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의 일간스포츠배 대상경주에서 장산바다가 깜짝 우승을 차지했다. 후대 양성의 의미로 올해부터 국산 퇴역마의 자마들로 출전 기준을 잡았는데, 빅투아르(프랑스) 기수와 호흡을 맞춘 장산바다가 사실상 초대 챔피언에 오르며 경주로의 ‘예비강자’로 떠올랐다. 올드패션드의 자마인 장산바다는 부마가 같은 '캡틴양키'와 함께 하반기에 주목을 끌게 됐다. 캡틴양키는 올해 KRA컵 마일, 농림축산식품부장관배를 석권하며 최강 국산 자마로 활약하고 있다.
장산바다는 10일 서울경마공원에서 제8경주로 열린 제38회 일간스포츠배 대상경주(총상금 2억원) 1800m 장거리 경주에서 올 시즌 2승째를 챙겼다. 3~7세 기준, 레이팅 80 이하의 2등급 9두의 말이 출전한 가운데 장산바다는 초반부터 선두권을 지켰다. 줄곧 좋은 페이스를 유지했던 장산바다는 마지막 4코너 직선주로에서 포에버드림을 따돌리고 1위로 올라선 뒤 결승선까지 그대로 질주했다.
장산바다는 우승 상금으로 1억1000만원을 챙겼다. 또 자신의 1800m 최고 기록도 1분56초10에서 1분55초50으로 0.6초 단축했다. 백색광채와 천지여걸이 각 2착과 3착을 차지했다. 2착은 4400만원, 3착은 2800만원의 상금을 수확했다. 이날 2만5300명이 입장해 빅투아르의 우승에 환호했다.
경기 전까지 빅투아르 기수보다 외국인 기수 최다승 기록(281승)을 가진 안토니오(브라질)에게 더 시선이 쏠렸다. 안토니오는 포에버드림과 올해 5전 전승을 기록할 정도 우수한 성적을 거둬 강력한 우승 후보로 꼽혔다.
포에버드림은 출발과 함께 선두로 치고 나가며 경주를 리드했다. 하지만 마지막 4코너 직선주로에서 급격히 속도가 떨어지면서 장산바다에 선두를 내줬다. 장산바다가 쾌조의 종반 스퍼트로 1착을 차지한 반면 힘이 떨어진 포에버드림은 5착에 머물렀다.
프랑스의 토니 조교사와 빅투아르 기수의 첫 대상경주 우승이라 더욱 의미가 깊었다. 환하게 웃으면서 들어온 빅투아르에게 다가가 승리의 하이파이브를 한 토니는 장산바다의 볼에 마구마구 키스하며 우승의 기쁨을 만끽했다. 2019년 9월 조교사로 데뷔한 토니는 첫 대상경주 트로피를 빅투아르와 함께 들어 올렸다.
빅투아르는 “일간스포츠배를 우승해서 굉장히 기쁘다. 안쪽이 아닌 8번에서 출발해 쉽지 않았지만, 스타트 이후 자리도 잘 잡았다. 장산바다가 끝까지 잘 뛰어줘서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최근 성적 등 주기가 좋은 시기다. 조교사와 대화를 통해 대상경주를 목표로 준비를 잘 해왔기 때문에 좋은 성적이 가능했다”고 했다. 끝으로 그는 한국말로 “감사합니다. 파이팅”이라고 말하며 팬들에게 인사했다.
빅투아르는 장산바다와 인연이 깊다. 2020년 2월 장산바다의 데뷔전을 함께 했던 빅투아르는 우승을 차지하며 찰떡호흡을 예고한 바 있다.
토니는 조교사 통산 30승째를 의미 있는 대상경주로 장식했다. 그는 “무엇보다 기수의 준비가 잘 되어 있었고, 장산바다의 컨디션이 좋아서 좋은 결과가 나온 것 같다”며 “한국에 와서 첫 대상경주 우승이고, 빅투아르와 함께여서 더욱 기쁘다”고 미소를 지었다.
토니는 조교사 데뷔 후 얼마 지나지 않아서 코로나19가 터지면서 2년간 어려운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그는 “한국 생활은 다 적응해야 하는 부분이었다. 첫해는 힘들었지만 잘 하려고 노력을 했고, 마방 식구들과의 호흡도 점점 좋아지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