨어졌다. 최고 구속도 89.3마일로 90마일(144.8㎞/h)을 넘지 않았다. 트레이드 마크인 '능구렁이 피칭'이 통하지 않을 정도로 구속에 빨간불이 켜졌다. 등판 이후 왼팔 통증 사실이 알려져 구속 저하의 원인으로 부상이 지목됐다.
A 구단 수석 트레이너는 "인대에 만성적인 손상이 발견된다면 최악에 가깝다. 그렇다면 파열 정도에 따라 수술 여부를 결정한다. 연골의 문제라면 주사를 맞기도 하지만 (부상이 발견되면) 할 수 있는 게 많지 않다"며 "계속해서 결장하는 걸 보면 수술까진 아니더라도 재활 치료가 조금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고 전망했다.
토론토 마운드에선 빅리그 2년 차 알렉 마노아가 괴물 같은 활약을 이어가고 있다. 마노아는 첫 11번의 선발 등판에서 7승(1패)을 따내며 평균자책점 1.81을 기록했다. 지난겨울 FA(자유계약선수)로 영입한 오른손 투수 케빈 가우스먼도 5승 5패 평균자책점 2.67로 순항 중이다. 하지만 류현진의 이탈이 장기화하면 선발진에 대한 고민이 커질 수 있다. 11일 앳킨스 단장은 류현진에 대해 "심각한 건 없다고 낙관한다(optimistic)"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