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치홍(32·롯데 자이언츠)은 주축 선수의 연쇄 이탈 속에도 '거인 군단'을 변함없이 지켰다.
롯데는 5월 중순 이후 전준우와 한동희, 정훈이 부상으로 1군을 비웠다. 팀 타격은 점차 힘을 잃었다. 신예 선수가 대거 기용된 가운데 이대호와 안치홍이 라인업을 지켜 더 심한 추락을 막을 수 있었다. 안치홍은 22일 기준으로 팀이 치른 67경기 중 경조 휴가와 휴식 차 선발 명단에서 제외된 4경기를 제외한 63경기에 출전했다. 래리 서튼 롯데 감독은 "주전 선수의 부상으로 이탈한 가운데 안치홍이 리더로서 좋은 모습을 보여준다"고 칭찬했다.
서튼 감독이 어느 자리에 갖다 놓든, 안치홍은 꾸준하다.
안치홍은 4월 타율 0.309를 기록한 뒤 5월(0.303) 6월(0.304) 모두 비슷한 페이스를 선보이고 있다. 올 시즌 이틀 연속 무안타는 두 번뿐이다.
롯데는 빠른 발과 콘택트 능력을 겸비한 전통적 유형의 1~2번 타자가 없다. 서튼 감독이 시즌 초반 여러 선수를 리드오프로 투입하며 가능성을 점검했지만, 성과는 없었다. 그나마 베테랑 정훈이 0.216의 낮은 타율에도 경험을 앞세워 한동안 1번 타자로 나섰지만, 부상으로 이탈했다.
결국 안치홍이 1번 타순에 투입됐다. 그는 리드오프로 135타석에 들어서 타율 0.305를 기록하고 있다. 1번 타자로 나설 때 출루율은 0.385로 시즌 평균(0.368)보다 좋다.
22일 열린 KIA 타이거즈전에는 1번 타자·2루수로 선발 출전해 4타수 3안타 1볼넷 3득점으로 7-5 역전승의 발판을 놓았다. 1회 첫 타석부터 2루타로 출루해 선취점을 올렸고, 5회 볼넷으로 걸어 나가 득점까지 했다. 7회 내야 안타로 출루해 후속 전준우의 동점 2점 홈런을 이끌었다. 9회에도 안타를 뽑아 개인 통산 1500안타 고지를 밟았다.
안치홍은 2번(0.297, 82타석) 3번(0.387, 33타석) 5번(0.263, 21타석) 타순으로 옮겨서도 제 역할을 한다. 21일 KIA전에는 4번 타자로 나서기도 했다. 지난해 119경기에서 10홈런을 기록했는데 올 시즌 벌써 두 자릿수 홈런(10개)에 도달했다. 테이블 세터로는 장타율이 0.496(10위)로 아주 높다.
서튼 감독은 "안치홍은 타석에서 쉽게 물러나지 않는다. 출루율뿐만 아니라 타점 생산력도 좋다”고 했다.
안치홍은 수비에서도 동료들의 공백을 메웠다. 주전 2루수인 그는 정훈의 부상 이탈 속에 한동안 1루수(49타석 소화)로 나서기도 했다. 무난하게 1루 수비까지 소화했다. 22일 KIA전에서는 연장 10회 말 1루수로 옮기기도 했다.
2019시즌 종료 후 롯데와 2+2년 최대 56억원에 계약으로 FA(자유계약선수) 이적한 그는 지난 시즌 도중 +2년 연장 계약에 성공했다. 수비와 타순 모두 위치를 바꿔가며, 꾸준한 활약으로 팀에 공헌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