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희는 지난 4월 KBO리그를 강타했다. 타율(0.427) 홈런(7개) 장타율(0.764) 1위, 최다안타(38개)·타점(22개)·출루율(0.485) 2위에 올랐다. 한동희의 활약 덕에 개막 전 '2약'으로 평가받은 롯데는 개막 첫 달을 2위로 마감했다. 그는 조아제약 4월 MVP, KBO리그 4월 MVP 등 상을 휩쓸었다.
하지만 4월 10일 KIA 타이거즈전부터 이어온 개인 최다 19경기 연속 안타 행진이 5월 3일 KT 위즈전에서 끝났다. 그의 상승세에 제동이 걸렸다.
한동희의 5월 타율은 0.221로 뚝 떨어졌다. 수비 실책도 많아졌고, 설상가상으로 옆구리 부상까지 당해 5월 22일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됐다.
지난 3일 부상에서 복귀한 그는 슬럼프와 완벽하게 작별했다. 6월 10일 KT전부터 22일 KIA전까지 9경기 연속 안타를 기록하고 있다. 이 기간 타율은 0.483(29타수 14안타). 2루타 5개, 만루 홈런 1개를 포함한 장타율은 0.759로 높다. 최근 4경기 연속 멀티 히트에 22일 KIA전에서는 연장 10회 초 결승 2루타를 쳤다. 이달 초 주루 도중 허벅지 통증으로 잠시 제동이 걸렸지만, 몸 상태를 회복하면서 뜨거웠던 4월의 모습을 재현하고 있다.
타격에는 사이클이 있다. 부진한 기간을 단축하는 게 타자의 능력이다. 2020년과 지난해 각각 17홈런씩 때려내며 성장한 한동희는 올 시즌 슬럼프를 극복하고 다시 일어섰다. 그는 "(5월 부진 때) 생각이 많아졌다. 전력 분석팀에서 '4월에는 상체가 펴져 있는 채로 타격할 때 좋은 타구가 나왔다'고 조언해줬다. 이를 참고해 타격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한동희의 올 시즌 가장 큰 소득은 '거인 군단'의 중심 타자로 올라선 것이다.
2018년 1차지명 입단 당시부터 '포스트 이대호'로 평가받은 그는 17홈런을 때려낸 지난해에도 주로 하위 타순에 포진했다. 7번 타순(219타석)에 가장 많이 들어섰고, 그다음 6번(157타석) 8번과 5번(이상 51타석) 순이었다. 전임 허문회 감독이나 신임 래리 서튼 감독 모두 한동희에게 부담을 주지 않으려고 했다. 중심타선은 이대호와 전준우·정훈이 주로 맡았다.
올 시즌도 하위타순에서 시작한 한동희는 개막 2주 차까지 7번 타자로만 나섰다. 서튼 감독은 한동희가 뜨거운 타격감을 이어가자 마음을 바꿨다. 한동희를 5번 타순에 배치했고, 이내 3번까지 끌어올렸다. 중심 타선에 합류한 후에도 한동희는 변함없이 좋은 모습을 선보였다. 부상 복귀 후엔 5번 타자로 나서고 있다. 그가 부상으로 이탈한 사이 이대호가 3번 타자로 자리 잡고 있어서다.
한동희는 일간스포츠와 통화에서 "타순은 감독님이 정해주는 것이다. 난 별로 의식하진 않는다"면서도 "7번보다는 (중심 타선이) 조금이라도 더 타격 기회가 많아서 좋다"며 반겼다. 이어 "상위 타순에 들어가거나 앞뒤에 무서운 타자가 있으면 나와 승부할 확률이 높다"며 "그래서 요즘 들어 더 과감하게 스윙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심 타선에 포진하는 부담보다, 선배의 '우산 효과'를 톡톡히 얻고 있는 셈이다.
'타율 공동 1위(0.348)' 이대호는 "(한)동희는 앞으로 팀을 지켜야 하는 기둥이자, 책임져야 하는 선수다. (기량이 꽃 피우기까지) 아직 멀었다"며 "동희는 더 잘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타율 4위(0.344)' 한동희는 선배의 기대처럼 쑥쑥 성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