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에 거주하는 A 씨는 최근 아파트만 생각하면 한숨부터 나온다. 지난해 가을 새로 분양받은 아파트에 입주하면서 기존에 살던 집을 부동산에 내놨는데 10개월째 감감무소식이기 때문이다. 그는 "월 200만원에 달하는 대출 이자를 생각하면 가슴이 답답하다"며 "집을 팔 타이밍이 있었는데, 그때가 상승장이었다. 조금 더 비싸게 받으려고 머뭇거리다가 타이밍을 놓친 것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일산에 거주하는 B 씨도 마찬가지다. 은행에서 대출을 받아 30평대 아파트를 샀는데 금리가 갈수록 상승하면서 이자도 가파르게 올라가고 있어서다. B 씨는 "그나마 부동산 가격 급등 전인 2019년에 매수를 해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면서도 "매달 늘어나는 이자를 생각하면 속이 편하지 않다"고 했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가 지난 13일 기준금리를 한 번에 0.5%포인트 인상하는 사상 첫 '빅스텝'을 단행하면서 '영끌족'의 시름도 깊어지고 있다. 기준금리가 종전 1.75%에서 2.25%로 단번에 뛰어오르면서 가계대출자의 이자 부담이 24조원 가까이 불어날 것으로 추정되기 때문이다. 금융권에서는 은행 고정·변동형 주택담보대출 최고금리가 연내 연 7%를 넘어설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가구당 월평균 소득은 482만5000원이다. 부동산 플랫폼업체 직방의 조사 결과 주담대 금리가 7%까지 오를 경우 서울의 전용 84㎡ 중형 아파트의 월 대출 상환액은 291만원으로 나타났다. 월 소득의 60% 이상이 대출 상환에 투입되면 삶의 질도 떨어진다.
금리가 오르면서 가계대출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부동산 시장은 '빙하기'에 접어들었다.
17일 한국부동산원(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주 서울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86.4로 전주(86.8)보다 0.4포인트(p) 하락했다. 매매수급지수는 부동산원이 회원 중개업소 설문과 인터넷 매물 건수 등을 분석해 수요(매수)와 공급(매도) 비중을 지수화한 것으로, 이 지수가 기준선(100)보다 낮으면 낮을수록 시장에 집을 사려는 사람보다 팔려는 사람이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서울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지난 5월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한시 배제 조치 시행 이후 꺾이기 시작해 10주 연속 하락 중이다.
집값도 내림세다. 부동산원이 발표한 지난주 서울 아파트값은 0.04% 하락해 전주(-0.03%)보다 낙폭이 더 커졌다. 전셋값은 2주 연속 0.02% 떨어졌다.
한문도 연세대 정경대학원 금융부동산학과 교수는 "매물은 급격하게 늘고 매매는 줄어드는 현상을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이미 전국적으로 하방 압력이 시작됐다고 본다"며 "정부의 대책 발표에 따라 기술적 반등은 가능하지만, 대세 하락장은 올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