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1-1 무승부로 끝난 프로축구 K리그1(1부) 인천 유나이티드와 FC서울의 경기. 2000여 명의 인천 팬들은 경기가 끝났지만 퇴장하지 않고 “Good Luck(행운을 빌어)” “NEVER FORGET OUR MEMORIES(우리의 추억을 절대 잊지 마)” 등의 현수막을 건채 한 사람을 기다렸다. 인천 팬들이 기다린 주인공은 외국인 공격수 무고사(32·몬테네그로)였다.
무고사는 최근 이적설이 불거졌다. 인천에서 절정의 기량을 뽐내는 무고사에게 일본 프로축구 J리그의 빗셀 고베가 영입을 제안했다. 고베는 무고사 영입을 위해 바이아웃(이적료) 100만 달러(약 13억원)를 준비하고 있다. 현재 무고사의 연봉인 90만 달러(약 11억원)의 두 배에 해당하는 금액을 지불할 용의도 전한 것으로도 알려졌다.
무고사는 지난 2018년 인천의 유니폼을 입고 K리그 도전에 나섰다. 데뷔 시즌부터 득점 폭발력을 인정받았다. 2018년 K리그1 35경기에서 19골·4도움을 올렸다. 이후 두 시즌 동안 각각 14골, 12골을 터뜨렸다. 지난 시즌에만 두 자릿수 득점에 실패(9골)했다. 총 5시즌 동안 통산 129경기 68골·10도움을 기록하며 ‘파검(팀 컬러인 파랑검정의 준말)의 피니셔’라고 불렸다.
올 시즌 활약이 대단하다. 18경기에 나서 14골을 기록했다. 리그 개인 득점 부문 1위다. 정규 라운드를 모두 소화한다면 30골도 넘을 수 있는 기세였다. 지난 시즌 22골을 기록하며 득점왕에 오른 주민규(제주 유나이티드)가 “득점왕 경쟁에서 무고사를 가장 주목하고 있다”고 꼽을 정도였다. 특히 무고사가 골 넣은 9경기에서 인천은 무패(4승 5무) 행진을 달렸다.
무고사의 활약 덕분에 인천의 순위가 낯설다. 25일 기준 인천은 승점 28(7승 7무 4패)로 리그 4위에 위치했다. 5월에 부진(1승 3무 2패)하며 순위가 하락했지만, 4월 초까지는 울산 현대와 ‘2강’을 구성했다. 매 시즌 가까스로 강등권에서 벗어나며 ‘잔류왕’ ‘생존왕’이라는 오명이 생겼던 인천은 순위 하락에도 불구하고 대반전 시즌을 보내고 있는 것이다.
무고사는 인천에서 통산 100골을 넣겠다는 약속을 했으나, 이를 지키지 못하고 인천을 떠날 가능성이 커졌다. 인천 구단 관계자는 “메디컬 테스트가 남아 있지만 무고사의 이적은 기정사실화돼 있다. 조만간 발표가 날 것”이라고 말했다. 25일 경기 종료 후 인천 팬들을 바라보며 눈시울을 붉힌 무고사는 취재진의 인터뷰 요청에 정중하게 거절 의사를 전했다.
조성환 인천 감독은 “무고사 이적설은 사실이다. 하지만 아직 서명은 하지 않았다”며 “축구에서는 무슨 일이든 일어날 수 있다. (무고사가) 좋게 떠나간다면 축하해줘야 할 일이고, 남는다면 우리와 또 최선을 다하면 되는 것이다. 본인의 선택이 중요하다. 그저 흘러가는 대로 하겠다”고 말했다. 무고사의 의사를 존중하겠다는 뜻이다.
사실상 고별전을 치른 무고사는 중계방송 인터뷰에서 “(팬들이) 보내주신 큰 사랑에 사랑으로 답하고 싶다. 사랑하는 마음을 죽을 때까지 간직할 것”이라며 “인천 동료들을 너무 사랑하고 감사하게 생각한다. 계속 응원할 것이고 든든한 지지자가 되겠다. 큰 지지를 해줘서 감사하고 사랑한다. 인천에서 100골을 넣는 게 개인 목표였다. 미래가 어떻게 될지 두고 보자”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