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매니지먼트mmm 제공 “안녕하십니까, 4분 늦었습니다. 4분 더 늦게까지 하도록 하겠습니다.”
18일 오후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 영화 ‘외계+인’ 개봉을 기념해 인터뷰를 진행한 김태리의 첫인사는 이것이었다. 2층을 가득 채울만한 엄청나게 큰 목소리로 웃음까지 보이면서 김태리는 이렇게 등장했다.
영화 ‘아가씨’(2016) 이후 워낙 다작한 배우이기에 김태리와 여러 차례 만난 기자들은 그러려니 하는 것 같았다. 개인적으로 김태리와 초면이었던 기자는 그가 뿜어내는 에너지에 처음부터 크게 놀랐다.
김태리는 영화 출연 계기를 묻는 첫 질문부터 고개를 숙이고 골똘하게 답을 고민했다. 대충 돌돌 말아 올려 묶은 듯한 똥머리가 갸우뚱하며 앞으로 쏟아졌다. 한손에는 모나미 볼펜을 들고 A4 용지를 툭툭 치거나 뭘 막 적었다. 뭔가를 생각할 땐 노트를 까맣게 채우던 학창시절 친구들이 떠올랐다. “메모하는 거냐”는 한 기자의 물음에 김태리는 “낙서하는 것”이라며 웃음을 보였다.
이렇게 꾸밈없는 배우라니. 외적으로는 물론 인터뷰에서 하는 발언들까지 김태리는 소탈하고 솔직하기 그지없었다. 작품 속 신비롭던 소녀의 얼굴과 달랐다. 배우로서뿐 아니라 인간으로서도 매사에 완급 조절을 하고 있는 것처럼 능수능란했다. '외계+인' 쇼케이스에서 웃음 보이는 김태리. 사진=서병수 기자 qudtn@edaily.co.kr / 2022.07.15. 영화를 어떻게 봤느냐고 묻자 “내가 정말 기자님들 보는 관에서 보고 싶다고 그렇게 얘기를 했는데… 사람들이 기자님들은 영화를 조용히 보신다는 거다. 내가 들어가서 물을 아주 흐려놓고 싶었는데 안 넣어주더라. 나는 아주 박장대소를 하면서 봤다. 되게 재밌게 봤다”는 답이 돌아왔다. 음량 데시벨은 다른 사람보다 두, 세배 정도 높았다.
몇 번의 박장대소를 더 보고 나자 김태리가 이 인터뷰에서 몇 번이나 저렇게 크게 웃는지 세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 보는 캐릭터에 대한 호기심, 이 사람이 보여주는 다양한 표정에 더 집중하고 싶다는 궁금증이었다. ‘아가씨’, ‘1987’, ‘승리호’ 등에서 연기를 인상 깊게 봤던 터라 배우로서 김태리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이해를 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1시간여의 인터뷰 동안 김태리의 인간적인 면면을 모른다면 그의 매력을 절반밖에 알지 못하는 것이라고 확신하게 됐다. 처음 봤지만 한강에서 러닝하고 캔맥주 하나를 따서 마시며 수다 떨면 기가 막히겠다는 생각이 들게 하는 사람이었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항상 이런 텐션은 아닌 것 같았다. ‘외계+인’이 그만큼 김태리를 행복하게 한 작품이었다는 뜻이다. 그는 이 작품을 통해 사랑받는 기분을 느꼈다고 했고, 와이어 타는 걸 즐기기 때문에 액션을 하는 것도 재미있었다고 했다. 인터뷰 말미 그는 큰소리로 박수를 치며 “‘외계+인’은 동네방네 소문내고 싶은 작품”이라며 또 한 번 크게 웃었다.
김태리는 ‘외계+인’을 통해 사랑받는 법을 배웠다고 했지만, 그것은 아마 그 역시 기꺼이 사랑을 주는 사람이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을 것이다. 김태리는 김우빈의 첫 촬영 땐 다른 배우들과 기꺼이 응원을 갔고, 자신의 첫 촬영 땐 자신이 긴장을 풀 수 있게 도와준 류준열의 귀에 “죽는 줄 알았다. 덕분에 긴장 풀렸다. 고맙다”는 말을 때려 박았다(본인 표현이다). 고양이가 둔갑한 사람 역의 신정근, 이시훈에게는 평소 고양이가 어떻게 행동하는지를 직접 시범을 보이며 알려주기도 했다. 자신이 알려준 고양이 꾹꾹이를 두 사람이 영화에서 류준열에게 하고 있는 걸 봤을 때는 너무 놀랐고 귀여웠다고. 사진=CJ ENM 제공 마지막으로 김태리의 첫 신이자 찍으면서 조금 창피하기도 했다는 장면을 소개한다. 류준열과 함께한 신방 장면이다. 혼례복을 차려입고 머리에 올린 꽃은 사실 가장 촌스러워 보이는 것으로 고른 거였다고. 김태리의 입에서 “진짜요? 진심이요? 이걸요” 소리가 나왔던 거대한 꽃이 스크린에서는 꽤 예쁘게 구현됐다. 김태리는 “찍을 때 조금 창피하기는 했지만 재미있었다”면서 “역사적으로 잘 고증을 한 거라고 하더라. 언제 고려 시대 스타일의 꽃을 머리에 달아보겠느냐”며 웃음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