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쿠팡플레이 시리즈 1차전 팀 K리그와 토트넘 홋스퍼의 경기. 전반이 끝나갈 무렵 팀 K리그의 양현준(20·강원FC)이 6만4000여 관중의 감탄 섞인 함성으로 경기장을 들썩이게 했다.
양현준은 드리블로 박스 안까지 들어간 후 토트넘 수비 라이언 세세뇽과 에릭 다이어를 현란한 드리블을 이용해 차례로 제쳤다. 오른발 슈팅까지 했지만, 아쉽게도 공이 골문 밖으로 벗어났다.
손흥민(토트넘)을 보러 경기장에 갔던 팬들도 이 장면을 보고 감탄을 터뜨렸다. 팬들 사이에서는 ‘양현준이 5초 메시였다’는 감탄사가 나왔다.
양현준은 K리그 경기를 자주 챙겨보는 팬이 아니라면 낯선 이름이다. 토트넘전에서 그의 플레이를 확인하고 놀란 팬들조차 이름을 보고 ‘양현종(프로야구 KIA 타이거즈 투수)이냐?’고 되물을 만큼 익숙하지 않은 이름 석 자다.
하지만 그의 화려한 플레이는 그를 몰랐던 사람들을 매혹하기에 충분했다. 양현준은 토트넘전 후반 6분 라스(수원FC)의 골을 어시스트하며 또 한 번 감탄사를 자아냈다. 그는 빠른 사이드 돌파 후 깔끔한 컷백 패스로 라스에게 곧바로 공을 연결했다.
후반 13분에는 다빈손 산체스 앞에서 화려한 턴으로 수비를 따돌리는 움직임을 선보였다.
2002년생 측면 미드필더 양현준은 현재 리그에서 가장 뜨거운 신인이다. 올 시즌 리그 19경기에 나서 2골·3도움을 기록 중이고, K리그1 ‘이달의 영플레이어상’을 두 차례 수상했다. 이변이 없는 한 2022시즌 ‘올해의 영플레이어상’은 양현준이 받을 가능성이 크다. 지난달 아시아축구연맹(AFC) U-23(23세 이하) 아시안컵 대표팀에도 들어갔다.
양현준의 장점은 빠른 드리블을 통한 저돌적인 돌파력이다. 측면에서 페널티 박스 안쪽으로 파고드는 능력이 좋다. 폭넓은 시야를 갖고 있어 날카로운 패스도 건넬 수 있다. 최용수 강원 감독은 “쉽지 않을 텐데 팀을 위해 최선을 다해준다. 매 경기 꾸준한 경기력을 보여주고 있다”고 칭찬했다. 홍명보 울산 현대 감독도 “자신감과 기량이 굉장히 좋은 선수”라고 평가한 바 있다.
사령탑뿐만 아니라 양현준을 향한 동료들의 믿음도 두텁다. 양현준은 팀 훈련부터 성실한 자세로 선배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는다. 강원 공격수 김대원은 “어린 선수임에도 불구하고 팀에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 선수 본인이 자신감이 많이 올라와 있다. 양현준에 대한 팀원들의 기대가 점점 커지고 있다. 연말에 영플레이어상을 받을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국가대표 미드필더 황인범(루빈 카잔)도 양현준을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다. 황인범은 “K리그 선수 중에서 양현준이 가장 돋보인다. 외국 리그에서 활약할 때 K리그 방송 중계를 지켜보며 ‘좋은 실력을 갖추고 있구나’라고 생각했다. 직접 상대해보니 여유가 많이 생겼더라. 스피드와 공을 관리하는 능력이 좋다. ‘저 선수 정말 좋다’라고 팀 동료들과 얘기를 나눴다”고 했다.
13일 토트넘전을 마친 후 팀 K리그를 이끌었던 김상식 전북 감독은 ‘팀에서 가장 돋보인 선수를 꼽아달라’는 질문에 주저 없이 양현준을 꼽았다. 기자회견 진행자가 “오늘 해설을 하러 온 이영표 강원 대표에게 (영입을 위해) 곧바로 연락할 예정이냐”고 묻자 김상식 감독이 “그럴 수도 있다”며 웃었다. 이영표 대표는 “골 장면을 제외하고 경기에서 가장 돋보인 장면을 꼽으라면 단연 양현준의 활약”이라고 했다.
경기 후 취재진과 만난 양현준은 “토트넘 선수들을 직접 보니깐 자신감이 살짝 하락했다”면서도 “강원에서 하던 대로 했는데 플레이가 잘 나왔다. 30분 정도만 뛰어 모든 걸 증명했다고 말할 수는 없다. 운이 좋게 돌파를 해 좋은 어시스트를 할 수 있었다. 토트넘 선수들이 생각보다 템포가 빠르고 좀 다르다 싶었는데 이번 경기를 통해 많이 배웠다”고 말했다.
최용수 감독과 경기 전 나눴던 이야기도 전했다. 양현준은 “최용수 감독님이 장난식으로 (다른 선수에게) 패스하지 말고 드리블만 하고 오라고 했다. 팀에 복귀하면 뭐라고 하실지 잘 모르겠다”며 “리그 경기에서 이런 드리블 상황을 많이 만들면 강원도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갈 것 같다”며 해맑게 웃었다.
강원은 오는 16일 수원FC와 K리그1 2022 22라운드 원정 경기를 치른다. 30일에는 울산으로 이동해 원정 경기를 소화해야 한다. 양현준은 “강원에서 더 많이 뛰고 공격포인트를 많이 쌓으면 (나의 가치를) 더 증명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더 열심히 해서 팀을 좋은 순위로 끌어올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