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환은 올 시즌을 묵직한 책임감을 갖고 출발했다. 지난겨울 그는 4년 115억원의 FA(자유계약선수) 계약을 맺고 두산에 잔류했다. 민병헌(전 롯데 자이언츠) 김현수(LG 트윈스) 양의지·박건우(NC 다이노스) 등 여러 FA 스타를 잡지 않았던 두산이 유일하게 선택했던 내부 최대어였다. 전폭적인 신뢰를 받은 김재환은 주장에도 선임돼 명실상부한 두산의 중심으로 인정받고 2022년을 시작했다.
반환점을 돈 시점, 김재환의 성적은 예전 같지 않다. 전반기를 타율 0.240 홈런 15개(팀 내 1위) OPS(출루율+장타율) 0.804로 마쳤다. 홈런은 27개를 친 지난해의 전반기(16홈런) 페이스와 비슷했지만, 타율이 떨어지면서 전반적인 생산력도 함께 약화했다.
직구 타율에는 큰 변화가 없었다. 야구통계 전문업체 스포츠투아이에 따르면 지난해 김재환은 직구를 공략해 타율 0.300을 기록했고, 올해는 0.337로 더 좋은 성적을 올리고 있다. 변화구 대처가 문제였다. 체인지업 타율이 0.269에서 0.140으로, 슬라이더 타율이 0.252에서 0.219로 떨어졌다. 순장타율(장타율-타율)은 0.223으로 지난해와 비슷했지만, 볼넷%가 14.3%에서 12.7%로 감소했다.
파워가 뛰어난 김재환은 강한 타구를 만드는 스타일이다. 덕분에 커리어 평균 BABIP(인플레이 타구 타율) 0.332로 높은 편이다. 그러나 올 시즌 그의 BABIP는 0.276에 불과하다. 운이 따르지 않았다고도 볼 수 있지만, 예전만큼 강한 타구를 만들지 못하는 거로 해석할 여지도 있다.
그러나 후반기 마지막 시리즈였던 창원 NC 다이노스전에서는 좋은 타격감을 보였다. 3경기에서 10타수 6안타를 몰아쳤고, 특히 첫 경기에서는 멀티 홈런까지 쏘아 올리며 팀 승리를 이끌었다. 홈런 두 방이 모두 슬라이더를 받아쳐 만들었다는 점이 특히 고무적이다.
지난 18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만난 김재환은 “훈련을 통해 NC 시리즈에서 좋았던 느낌을 후반기 시작할 때부터 잘 유지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물론 쉽지 않지만, 취약한 부분을 많이 생각하며 타석에 들어가는 편”이라고 전했다. 그는 이어 “큰 계약을 했다고 부담을 느끼는 건 아니다. (연봉과 상관없이) 난 중심타자이자 주장이다. 팀과 개인이 만족스럽지 못한 성적을 내고 있으니 더 좋은 성적에 욕심이 날 뿐"이라며 "팀 순위를 더 올리고 싶어 발버둥을 치다 보니 힘이 들어가는 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살가운 캡틴은 아니다. 대신 김재환다운 방식으로 주장 역할을 다하고 있다. 그는 “'괜찮다, 열심히 하자'고 후배들을 격려하기보다는 함께 열심히 하고 있다. 선수들을 믿고 있고, 선수단도 날 믿어주는 편이다. 좋은 분위기를 만들 수 있도록 후배들에게 이야기를 많이 해주고 있다”며 “어린 선수들이 잘해주고, 또 새로운 선수들이 나와주면 두산이 좋은 성적을 내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