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오전 10시(한국시간) 열린 미국프로농구(NBA) 파이널 보스턴 셀틱스와 골든 스테이트 워리어스 경기. 3점슛을 성공시킨 스테판 커리(33)가 특유의 제스처인 ‘마우스피스 씹기’와 함께 손가락을 펴기 시작했다. ‘1, 2, 3…4!’ 본인의 네 번째 우승반지를 향한 세리머니였다. 이후 골스는 103대90로 보스턴을 격파하며 우승을 차지했다.
커리는 4개의 반지, 2번의 정규시즌 최우수 선수(MVP), 1번의 파이널 MVP를 가진 선수가 됐다. 앞서 이런 커리어를 가진 선수는 총 5명(마이클 존슨, 매직 존슨, 르브론 제임스, 팀 던컨, 카림 압둘 자바)뿐이었다. 이 중 현역으로 뛰는 선수는 르브론 제임스가 유일하다. 역대급 선수의 반열에 더 가까이 올라선 것이다.
특히 파이널 MVP는 커리의 이루지 못한 꿈이었다. 가장 근접했던 순간은 2015년 NBA 파이널. 커리는 생애 첫 파이널 게임에서 펄펄 날았다. 총 38개의 어시스트를 기록했고, 대다수의 팬은 MVP를 예상했다. 그러나 2015년 NBA의 파이널 MVP는 안드레 이궈달라(37)였다. 전문가들은 르브론 제임스(36)를 막은 이궈달라의 역할을 높게 샀다. 2017~18 NBA 파이널은 케빈 듀란트(33)가 ‘2연속’ MVP를 차지했다. 듀란트는 그야말로 팀을 ‘캐리’했다. 결국 파이널 MVP는 커리에게 남은 유일한 숙제였다고 볼 수 있다.
이궈달라는 ‘벤치’에 듀란트는 ‘뉴욕’으로 갔다. 이제는 커리의 무대였다. 커리는 NBA 파이널 6차전 동안 평균 31.2득점 6.0리바운드로 팀을 이끌었다. 특히 영리하고 이타적인 플레이가 돋보였다.
4쿼터 후반에도 3점 슛을 성공시킨 뒤 보스턴 홈팬들에게 ‘잘 자요’ 세리머니를 보여줬다. 96대81, 이미 승부가 크게 벌어진 상황이었다. 결국 커리는 ‘숙제’를 마치고 보스턴 팬들에게 ‘악몽’을 선사했다. 길고 길었던 그의 커리어의 빈 구석이 채워지는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