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위즈 강백호가 16일 오후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진행된 일간스포츠와의 인터뷰에 앞서 그라운드를 배경으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수원=김민규 기자 강백호(23·KT 위즈)는 지난 19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전에서 올 시즌 13경기, 55타석 만에 첫 홈런을 때려냈다. 우측 외야석 상단에 떨어지는 비거리 130m짜리 대형 아치로 괴력을 뽐냈다.
2022년 첫 홈런이 나오기까지 강백호는 짧고도 긴 시간을 보냈다. 정규시즌 개막 직전 오른쪽 새끼발가락 피로골절 진단을 받고 수술대에 오른 그는 두 달 동안 재활 치료에 매진했다. 2019년 6월, 손바닥이 찢어지는 상처를 입어 44일 동안 1군 무대를 밟지 못한 경험이 있는데, 이번 공백기는 그보다 더 길었다.
강백호는 "겨우내 웨이트 트레이닝 강도를 높였다. 처음 통증이 생겼을 땐 크게 의식하지 않았는데, 조금씩 피로가 누적된 것 같다. 피로골절 진단까지 나와서 당황했다. 복귀까지 걸리는 시간도 생각보다 길어 막막했다"고 돌아봤다. 그는 이어 "지난해보다 더 좋은 성적을 내고 싶어서 열심히 준비했다. 그래서 더 (부상이) 아쉬웠다. 팀과 팬에 미안한 마음도 컸다"고 했다.
한동안 가슴이 먹먹해 힘들었다고 한다. 그러나 동료들의 응원으로 마음을 다잡았다. 국가대표팀에서 한솥밥을 먹은 허경민(두산 베어스)과 박건우(NC 다이노스)가 특히 큰 힘이 됐다. 강백호는 "두 형이 마치 얘기라도 나눈 듯 똑같은 말을 하더라. '백호가 그동안 열심히 달려왔으니, 하늘이 애써 휴식을 준 것 같다'고 말이다. 실제로 그동안 내가 걸어온 길을 돌아볼 수 있었다"며 웃었다.
개막 뒤에는 여러 감정이 교차했다. 강백호는 "많은 관중 앞에서 뛰는 동료들이 너무 부러웠다. '언제 완치해 (야구장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하는 조바심도 컸다. 한편으로는 쉼 없이 달리는 레이스에서 느끼는 성적 압박에서 벗어나 있다는 안도감도 들었다"고 했다. 봄을 집에서 보내는 게 낯설기도 했지만, 부모님의 배려와 응원 덕분에 불안한 마음을 다스릴 수 있었다고 한다.
강백호는 목발을 짚고 다닐 때도 야구장을 찾아 소속팀 경기를 지켜봤다. KT는 시즌 초반 고전했지만, 그가 직관(직접 관람)한 3경기는 모두 이겼다고. 다른 팀에서 뛰고 있는 동료들의 플레이를 보며 생각이 많아지기도 했다. 특히 올 시즌 급성장한 '친구' 한동희(롯데 자이언츠), 매년 발전하는 '선배' 이정후(키움 히어로즈)는 그에게 자극제가 됐다.
강백호는 "(한)동희는 원래 기량이 뛰어난 선수다. 올 시즌 그렇게 잘하는 모습을 보며 '정말 잘 준비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아프지 말고, 성적에 쫓기지 말고, 결과에 실망하지 않길 바란다고 응원했다. (이)정후 형은 말이 필요한가. 나보다 잘하는 선수다. (통산 타율 1위에 올랐는데) 멋있다. 대단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이들이 잘하면 나도 자극을 얻는다. 더 노력해야겠다는 마음이 커진다"고 했다.
몸과 마음을 회복하고 다시 선 그라운드. 강백호는 복귀전(4일 KIA 타이거즈전) 첫 타석부터 17타석 연속 범타로 물러났다. 고전 끝에 지난 9일 키움전에서 1회 우전 안타를 치며 침묵을 깼다. 최근 7경기에선 타율 0.375 1홈런 5타점을 기록했다. KT는 이 기간 8승 2무 4패를 기록하며 7위에서 5위까지 올라섰다.
박병호와 KT의 통합 우승 합작을 바라는 강백호. 사진=KT 위즈 강백호는 2021시즌 타격 5개 부문(타율·안타·타점·출루율·장타율)에서 리그 5위 안에 이름을 올리며 정상급 타자로 올라섰다. 시즌 종료 뒤엔 "2021년의 나를 뛰어넘겠다"는 각오를 전하기도 했다.
올해는 부상으로 공백기가 길었던 탓에 규정타석도 채울 수 없다. 강백호도 "매년 명확한 목표가 있었는데, 지금은 떠오르지 않는다. 찾아봐야 할 것 같다"고 했다.
그러나 길을 잃은 건 아니다. 강백호의 가장 큰 목표는 KT의 2년 연속 통합 우승 달성이다. 올해는 더 특별하다. 우상이었던 박병호가 올 시즌 KT 유니폼을 입었다. 박병호와 강백호는 이제 같은 목표를 바라보는 동료다.
강백호는 "어머니께서 프로 선수 중 유일하게 사인을 받을 만큼 (박)병호 선배님을 좋아한다. 지난 4월 선배님이 사구를 맞아 교체됐을 때 나한테 '연락해보라'며 걱정하시더라. 나도 고교 시절 어머니와 함께 넥센(현재 키움) 경기를 보면서 선배님을 응원했다. 병호 선배와 같은 팀에서 뛰니 새삼 설렌다"고 했다. 이어 "개인 목표는 세우기 어렵다. 그저 부상 없이 남은 시즌 정주행하며 병호 선배님과 KT 우승을 합작하는 게 가장 큰 목표"라고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