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칫 불명예스러운 기록까지 세울 위기다. 김헌곤(34·삼성 라이온즈)의 타격 슬럼프가 심각한 수준이다.
김헌곤은 16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LG 트윈스 원정 경기에 9번 타자·중견수로 선발 출전, 2타수 무안타 1삼진을 기록했다. 3회 첫 타석 중견수 플라이, 5회 두 번째 타석에선 헛스윙 삼진으로 물러났다. 5회에는 무사 1·2루에서 번트를 시도해 1, 2구 모두 실패했고 강공으로 전환, 4구째 배트가 헛돌았다. 7회 세 번째 타석에선 대타 김현준과 교체돼 경기에서 빠졌다.
경기 뒤 김헌곤의 시즌 타율은 0.174(155타수 27안타)까지 떨어졌다. 만약 규정 타석을 채웠다면 리그 타격 최하위에 해당한다. 그뿐만 아니라 장타율(0.194)과 출루율(0.211)을 합한 OPS도 0.405로 좋지 않다. RC/27도 1.05에 불과하다. RC/27은 한 타자가 아웃 카운트 27개를 모두 소화한다고 가정했을 때 발생하는 추정 득점으로 타자의 생산성을 확인할 수 있는 지표. 1.05이라는 건 사실상 득점 창출 능력이 제로에 가깝다는 의미다.
더 큰 문제는 최근 흐름이다. 지난달 27일 잠실 LG전 대타 안타 이후 16경기(선발 9경기) 39타석 34타수 무안타를 기록 중이다. 이 기간 장타율은 제로, 출루율만 고작 0.053이다. 주자가 있는 상황에서 17타수 무안타, 득점권에서 7타수 무안타로 침묵을 이어가고 있다. 야구통계전문업체 스포츠투아이에 따르면 '39타석 무안타'는 2009년 진갑용의 42타석 무안타에 이은 구단 역대 2위에 해당한다. 3위는 2011년 이영욱의 38타석 무안타. 리그 기록인 1995~97년 염경엽의 51타석 무안타도 가시권에 들어왔다.
김헌곤은 올 시즌 삼성의 주장 겸 예비 FA(자유계약선수)다. 지난겨울 FA로 팀을 떠난 박해민(현 LG 트윈스)의 빈자리를 채워 개막전 중견수로 선발 출전, 팀 내 기대가 컸다. 수비에선 큰 문제가 없지만, 관건은 공격이다. 거듭된 부진 탓에 주전 경쟁에서 밀려날 위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