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종석에 앉은 톰 크루즈가 숨을 내뱉을 때마다 뽀얀 김이 서린다. 뜨거운 숨의 열기가 스크린을 넘어 객석에까지 전해지는 듯하다.
무려 36년 만의 속편이다. ‘탑건’의 후속작 ‘탑건: 매버릭’이 오는 22일 한국 관객들을 찾는다. 배우 톰 크루즈는 전편에 이어 ‘탑건: 매버릭’에서도 최고의 파일럿 매버릭 역을 맡아 영화를 이끈다. ‘탑건: 매버릭’은 최고의 파일럿이자 전설적인 인물인 매버릭이 자신이 졸업한 훈련학교 교관으로 발탁돼 후배들을 교육시키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 작품. 교관이 아닌 영원한 현역으로 남고자 하는 매버릭이 후배들과 합을 맞추는 과정은 그 자체로 또 하나의 도전이다. 액션으로 주목받고 있긴 하지만 톰 크루즈는 파일럿으로서 은퇴를 고민해야 하는 시점에 도달한 매버릭의 심경을 훌륭한 감정 연기로 표현해내며 관객들을 몰입시킨다. 먹어야 하고, 자야 하고, 사망까지 할 수 있는 인간 파일럿. 이제 시대는 무인 전투기를 호출하고 있다. 아무리 전설적인 존재라 해도 매버릭 홀로 시대의 거대한 흐름을 홀로 막을 수는 없는 일이다. “이제 파일럿의 시대는 끝났다”는 말에 매버릭이 할 수 있는 말은 고작 “그럴 수도 있다. 하지만 오늘은 아니다”라는 것뿐이다.
이 말은 마치 온 몸을 던져 액션을 소화하는 톰 크루즈 자신에게 하는 말 같기도 하다. 컴퓨터 그래픽으로 웬만한 화면과 액션이 다 구현 가능한 상황에서 가능한 모든 액션을 직접 소화하는 톰 크루즈 같은 배우는 어쩌면 그다지 필요 없어진 것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쩌면 그래서 톰 크루즈의 전투적인 액션은 더욱 빛난다. “적군이 모르는 것은 오로지 조종석에 앉은 파일럿의 한계뿐”이라는 매버릭의 말처럼, 컴퓨터 그래픽으로 점철된 액션 속에서 1%의 차이를 만들어내는 건 배우들의 ‘진짜 연기’다. ‘탑건: 매버릭’의 모든 배우들은 3개월에 걸쳐 항공 훈련 프로그램을 직접 소화했다. 이들 배우들은 모두 직접 전투기에 탑승해 익스트림 고공 액션을 만들어냈다. 직접 비행기에 타지 않았다면 자연스럽게 일그러지는 얼굴, 변해가는 얼굴색, 마치 헬스장에 온 것 같은 땀내나는 숨소리는 결코 전해지지 표현되지 않았을 것이다. 톰 크루즈와 오랜 시간 호흡을 맞춘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의 제작진이 ‘탑건: 매버릭’에 참여해 배우들의 액션 연기를 실감 나고 깊이 있게 스크린에 구현했다.
‘탑건: 매버릭’에서 매버릭은 빛나기만 하지는 않는다. 세월의 거친 풍파 속에 그는 동료를 잃었고 윗선의 신임도 잃었다. 하지만 여전히 남아 있는 동료들과 희망을 안고 다시 한번 하늘로 날아오른다. 가공할 힘을 가진 슈퍼히어로에게서는 느낄 수 없을 인간적인 영웅의 깊이감을 기대해도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