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권은 지난 8일 수원KT위즈파크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와의 홈 경기에서 KT가 5-3으로 앞선 8회 초 2사 2루에 등판했다. 정훈을 상대로 초구 포심 패스트볼(직구)을 던져 2루 땅볼을 유도했다. 공 1개로 임무를 완수한 그는 홀드를 챙겼다. 실점 위기를 넘긴 KT는 8회 말 1점을 추가하며 6-3으로 승리했다.
이날 주권은 KBO리그 역대 13번째로 개인 통산 100번째 홀드를 해냈다. 올 시즌 10호 홀드를 마크하며 역대 10번째로 4년(2019~2022) 연속 두 자릿수 홀드를 기록한 투수로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KT도 창단 처음으로 '100홀드 투수'를 보유했다.
주권은 이튿날(9일) 선수단에 피자 20판과 치킨 15마리를 돌리며 "구원 투수로 뜻깊은 기록을 세웠다. 동료들과 함께 만든 기록이라고 생각한다"고 감사의 뜻을 전했다.
이제 주권의 시선은 더 가치 있는 기록으로 향하고 있다. 40년 프로야구 역사에 안지만(은퇴) 한 명만 해낸 '4년 연속 20홀드' 달성이다. 주권은 2019시즌 25개, 2020시즌 31개, 2021시즌 27개를 기록한 바 있다.
주권은 "솔직히 홀드왕 타이틀을 전혀 의식하지 않는다면 거짓말이다. 이 부문 순위에도 시선은 간다. 그러나 일단 팀이 자주 이기면 자연스럽게 홀드가 따라오기 때문에 욕심은 내지 않는다"고 했다. 이어 "굳이 개인적인 목표를 둔다면 4년 연속 20홀드를 해내는 것이다. 역대 두 번째 기록은 의미가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3년 연속 20홀드를 기록한 투수도 정우영(LG 트윈스)을 포함해 KBO리그 역사상 3명뿐이다. 이강철 KT 감독은 "불펜 투수가 2년 연속 좋은 구위를 유지하는 건 매우 어렵다. 데이터가 그렇게 말한다"고 했다. 만 스물일곱 살인 그가 올 시즌 4년 연속 20홀드를 해낸다면, 내년엔 이 부문 최초(5년 연속) 기록에도 도전한다. 안지만(은퇴)이 보유한 통산 홀드 1위(177개) 기록도 넘볼 수 있다.
2015년 신생팀 우선지명으로 KT 유니폼을 입은 주권은 2018시즌까지 선발과 불펜을 오갔다. 이강철 감독 부임 후에는 불펜 투수로 고정됐다. 이 감독은 "불펜 투수는 확실한 결정구를 갖춰야 한다"고 말하는 지도자다. 왼손 타자 바깥쪽으로 낮게 떨어지는 주권의 체인지업이 이 감독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주권은 오른손 투수지만, 왼손 타자가 많이 포진한 상황에 등판했다. 셋업맨으로 자리 잡은 주권은 2020년 31홀드를 기록하며 타이틀까지 차지했다.
올 시즌 등판한 첫 20경기에서 주권은 평균자책점 4.26, 피안타율 0.301로 부진했다. 그러나 이내 제 모습을 되찾았다. 6~7월 등판한 12경기(11과 3분의 2이닝)에서 단 1점만 내줬다. 주 무기 체인지업뿐 아니라 슬라이더 구사율을 높이며, 오른손 타자 피안타율도 크게 낮췄다. 이강철 감독은 이제 타자 유형을 가리지 않고, 위기 상황에 주권을 투입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