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잔하고 조용한 것 같지만 이보다 더 다이내믹한 필모그래피가 없다. 최근 방송되고 있는 ENA 수목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서 주인공 우영우 역을 맡아 열연을 펼치고 있는 배우 박은빈 이야기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천재적인 두뇌와 자폐스펙트럼을 가진 신입 변호사 우영우가 대형 로펌에 들어가면서 벌어지는 내용을 담은 드라마. 우영우는 극에서 대한민국 1호 자폐스펙트럼 변호사다. 박은빈은 이 작품에서 그야말로 물 만난 물고기, 아니 작품의 표현을 빌리자면 고래처럼 펄떡인다. 자폐스펙트럼의 진단 기준을 직접 공부하며 치열하게 우영우 캐릭터를 준비했다는 박은빈은 우영우를 현실 세계의 인물처럼 리얼하게 그려냈다. 장애가 작품에 들어가면 자칫 과장되거나 희화화되기 쉬운데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박은빈이 중심을 잘 잡은 덕에 시청자들이 편하게 극에 몰입할 수 있다.
아역 배우로 데뷔, 데뷔 30년을 바라보는 박은빈은 그만큼 많은 작품에서 다채로운 캐릭터를 연기했다. 집중할만한 부분은 그렇게 많은 작품을 했는데도 어느 하나 과하게 기억되는 게 없다는 점이다. 최근까지 박스오피스에서 오래 1위를 기록하며 관객들의 지지를 받은 영화 ‘마녀2’의 경희나 지난해 안방극장에 다시 사극 붐을 일으킨 ‘연모’ 속 남장 여자 이휘만 봐도 그렇다. 비범하고 주위에서 보기 힘든 캐릭터성을 가진 인물을 맡아 담백하게 소화하는 것은 박은빈의 특장기다.
여기에 2014년 ‘비밀의 문’ 이후 쭉 이어진 작품을 보는 선구안은 계속해서 박은빈에게 좋은 필모그래피를 남겨주고 있다. 많은 청춘에게 힐링을 선사했던 드라마 ‘청춘시대’ 1, 2를 비롯해 스포츠 드라마는 성공하기 어렵다는 편견을 깬 ‘스토브리그’, 넷플릭스에서 사랑받으며 사극의 매력을 세계 곳곳에 널리 알린 ‘연모’를 지나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 이르기까지 박은빈의 선택작은 시청자들에게 호평을 받고 있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2회만에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을 꺾으며 한국 넷플릭스 인기 순위 1위에 등극했고, 2회 시청률 1.805%(닐슨코리아 전국)를 기록하며 ENA 채널의 새 역사를 쓰고 있다.
박은빈은 우영우에 대해 “대본을 보고 내가 어떻게 연기하면 되겠다가 전혀 감이 잡히지 않았다. 실제로 내가 섣불리 먼저 선입견을 갖고 대하는 대본도 아니어야 할 것 같았다. 조심스러운 마음이 컸다. 연기를 한다는 것이 괜찮을지 의문이 생기더라. 그래서 찾은 해답은 연기를 한다고 생각하기보다는 영우의 진심을 제일 먼저 알아주고 영우의 진심과 박은빈의 진심을 더해서 보시는 분들로 하여금 그 마음을 느낄 수 있게 하겠다는 것이었다”고 이야기했다. 특별한 캐릭터를 맡더라도 ‘특별함’을 강조하지 않고 작품에 잘 녹아들도록 조율하는 박은빈의 힘. 그의 진심이 또 한번 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