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트’가 5일 서울 성동구 메가박스 성수 MX관에서 제작보고회를 개최했다. 배우 겸 감독 이정재를 비롯해 정우성, 전혜진, 허성태가 참석했다.
‘헌트’는 조직 내 숨어든 스파이를 색출하기 위해 서로를 의심하는 안기부 요원 박평호(이정재 분)와 김정도(정우성 분)가 대한민국 1호 암살 작전이라는 거대한 사건과 직면하며 펼쳐지는 첩보 액션 드라마다. 감독 이정재의 첫 연출작으로 제작 단계부터 화제를 모았다.
이정재는 “시나리오 출연제안을 받아 ‘헌트’와의 인연이 시작됐다. 여러 과정 중에 제작을 맡게 됐다. 처음엔 각본을 쓰고 연출을 하는 일이 ‘내가 해도 되는 일일까’라고 생각하며 많이 주저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용기를 내 봐야겠다는 마음을 가진 이후에는 ‘헌트’에 몰입했다. 투톱 구조의 시나리오가 많이 없어 시간이 오래 걸렸다”며 연출 소감과 계기를 밝혔다.
정우성은 사고초려(四顧草廬) 끝에 출연을 결심했다. 정우성은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캐스팅 제의를 네 번 거절했다”면서 “처음에는 ‘이정재가 연출가로서 과연 작품을 잘 만들 수 있을까’ 고민했다. 출연을 결정한 이후에는 어떤 결과가 오든 받아들여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헌트’는 올해 제75회 칸 영화제의 미드나잇 스크리닝 부문에 초청됐다. 이정재는 “칸은 영화인으로서 제일 화려하고 의미 있는 자리다. 초대해주셔서 잘 다녀왔다”고 입을 뗐다. 이어 “(초청 소식을 들은 이후) 국제 영화제에서 관객들이 재미있으려면 어떤 시나리오로 전개해야 할지 작품에 대한 고민이 더 많아졌다. 영화제에서 한국 영화 이야기도 많이 하고 헌트도 많이 홍보하고 왔다”고 했다. 이를 듣던 정우성은 “칸 영화제에 (이정재와) 신혼여행을 다녀왔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이정재는 배우 외에 감독으로 이 영화에 이름을 올렸다. 이정재는 “동료 배우에게 시나리오를 돌리며 제안하는 게 쉽지 않았다”며 캐스팅의 고충을 떠올렸다. ‘청담부부’로 불리는 절친 정우성과는 1999년 영화 ‘태양은 없다’ 이후 23년 만에 함께 출연한다. 이정재는 “친분보다 함께 해야만 하는 배우들에게 출연 제의를 했다. 그 중 정우성 캐스팅이 제일 어려웠다”고 덧붙였다.
이정재는 영화에서 13년 경력의 빠른 촉과 남다른 정보력을 가진 안기부 1팀 차장 박평호를 연기한다. 이정재는 박평호를 안기부 내에 가장 오래 있던 요원이자 냉철함을 지닌 인물로 이해했고, 관객에게 미스터리함을 전하는 캐릭터로 생각했다.
정우성이 맡은 김정도는 넘치는 열정과 과감한 판단력의 안기부 2팀 차장. 박평호와 경쟁 구도에 있다. 정우성은 “촬영장에서 이정재와도 그렇고 일부러 날 선 듯한 긴장감을 주기 위해 노력했다”고 말했다.
전혜진은 안기부 1팀 요원 방주경을 연기한다. 그는 “두뇌 회전이 빠르고 스마트 한 인물이다. 적극적으로 몸까지 사용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일을 앞에 두고 이상한 여유를 부린다. 대본에서 그런 뉘앙스가 보였다”며 캐릭터의 매력을 꼽았다.
허성태는 안기부 2팀 요원 장철성 역을 맡았다. 허성태는 “‘오징어 게임’ 이후 ‘헌트’ 촬영을 바로 들어가야 해서 15kg를 급하게 감량했다”고 밝혔다. 특히 장철성만의 특징을 표현하고자 감독과 리딩 연습 시간을 많이 가졌다고.
화려한 액션신도 ‘헌트’의 관전 포인트다. 이정재는 “다른 작품에서 액션신을 촬영했던 기억과 다른 영화에서 봤던 좋은 액션 장면들을 되새겨서 작품에 반영했다”며 “콘티 작업을 할 때 무술감독, 미술팀, 소품팀, CG팀 모두를 불러 장면을 연출하면서 고민되는 지점을 함께 논의했다”고 밝혔다.
영화는 1980년대를 대한민국을 배경으로 하는 만큼 시대상을 구현하는 미장센도 볼거리다. 이정재는 “일단 소품이 제일 중요했다. 1980년대 배경에 사용되는 소품들이 다 낡았다. 그 당시 국가 예산을 가장 많이 쓰는 기관 중 저렇게 낡은 장비를 놓고 업무를 볼까 하는 것에서 시작했다. 해외에서 수급할 수 있는 장비를 먼저 수급하고 시작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모든 것에 스태프들의 노력이 들어가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