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위즈 외국인 투수 오드리사머 데스파이네를 향한 우려가 점차 커지고 있다. 이제는 기량 저하가 의심된다.
데스파이네는 2020시즌 15승을 거두며 KT 외국인 투수 한 시즌 최다승을 경신했다. 2021시즌에도 13승을 거두며 KT의 정규시즌 우승을 이끌었다. 두산 베어스와의 한국시리즈(KS)에서도 3차전에 등판해 5와 3분의 2이닝 무실점으로 호투했다.
올 시즌은 부진하다. 등판한 15경기에서 3승 8패 평균자책점 4.59를 기록했다. 지난 시즌에는 퀄리티스타트(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 21번을 해내며 이 부문 1위에 올랐다. 올 시즌은 5번뿐이다. 4점 이상 내준 등판이 8번이다.
데스파이네는 독특한 루틴을 가진 선수다. 정기 휴일(월요일)이 있는 KBO리그에선 선발 투수 대부분 5일 휴식 뒤 나선다. 6연전 첫 경기(화요일)에 나서는 투수만 4일 휴식 뒤인 일요일 등판을 소화한다.
반면 데스파이네는 4일 휴식 뒤 등판을 선호한다. 그동안 이 루틴을 지켰을 때 성적도 좋았다. 무엇보다 등판한 경기에서 꼭 100구를 채우려고 한다. 실점 정도, 이닝과 상관없이 말이다.
데스파이네의 루틴을 지켜주면, 다른 투수들의 등판 간격이 벌어지기도 했다. 그러나 코칭 스태프는 1선발 예우를 해줬다. 1~2회 무너진 경기도 가급적 5회까지 맡겼다. 그러나 올 시즌처럼 부진하면 더 배려하기 어려울 수 있다.
일단 데스파이네의 부진이 일시적인 컨디션 난조인지, 에이징 커브(나이에 따른 기량 저하) 등 기량 저하가 시작된 것인지 파악해야 한다. 코칭 스태프도 부진한 원인을 명확하게 진단하지 못하고 있다.
한 가지 주목되는 지점이 있다. 데스파이네는 경기 상황, 상대 타선 그리고 상대 선발 투수에 따라 집중력 기복이 있는 투수라는 게 이미 내·외부 평가를 통해 드러났다. 꽤 흥미로운 데이터는 데스파이네가 상대 선발 투수가 자신처럼 용병일 때 더 잘 던졌다는 것.
올 시즌 첫 등판이었던 4월 5일 SSG 랜더스전에서는 메이저리그(MLB)에서 90승을 거둔 이반 노바를 상대 선발로 맞이했다. 이 경기에서 데스파이네는 4자책점을 기록했지만, 6과 3분의 1이닝을 소화하며 투지 있는 모습을 보였다.
롯데 자이언츠 외국인 투수 글렌 스파크맨과 같은 마운드에 오른 4월 16일 홈 경기에선 6이닝 무실점으로 호투했다. 5월 7일 두산 베어스전은 로버트 스탁을 상대로 6이닝 1실점(0자책점), 5월 17일 LG 트윈스전에서는 케이시 켈리와의 선발 맞대결에서 7이닝 2실점으로 호투했다. 반면 올 시즌 5자책점 이상 기록한 3경기 상대 선발은 모두 국내 투수였다.
데스파이네는 2021시즌도 외국인 투수가 상대 팀 선발로 등판한 12경기에서 평균자책점 3.24·QS 8번을 기록하며 좋은 투구를 보여줬다. 난타당하며 4이닝도 채우지 못한 등판이 2번 있긴 했지만, 대체로 국내 투수들이 나설을 때보다는 집중력이 좋은 모습을 보였다.
상대 에이스급 투수가 등판했을 때 실점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1선발로서의 책임감이 작용했을 수도 있고, 그냥 외국인 투수와 같은 마운드에 섰을 때 승리욕이 더 클 수도 있다.
그런 데스파이네가 최근 2경기에서 모두 외국인 투수와 선발 맞대결을 하고도 부진했다. 스탁이 나선 18일 두산전에서는 4이닝 4실점, 아담 플럿코와 붙은 25일 LG전도 6이닝 4실점 하며 QS에 실패했다. 이 중 LG 타선은 2020~2021시즌 평균자책점 2.03을 기록하며 강세를 보였다.
데스파이네는 NC 다이노스전이 우천으로 순연된 지난 23일, 비가 내리는 상황에서도 그라운드에 나와 캐치볼을 소화했다. 이 또한 루틴으로 보인다. 그는 달라진 게 없다. 그러나 숫자는 다른 말을 하고 있다. 우리 나이로 서른여섯 살. 노장 외국인 투수가 암흑기를 보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