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전우치’, ‘타짜’, ‘도둑들’ 등으로 독창적인 세계관을 보여준 최동훈 감독이 ‘외계+인’으로 돌아왔다.
‘외계+인’은 고려과 현대를 넘나드는 타임슬립물로 외계인까지 등장해 세계관이 방대하다. 최동훈 감독은 15일 오후 온라인으로 진행된 라운드 인터뷰에서 원작 없이 이런 거대한 세계관의 작품을 만든 소감과 기대감 등에 대해 이야기했다. -새로운 한국형 SF다. 관객들에게 어떤 반응을 얻길 바라나. “‘한국에서 이런 영화를 찍었단 말이야?’라는 말을 듣고 싶다. 나 말고도 많은 감독들이 아마 SF를 준비하고 있을 거다. 나도 그런 사람으로서 ‘승리호’를 봤는데, 나 역시 저런 반응을 했던 게 기억에 남는다.”
-고려를 배경으로 외계인을 등장시켜야겠다는 독특한 상상은 어떻게 하게 됐나. “기억을 더듬어보면 내게 왔던 시각적인 이미지는 두 개였다. 서울 상공에 외계 비행체가 나타나고 거기서 로봇이 내려온다는 것과 고려 시대 주막에서 양복을 입은 남자가 술을 마시는 것이었다. 거기서 시작됐다. 사실 격정적인 삼국시대를 배경으로 할까도 생각했는데 그것보다는 번화한 거리를 보여드리고 싶어 고려 시대를 배경으로 했다. 외계인의 경우 외계인이 지구로 온다는 작품은 정말 많지 않나. 많은 사람들이 상상하는 일이다. 그래서 우리 영화에서는 왜 외계인이 지구로 올까 그 이유를 만들고자 했다. 물, 관찰, 인간 납치, 지구 파괴 등 여러 가지를 생각하다가 형벌을 떠올렸다. 외계인이 죄수를 보내서 인간의 뇌에 가둬둔다는 것을 스토리로 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염정아, 조우진의 커플 케미가 인상적이었다. “염정아 배우랑 벌써 3번째 작품이다. 사실 ‘전우치’를 하면서 염정아 배우에게 굉장히 유쾌한 면이 있다는 걸 알게 됐다. 드라마식 연기를 잘하는 배우지만 코믹한 요소들도 가지고 있는 배우인데 사람들이 잘 모르더라. 그래서 그런 유쾌한 캐릭터를 같이 만들어보고 싶었다. 조우진 배우의 경우 연기하는 스타일이 굉장히 좋다. 사람을 편하게 하기도 하고 사로잡기도 하는 그런 매력을 가졌다. 그래서 제안을 했고, 수락해 줬다. 현장에서 특별하게 말한 건 없다. 두 배우가 워낙 잘해줬다. 스태프들도 계속 웃으면서 촬영을 했다. 덕분에 분위기도 좋았다.”
-‘외계+인’이라는 제목을 붙인 이유는. “쉬운 제목을 정하고 싶었다. 그래서 심플하게 ‘외계인’으로 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다만 영화에서 외계인이 인간과 신체적, 정신적으로 연결돼 있기 때문에 더하기(+) 기호를 넣어 표현하면 좋을 것 같았다.”
-2부를 노골적으로 예고하는 영화가 국내에서는 많이 없었다. 때문에 기대와 부담이 모두 있을 것 같은데. “맞다. ‘외계+인’은 연작이다. 1부가 끝나면 2부는 그 이후의 이야기가 된다. 그런 점에 대한 부담이 당연히 있었다. 하지만 지금이라면 시도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관객의 본질은 변하지 않지만, 성향은 계속 변한다고 생각한다. 때문에 지금의 관객들은 이런 시도를 모험적이고 재미있게 받아들여 줄 것 같다고 생각했다. 1부의 엔딩을 어떻게 맺을지는 고민을 많이 했고, 그러면서 시나리오 변경도 많이 했는데 결론적으로는 지금의 구성이 제일 낫다고 판단해서 그렇게 결론을 내렸다. 부담도 있지만 관객들이 어떻게 볼지 그 기대감도 크다. 감독에게는 개봉이 큰 선물이다. 개봉하게 됐다는 그 자체만으로도 좋다.” -원작이 없이 이런 큰 세계관을 만드는 것도 도전이었을 것 같은데. “실제 많은 할리우드 영화들도 원작을 가지고 있다. 나도 ‘타짜’를 하면서 원작이 있는 작품을 경험해봤다. 세계관은 물론 캐릭터들도 원작에서 가지고 올 수 있어서 다른 데에 공을 들일 수 있어 좋다. ‘외계+인’은 상상력과 호기심으로 만든 영화다. 그래서 쓰는 데도 시간이 오래 걸렸다. 이 이야기가 아닌 다른 이야기로도 써봤고 다른 캐릭터들도 많았다. 추리고 추려서 현재의 형태가 된 것이다. 이 작품이 SF를 쓰는 다른 감독들에게 하나의 레퍼런스가 될 수 있으면 좋을 것 같다.”
-이런 방대한 작업을 하며 얻은 점과 잃은 점이 있다면. “사실 ‘암살’ 이후 번아웃 같은 게 왔다. 하고 싶었던 영화를 오랫동안 준비해서 마무리하고 나니 ‘다음엔 뭘 해야 하나’라는 생각에 멍해지더라. 5년에 걸쳐 ‘외계+인’을 하며 다시 영화를 만드는 것의 즐거움을 느꼈다. 다 같이 영화를 만들고 있을 때의 즐거움이 얼마나 큰가, 그리고 이 즐거움을 관객들에게 고스란히 전달할 때 얼마나 기쁜가가 다시 떠올랐다. 잃은 건 건강이다. 영화를 끝내고 나니 안 아픈 데가 없더라. 이명 증상도 있고 눈도 아주 침침해졌다. 조금 제대로 된 인생을 살아야겠다고 느끼고 있다. (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