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CJ ENM 제공 여운이 깊게 남는 건 관객들뿐 아닌가 보다. 영화 ‘헤어질 결심’에서 형사 해준 역을 맡아 열연을 펼친 배우 박해일에게도 이 작품은 유독 여운이 길다.
박해일은 최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헤어질 결심’에 수록된 정훈희의 ‘안개’를 여전히 듣고 있다면서 작품이 남긴 여운에 대해 이야기했다. 사진=CJ ENM 제공-‘헤어질 결심’ 개봉이 가깝다. “시사회를 하고 뒤풀이도 했는데 정말 기쁘더라. 영화인들이 모여 영화가 어떻더라 저떻더라 그렇게 얘기를 나누고, 안부를 물을 수 있다는 게 좋았다. ‘박찬욱 감독의 새로운 작품’이라는 평을 많이 들었다. 탕웨이도 피곤할 텐데 뒤풀이까지 참석했다. 서로 고생했다는 말을 주고받았다.”
-영화 어떻게 봤나. “시나리오를 봤을 때랑 결과물을 봤을 때 어떤 부분들은 상상했던 느낌 그대로 나온 것 같고, 어떤 부분은 차이가 나더라. 박찬욱 감독과 첫 작품이다 보니 시나리오만 보고서 미처 파악할 수 없는 공간 안에서 연기를 했는데, 결과물을 보니 마술 같았다. 미술적인 힘이 배우와 섞이는 게 정말 황홀했다. 음악, 카메라의 구도 등에서도 박찬욱 감독의 스타일을 확실히 느꼈다.”
-박찬욱 감독과 첫 작업이었는데 어땠는지. “그동안 감독님의 영화도 봤고 뒤풀에서도 뵀다. 그러다 한 20년 만에 작업을 같이 하게 됐다. 배우로서든 인간으로서든 그간 쌓은 조각조각들이 누적됐다는 느낌이었다. ‘헤어질 결심’의 경우 배우부터 캐스팅을 하고 극본을 완성하는 형식으로 작업을 했다고 들었다. 그래서 배우가 가진 느낌이 영화에 더 잘 살아난 부분이 있지 않나 싶다. 촬영장에서 연기를 하면서 나다운 부분, 감정들을 일부분이라도 작품에서 활용해 주려고 하신다는 느낌을 받았다. 쉽지 않은 작업을 예상했는데, 오히려 감독님으로부터 큰 응원과 지지를 받으니 힘이 났다. 내가 가지고 있는 색이 박찬욱 감독님 방식으로 스크린에서 보여지는 게 흥미로웠다.”
-영화의 결말에 대해서도 해석이 분분할 것 같다. “엔딩은 관객분들에게 많이 맡긴 게 아닌가 싶다. 모든 걸 다 직접적으로 표현하며 살아갈 순 없지 않나. 그런 게 묻어나는 장면이라고 생각한다.” 사진=CJ ENM 제공-암벽등반 장면도 나오는데 실제 등반을 했는지. “등반 촬영이 있었다. 최종적으로는 편집이 됐는데 내가 맡은 해준이라는 인물이 대학교 다닐 때 등반 동호회를 했다는 설정이었다. 그래서 완전히 암벽등반을 못하는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연습을 했다. 해준은몸고생, 마음고생을 마지막까지 많이 해야 했던 캐릭터 같다. (웃음)”
-영화 여운이 짙다. 관객으로서는 영화 어떻게 봤나. “사실 어제 비가 많이 와서 ‘물난리 나면 어떡하나’ 싶어 자다가도 깼다. 그러다 오늘 아침에 비가 멈췄기에 ‘안개가 끼려나’ 하면서 정훈희의 ‘안개’를 들으면서 인터뷰를 하러 왔다. 요즘은 ‘안개’ 노래만 들어도 약간 젖는 느낌이 있다. 아마 아직 영화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것 같다. 내가 출연한 영화지만 볼 때마다 다르고, 뭉클한 장면들도 있다. 이제 해준이에게서 나와서 박해일로 관객들과 만나야 할 타이밍인데 말이다.”
-이정현과 부부 호흡은 어땠나. “‘꽃잎’ 때부터 팬이었다. ‘저 나이에 저런 기운을 보여줄 수 있나’라는 생각을 당시에 했다. 이번에 처음으로 만나서 호흡을 맞추게 됐다. 재미있었던 기억뿐이다. 정말 반가웠다.”
-곧 영화 ‘한산: 용의 출현’도 개봉하는데. “내 의지랑 상관없이 연이어 출연작이 개봉하게 됐다. 팬데믹이 끝나는 상황이 오면 작품들이 연이어 세상 빛을 볼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고, 마음의 준비는 하고 있었다. ‘한산: 용의 출현’ 또한 즐기면서 관객들과 만날 생각이다.” -두 영화를 관객들이 어떻게 봐줬으면 하는지. “둘 다 담백하게 봐줬으면 좋겠다. 시원하게 극장에 오셔서 다른 메뉴 맛본다는 생각으로.”
-둘 다 담백하게 보긴 어려운 작품들 아닌가. “그렇다면 내가 표현을 잘못한 것 같다. (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