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상백은 21일 수원KT위즈파크에서 열린 2022 KBO리그 NC 다이노스와의 주중 3연전 1차전에 선발 투수 등판, 6이닝 동안 2피안타 3볼넷 1실점으로 호투하며 시즌 6승(2패)을 거뒀다. 평균자책점은 종전 3.97에서 3.74로 낮췄다.
엄상백은 1회 초 선두 타자 손아섭에게 중월 3루타를 맞았다. KT 중견수 앤서니 알포드가 몸을 날려 포구를 시도했지만, 실패하고 말았다. 엄상백은 이어진 이명기와의 승부에서 희생플라이를 내줬다.
그러나 이후 무실점을 이어갔다. 2회는 1사 뒤 노진혁에게 볼넷을 내줬지만, 박석민과 김주원을 각각 땅볼과 뜬공 처리했다. 3회는 삼자범퇴. 선두 타자(닉 마티니) 볼넷을 내준 4회도 양의지-권희동-노진혁을 차례로 범타 처리했다. 5회와 6회도 1사 뒤 출루를 내줬지만 후속 두 타자를 범타 처리했다.
그사이 타선은 엄상백에게 넉넉한 득점을 지원했다. 4회 말 박병호의 적시타, 알포드의 홈런 등으로 5점을 냈다. 박병호는 5회와 6회 각각 솔로포와 적시타를 쳤다. 7번 타자 김준태까지 홈런 릴레이에 가세했다. KT는 8-1로 완승을 거뒀고, 엄상백은 승리 투수가 됐다.
엄상백은 선발 등판한 11경기에서 5승 평균자책점 4.04를 기록하며 4·5선발급 기록을 남겼다. 그러나 당분간 선발진을 떠난다. 오른쪽 팔꿈치 통증으로 이탈했던 외국인 투수 웨스 벤자민이 오는 26일 LG 트윈스전에서 복귀전을 갖기 때문이다.
엄상백은 시즌 초반에도 부상으로 빠진 '전' 외국인 투수 윌리엄 쿠에바스의 공백을 메웠지만, 벤자민이 영입된 뒤 자리를 내줬다. 다시 '선발 알바'를 뛰다가 제자리로 돌아가는 것.
엄상백은 선발 투수로 성장 가능성을 증명했다. 그러나 KT에서는 자리가 없다. 기존 국내 선발진 고영표-배제성-소형준은 올 시즌도 입지가 탄탄하다. 최근 부진한 1선발 오드리사머 데스파이네도 뺄 수 없는 상황.
이강철 감독은 이닝 소화 능력이 있고, 필승조 경험도 풍부한 엄상백을 활용해 불펜 강화를 도모할 계획이다. 휴식이 필요한 국내 선발 투수가 있을 때 대체 투입하며 종종 선발 임무를 맡길 계획도 있다.
2015년 1차 지명 유망주인 엄상백은 군 복무를 하기 전까지는 주로 구원 투수로 나섰다. 그러나 상무 야구단에서는 선발로 나서며 퓨처스 남부리그 다승왕(2020년·10승)까지 해냈다.
그런 투수가 팀 사정상 선발이 아닌 불펜 투수로 나서야 하는 상황. 당장 올 시즌뿐 아니라 미래를 준비해야 하는 이강철 감독도 고민이 클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엄상백은 팀 사정을 받아들이는 듯 보인다. 21일 NC전 승리를 이끈 뒤 "불펜으로 가는 건 개의치 않는다. 어떤 보직으로 나가든 최선을 다해서 내 공을 던지겠다. 승리에 보탬이 되도록 하겠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